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학교 수업은 우리나라 교육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IB 탐구 수업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개념적 이해’를 추구하고 학교 자체의 탐구 단계에 따라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와 다르다. 또 전체 교사들이 협업하여 1학년부터 6학년이 전부 포함된 탐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같은 학년 교사들끼리 여러 차 례 논의하며 함께 탐구 단원을 만드는 시스템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탐구 수업의 단계를 봤을 때는 ‘일반화하기’, ‘전이하기’, ‘성찰하기’가 새로웠다. ‘일반화하기’는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고 탐구를 통해 발견한 내용을 개념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전이하기’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일반화가 다른 새로운 상황에 적용되는지 확인한다. ‘성찰하기’는 탐구 과정 내내 이루어지는데 학생들에게 학습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느 만큼 성장했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배우면 배울수록 IB 방식의 탐구 수업을 일반 학교 아이들과 해 보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을 담아 IB 학습자상과 관련된 책을 읽고, 탐구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찾아 일반화를 끌어내는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한 과정을 이 책에 실었다. - p4~5
탐구 수업에서 고민한 점은 바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적절한 자료와 책이었다. 교과서만이 아닌 그림책이나 지식 책, 신문 기사 등 학생들의 탐구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하고 유의미한 자료를 활용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IB 학교를 탐방할 때 담임 교사와 도서관 사서 교사가 질 높은 온라인 자료와 책들을 준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나 또한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관점과 맥락의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더 깊어지고, 탐구의 세계를 충분히 경험한다면 학교 밖에서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p33~34
좌충우돌 진행된 탐구 수업을 마치고 나니 IB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IB 방식의 탐구 수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각자 놓인 상황이 다를 테니 IB 방식의 탐구 수업이 이루어질 경우 교실마다 다채로운 색깔로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탐구 수업에는 정답보다는 지향점이 있다고 본다. 아이들이 자신의 질문을 갖고 주도적으로 생각하며, 탐구의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 -p45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자질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IB 학습자상 탐구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수업 자료가 될 수 있다. 사실 학습자상 뜻 자체만 보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헷갈려서 주변 사람이나 동화 속 인물의 이야기를 가져오면 아이들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IB 학습자상을 하나하나 탐구해 가는 과정에서 학습자상에 대한 자신만의 개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p50
IB에서 말하는 학습자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상의 특성을 지닌 사람을 만나 함께 탐구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사람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통해 IB 학습자상을 탐구하기로 하고, ‘탐구하는 사람・지식이 풍부한 사람・사고하는 사람’의 특성을 지닌 등장인물이 나오는 4권의 책을 선정했다.
‘탐구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고 열정을 가지며 배우는 모습이 나타나는 책,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학문의 지식을 탐구하는 특성을 가진 인물이 나오는 책, ‘사고하는 사람’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담긴 책을 찾고자 했다. -p55
지금까지 사고루틴으로 쓰기, 의문 갖고 쓰기, 5단계로 줄거리 쓰고 의문 갖기, 육하원칙으로 쓰고 의문 갖기라는 기본 틀을 알려준 것은 글을 자주, 길게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 쓰는 연습은 경험이 필요하다. 육하원칙으로 글을 쓰고, 익숙해지면 시공간의 특징과 여기에 인물의 특징까지 고려하는 글을 쓴다. 린 에릭슨은 지식의 구조에서 여러 사실을 바탕으로 개념을 정하고 그 위에 일반화를 세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식이 분명해야 일반화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시공간이나 인물을 고려해 내용을 정리하면서 아이들은 구체적인 지식을 배우게 된다. -p161~162
기초적인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많은 방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집중해서 읽기, 즉 몰입독서이다.
학교 자율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의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읽는 시간을 확보해 준다면 아이들은 독후 활동에 대한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스스로 고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집중해서 읽으면서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게 되면 개념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업뿐만 아니라 일반 과목 수업도 훨씬 수월 해질 것이다. -p184
배움은 학교 지식으로만, 수능 시험용으로만 남고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형태로 진행하면 안 된다. 실제 사회에서 여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형태로 지식이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조사하고, 탐구하며, 일반화 문장을 만들고, 전이・성찰하는 탐구 과정을 통해 개념적 이해를 추구하는 교육은 필요하다. 그런 흐름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한 교육과정이 구현되고 있고, 공교육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p189~190
시대의 흐름과 교육적 필요에 따라 우리는 IB 교육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일반 학교에서 IB 학습자상을 소재로 책을 활용하여 ‘일반화’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해 보았다. (…) 주위에 탐구 질문 수업, 프로젝트 수업, 개념 기반 탐구 수업, AI 활용 수업 등 열심히 수업을 연구하고, 시도하고, 애쓰고 있는 교사가 무척 많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책을 통한 일반화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 책에 나오는 방식이 하나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IB 방식의 탐구 수업을 시도하고자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우리 아이들이 일반화를 너무 어려워한다거나 혹은 일반화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신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많이 읽 고 많이 써야’ 개념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수업을 아이들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p19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