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아름다움은
단지 이상한 일. 이상하다, 라고 중얼거리는 일.”
사랑의 언어로 불안을 견디는
종잡을 수 없는 영혼의 로드 무비
양안다의 일곱 번째 시집 『이것은 천재의 사랑』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09번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첫 시집 『작은 미래의 책』부터 『몽상과 거울』에 이르기까지, 여섯 권의 시집을 통해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인간이라는 미로를 섬세하게 탐색하고, 관계의 이면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시적 언어로 견고히 다져 왔다. 양안다는 이번 시집을 통해 “천재”라는 이름 아래 사랑의 모순과 착란을 통과하며, 불안이라는 그림자와 나란히 걷는 로드 무비로 귀환한다.
이제 두 눈이 사라져도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금방 갈게. 따뜻하게 입고 기다리고 있어.
이것은 천재의 사랑이다.
― 「들개와 천재」 중에서
“이것은 천재의 사랑”이라는 말은 선언처럼 들린다. 시인이 말하는 ‘천재’란 특별한 능력이나 천부적인 재능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 불안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시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랑은 실패를 전제로 한 감정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다른 이름이다.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언어를 통해 건너가려는 마음. 양안다는 이 불완전한 사랑을, 언어로 끝까지 품으려 한다.
온몸 곳곳 살아 있습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의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고. 나는 산 자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공원에 드러누웠다.
빗물이 얼굴 위에서 짓이겨집니다. 뜨거워......
― 「관자놀이에 푸른 점」 중에서
양안다의 시에서 ‘불안’은 단순한 정서 이상의 어떤 것이다. 그것은 곧 감각을 구성하는 장치였고, 문장을 구성하는 호흡이었으며, 존재를 견디게 하는 윤리였다. 『이것은 천재의 사랑』에서도 불안은 핵심 감정이다. 예컨대 시 「관자놀이에 푸른 점」에서 시인은 말한다. “나는 산 자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공원에 드러누웠다.” 여기서 불안은 무기력이 아니라 증언의 몸짓이 된다. 시집 곳곳에서 반복되는 공간들은 모두 불안이 침전되었다가 다시 꿈틀대는 감정의 인큐베이터이다. 이 공간들은 시인에게 기억의 장소이자, 감정의 복원실이 되며, 그 속에서 ‘천재’는 불안과 사랑의 경계에서 서툴고 진실하게 다시 태어난다.
연극과 독백의 경계에서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말, 그럼에도 말하는 일
양안다의 시는 종종 하나의 장면처럼 읽힌다. 구체적인 인물들과 공간, 대사의 리듬이 존재한다. 클로에와 마리안느, 옐레나와 유코, 하루카와 리나, 프레디와 유즈키, 민서와 데보라, 파비오와 메이, 그리고 수많은 ‘그’와 ‘너’들. 이 시집에는 유독 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실제 인물이라기보다 감정의 상징들이다. 시인은 어떤 서사의 틀 속에 인물을 배치하는 대신, 파편화된 장면들 사이에 인물들을 흩뿌려 놓음으로써, 그들이 지닌 감정의 질감을 독자가 직접 감지하게 만든다. 따라서 인물들이 등장할수록 시집은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해 간다.
온몸이 젖은 채로 나는 날 진정시키려 애썼다. 드러누울 때마다 침대가 삐걱거렸다. 맞아. 나는 이 소리를 싫어했지. 나의 몸을 견디는 게 겨우 녹슨 스프링 몇 개라니. 그 애는 내 곁에 앉으며 “우리끼리 작은 사랑 정돈 괜찮죠?”라고 말했다.
― 「마지막 다이아몬드」 중에서
특히, 「마지막 다이아몬드」에서 시인은 한 인물이 던진 말을 이렇게 전한다. “우리끼리 작은 사랑 정돈 괜찮죠?” 이 문장은 이 시집을 요약하는 한 줄처럼 읽힌다. 여기서 ‘작은 사랑’은 관계의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불완전한 마음, 다 말하지 못한 감정, 되돌아오지 않을 고백이 가진 진실함을 말한다. 이 시집이 보여 주는 사랑은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은 것, 실패하거나 지워진 이후에도 남는 것들이다.
부서지고 남겨진 마음을 품는 일
화단에 죽은 길고양이를 묻어 주는 일.
우리보다 먼저 갔으니 천국에선 우리가 동생이겠구나.
작별을 겪지 않은 사람들만 영원이 존재한다고 착각하니까.
― 「Fin」 중에서
『이것은 천재의 사랑』은 거창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실패하거나 사라진 뒤, “비극일지 희극일지 모르는 감정의 입체 속에서” 그 마음을 어떻게 견디는지를 기록한 시집이다. 화려하거나 격렬한 감정보다, 천천히 가라앉는 말들, 한때 존재했던 감정의 여운, 말하지 못한 채 남겨진 고백들을 담고 있다. 사랑이라는 그 감정이 ‘천재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을 지워 버리지 않고 살아 내고자 했기 때문에, 시인은 이 사랑을 “천재의 사랑”이라 이름 붙인다. 그렇게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설명하는 방법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