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도시 경성의 근대화 과정을 듣다
1920년부터 1935년까지의 ‘음악회’는 식민지시기 경성의 근대화 과정에 있어 ‘최고의 유행물’이었다. 이를 통하여 경성인들의 일상을 면밀히 살펴보고, 음악문화 형성의 중심지였던 종로와 혼마치(지금의 충무로 일대)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진 근대 음악회를 정치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하여 알아본다.
이 시기에는 특히나 일제의 문화정치와 일본 유학을 시도한 젊은 음악가들이 귀국하는 시점이 맞물려 음악적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1920년대에는 다양한 전공의 양악전문가들이 출현하고 양악을 향유하려는 조선인들이 증가하면서 음악회에 참석하는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시기에 총독부의 문화정치와 함께 다수가 모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종로와 혼마치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이 책에서는 근대도시 경성의 음악문화와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양상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첫째, 식민지조선의 모던도시 경성이 근대적 문화도시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개괄하고 조선인 중심의 종로와 일본인 중심의 혼마치문화를 비교하여 분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서구화된 일본의 문화를 탐닉하는 조선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둘째, 조선인들에게 문화의 상징성을 내포한 공간이자 종로의 대표적 공간에서 열린 음악회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조선인 중심의 음악회 유형과 특성을 밝힌다. 그리고 일제의 지배하에 놓인 이중도시 경성의 이면을 재조일본인들의 문화와 혼마치의 대표적 음악회장 위치와 역할, 그리고 성격 등을 파악하여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던 식민 / 피식민, 중심 / 주변, 고급 / 저급의 음악사회를 탐색한다. 셋째, 음악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 청중, 음악가, 주최자 ─ 입장을 다각도로 조망하여 식민지권력과 자본주의 아래에서 근대적 도시 경험인 음악회라는 문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조선인들에게 음악회가 어떻게 ‘최고의 유행물’이 되었으며 ‘음악광시대’로 확산되어 가는지, 그들의 담론을 통해 조선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식민지경성에서 펼쳐진 음악회의 의미를 그려본다.
경성의 음악회, 오늘날의 음악문화의 거울
이 책은 지금까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음악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첫째, 조선인들에게 음악회에서 서양음악을 듣고 본다는 것이 어떠한 근대적 경험인가? 제도권 밖 음악문화의 저변층 확대를 둘러싼 의문을 풀어본다. 둘째, 식민지 상황에서 재조일본인들의 영향력과 그들만의 음악문화가 일상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식민지 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지대할 수밖에 없기에, 교육과 정책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는 일반적 적용 사례를 찾아본다. 셋째, 그로 인해 조선인들이 받은 영향과 일본인들이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는가? 일본을 통해 굴절된 서구 근대화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제국에 의해 한꺼번에 들어와 음악문화를 주재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혼재하는 경성이라는 도시의 음악문화를 근대적 상징인 ‘음악회’에 집중해서 분석한다. 음악회를 중심으로 보는 이유는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시간예술 장르인 음악이 음악회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물을 기록으로 수치화할 수 있어 어느 정도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식민지경성이 근대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음악의 역할이 중요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음악 활동에 관한 중요성을 간과하여 근대의 일상에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특히 재조일본인들의 음악활동을 살펴본 데에는 경성인으로 함께 살아갔던 그들의 활동을 살펴보며 심층적으로 접근하여 근대 초기 경성의 음악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로써 근대 음악회의 수용과 그 중심지인 경성을 개괄하고 그동안 잊혀 있던 ‘음악과 일상’의 담론을 어떠한 형태로든 복구하여, 현재 우리의 음악문화와 일상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