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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지 않았다


  • ISBN-13
    979-11-6210-249-7 (4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바람의아이들 / 바람의아이들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5-1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경혜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역사소설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역사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청소년
  • 도서상세정보
    110 * 180 mm, 140 Page

책소개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과 무너진 삶

오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들

 

2024년 12월 3일 밤, 초유의 ‘평시’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가 국회의 의결로 신속하게 해제되었다. 계엄령 선포 즉시 수백 명의 시민과 언론인, 국회 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들이 국회로 몰려들어 계엄군을 막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경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불법 계엄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요지에서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명시하기도 하였다. 소설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군부 독재와 쿠데타로 점철된 고통스러운 현대사 덕분에 민주주의의 위기가 닥쳤을 때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4.3과 5.18 등을 통해 비상계엄이 어떻게 국가폭력으로 이어지는지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을 똑똑히 목격한 셈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작가 이경혜가 5.18 당시 희생된 어린이와 청소년 인물들의 이야기를 작은 책 한 권 한 권으로 펴내는 ‘광주 연작 시리즈’를 시작한다. 작가는 80년 ‘서울의 봄’ 당시 대학생으로 서울역 시위에 참여하고 5.18로 인해 인생의 경로가 크게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후 연희문학창작촌에 지내는 동안 바로 옆집에 독재자 전두환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사실에 분노와 슬픔을 느낀 뒤 5.18 관련 청소년 단편을 쓰게 되었다. ‘광주 연작’의 시작이 될 「명령」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늙은 독재자가 천수를 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저 낮은 곳에서 들끓는 분노는 어디를 향해 터뜨려야 하나. 

작가는 화내고 울부짖는 대신 그때 희생된 이름을 나지막히, 그러나 소중히 불러주자고 제안한다. 5.18 당시 희생된 시민들 가운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있었으며, 그들의 존재가 바로 무도하고 잔인한 국가폭력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명령」은 책방 앞에서 계엄군이 휘두른 몽둥이질에 쓰러진 중학교 3학년 박기현, 「그는 오지 않았다」는 자개 공장에서 일하며 이제 막 첫 월급 수령을 앞두고 있던 열여덟 살 소년공 박인배의 삶과 죽음을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글 속에서 자유롭게 인물의 삶을 그려” 내려는 것이다. ‘광주 연작 시리즈’는 “역사란 결국 한 사람의 이름을 사무치게 불러주고, 기억하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기획이다.

 

 

한 소년의 소박한 꿈도 이루어주지 못하는 국가에게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한 소년이 있었다. 가난해서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고 서울에 올라가 나이를 속이고 공장 일을 시작해야 했던 소년. 소년은 열여덟 살이 되어 이제 어엿한 노동자가 되었고, 고향으로 돌아와 취업한 공장에서 첫 월급날을 앞두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오래 지켜보던 소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약속도 잡아둔 터였다. 얼마 안 되는 월급은 가난한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갖다 줘야 하겠지만 조금쯤 떼어 데이트에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생 처음 누군가를 좋아하고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되려는 때, 거리에서 큰 시위가 일어난다. 아무 잘못 없는 행인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군인들, 불태워진 방송국, 숨죽여 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불의한 일이 자행된다는 사실만은 똑똑히 알겠다. 그렇다면 잠깐 거리로 나가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저항의 목소리를 내도 괜찮겠지.

「그는 오지 않았다」는 이미 제목에서 주인공 인호의 비극을 드러내준다. 이 이야기는 5.18 희생자인 박인배라는 실존인물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이 복고풍 사랑 이야기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것은 사악한 국가폭력 때문이다. 5.18은 그 자체로도 비극적인 역사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어떤 방식으로 짓밟고 망가뜨렸는지는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이제 막 첫사랑에 빠지고 존경할 만한 어른도 만나고 희미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된 소년이 거리에서 총에 맞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국가가 한 개인의 평범한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한 소년의 소박한 꿈도 이루어주지 못하는 국가에게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작가는 아주 짧은 정보만으로 인호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후, 그에게 실존인물 박인배가 갖지 못했던 행복한 시간을 안겨 주었다. “반짝이는 한 순간, 두근거리는 한 순간이라도 깃들게 하고 싶었”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소리내어 외치는 대신 폭력에 의해 스러진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넌지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광주 연작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12.3 비상계엄이 일어났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잘못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더 이 시리즈가 필요한 이유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만들었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충실한 후기가 부록으로 곁들여져 5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목차

그는 오지 않았다 7

5.18광주민주화운동 해설 103

‘광주 연작’에 부치는 글 113

작가의 말 133

본문인용

그런 홍장인이 크게 소리 내 웃는 모습을 인호도 딱 한 번 보았다. 며칠 전, 갑자기 전화를 받고 나갔다 온 홍장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웃으며 외쳤던 것이다.

“나, 아들 생겼어요! 나를 꼭 빼닮았어요!” (p.20)

 

 

그러던 어느 봄, 인호는 숨바꼭질을 하다가 커다란 참나무 뒤에 숨었는데 어디선가 사과 냄새 같은 향기가 났다. 쪼그려 앉아 나무 둥치께의 키 큰 풀들을 들춰 보니 은방울꽃 무더기가 숨어 있었다. 하얗고 조그만 방울 같은 꽃봉오리들이 조르르 달려 달랑거리는 은방울꽃은 키가 새끼손가락만큼밖에 안 되는 작은 꽃이었다. 차마 건드릴 수도 없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인호는 친구들에게도 알려 주지 않고 혼자만 그 꽃들을 보러 다녔다. 짓궂은 친구들이 함부로 짓밟거나 마구 따서 소꿉장난 반찬으로 써 버릴까 봐서였다. (p. 25)

 

 

“둘이 동갑인디 내외하지 말고 친구로 잘 지내랑께.”

오 여사의 주책스런 말에 순미는 얼굴이 빨개졌다. 왜 저런 말을 한담, 무안했다. 그러나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인호를 보자 순미는 갑자기 그에게 관심이 가고 마음이 설렜다. 남자지만 자기처럼 부끄럼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남 같지 않은 그 느낌이 좋았다. (p. 48)

 

 

“초파일 날 두 시에 여기서 보는 거여!” 

인호가 못 박듯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단호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순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많이 늦어도 상관없응께 오기만 하세요. 나야 여기 앉아서 수놓고 있으면 되니께.” (p. 61)

 

 

홍장인은 나가면서 인호한테 다가와 다시 다짐을 두었다.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공장 안에만 있어야 한다. 너무 흉흉해. 저놈들은 지금 괴물이야. 알았지?”

“예. 알겄지라.”

인호는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찔렸다. (p.80)

 

 

총에 맞은 몸으로도 그는 어딘가를 향해 기어가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인호는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내와 아들에게로 가고 있었다!

인호의 머릿속으로 언젠가 그랬듯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아내와 아들이 떠올랐다. 다가가 그들을 안으며 활짝 웃는 홍장인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는 지금 그들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사람이었다.

“아저씨!”

인호는 미친 듯이 그를 향해 달려갔다. (p. 94)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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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이경혜
이야기란 어떤 영혼이 작가의 몸을 통로로 삼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믿으며 글을 씁니다.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쓴 글로는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 『그들이 떨어뜨린 것』 『새똥』이 있고, 허난설헌과 허균의 시를 번안하고 해설을 붙인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할 말이 있다』, 일기 중독자에 대해 쓴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북유럽 신화를 새로이 쓴 『에다』 등의 에세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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