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는 나뭇가지에 손을 올렸다.
“몇 주일 뒤면 벚꽃 시즌인데, 꽃 피면 엄청 예뻐지겠네요. 바람에 날려 떨어지기 전에 꼭 봐야겠어요.”
“나는 가끔 나무에서 벚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왜요?”
“벚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거든. 그 열매도 벚꽃잎만큼 예뻐.”
“그러면 이 나무는 벚꽃이 피고 맺기까지 모든 순간이 아름답겠네요. 그래도 벚꽃이 지기 전에 우리 여기 같이 걸어요!”
쉬는 시간에 지나가듯 한 약속이지만 데이트 신청처럼 설렜다.
“그래. 좋아!”
4월 6일. 사쿠라에 대한 확인이 확신으로 바뀐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날이다.
학교에 있는 꽃들은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초록색으로 가득했던 화단은 온갖 다양한 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어떠한 색보다 부드러운 흰색과 선명한 분홍색 조합의 아름다운 벚꽃도 어느새 만개해 있었다.
사쿠라가 돌아서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머리가 고장이라도 난 듯 생각도 멈췄다.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는 걸 나도 분명히 안다. 후회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는 선생님의 조언과 실제 후회하던 선배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정말 사쿠라를 원망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까? 왜 단호하게 부정하지 못하는 걸까. 뭐라도 말하려고 할 때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그냥 걱정돼서 물어본 거야…. 방과 후 자습할 때마다 나 기다리면서 쪽 시간에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쉬는 시간이나 주말에도 나랑 지내는 게 미안해서.”
“아니, 그건…”
사쿠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들고 있던 자신의 짐을 뺏어 들고는 말했다.
“여기부터 나 혼자 갈게. 너도 얼른 가봐. 오늘도 고마웠어.”
사쿠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갔다.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기에 차마 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나였어도 놓아줬을 거다. 아니, 그 어떤 누구라도 그날만큼은 끝까지 데려다주지 못했을 것이다.
_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