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뇌신경 분야 재활의학 전문의인 나는, 재활에 대한 내용보다 평소 운동하라는 글을 더 많이 썼을까? 그 이유는 뇌가 병들고 다친 후에 뇌를 원상으로 돌리는 것보다 쉬운 것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병을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뇌가 병들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뇌의 병을 어떻게 막느냐고? 뭐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하다. 그래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노력이면 된다. 그리고 이 노력은 몸과 뇌가 병들기 전, 노쇠해지기 전부터 일찌감치 시작해야 한다.
─ 20-21쪽, 「1장. 뇌를 보는 의사가 말하고 싶은 것들」에서
답은 ‘재미’에 있다. 달리기에 재미를 느끼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옆에서 뜯어 말려도 결국은 달리게 되어 있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달린다.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취미를 더 오래 유지하고 더 깊게 즐긴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다.
─ 60쪽, 「2장. 달리기의 맛」에서
그러나 건강검진은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평상시 내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 아닌가. 바짝 준비하여 합격하고 기준치를 통과한들 본 모습이 아니니 별 소용없다. 마치 포토샵 보정으로 멋지게 수정된 사진 속 얼굴을 보고 이것이 진짜 나라며 흐뭇해 하는 것과 같다. 벼락치기 덕분에 이상 소견을 거를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126쪽, 「3장. 나, 그리고 가족의 뇌를 지키려면」에서
숲을 일구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들지만 불에 타 없어지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뇌도 그렇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평생에 걸쳐 꾸준히 몸과 뇌를 함께 가꿔야 하지만, 사고나 병으로 뇌를 다치는 것은 한순간이다. 무너진 신뢰는 복구가 어렵고, 불에 탄 숲을 다시 예전으로 돌리려면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뇌도 다치면 다시 원상태로 복구가 어렵다. 가벼운 뇌진탕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심한 손상이나 반복된 손상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친 뇌를 돌이킬 수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나는 늘 환자들을 통해 본다.
─ 156-157쪽, 「3장. 나, 그리고 가족의 뇌를 지키려면」에서
각종 연구 결과나 실제 세계 유수의 마라톤/육상 경기 자료를 보면 착지법과 마라톤 기록 사이에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 세계적인 마라톤/중장거리 육상 선수들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착지법이 리어풋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리어풋은 가장 보편적인 러닝 착지법이다. 그리고 리어풋 착지로 뛰어나게 잘 달리는 선수들도 무척 많다. 잘 달리기 위해서는 미드풋으로 달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 193쪽, 「4장. 달리기의 쓸모」에서
이러한 자기 인식perceived-felt vulnerability은 비로소 건강을 관리하고 조치를 취할 계기가 된다. 자기 인식이 정확하지 않으면 건강 관리를 제때에 시작하지 못할 위험이 매우 높고,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병을 진단받은 후에나 알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때쯤 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늦지 않게 자기 인식의 계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 몸의 성능과 한계를 테스트해 보는 기회를 가끔씩이라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 205-206쪽, 「4장. 달리기의 쓸모」에서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고 본인이 지금 병원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그를, 3년 만에 걷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테니스공을 좇던 집중력, 공의 저항을 이겨 라켓을 휘두르던 근력, 경기에 임하던 마음가짐, 젊었을 적 갈고 닦았을 체력, 어려운 훈련을 참아낸 근성, 이기고자 했던 투지. 나에겐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그것이 근성이나 의지든, 습관이든, 관성이든, 체력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일생에 걸친 습관은 몸이나 혼에 새겨져 위기 때 힘으로 발휘된다.
─ 244쪽, 「5장. 운동 저축」에서
치매, 암, 당뇨, 고혈압, 비만, 우울증과 같이 운동 기능과는 거리가 먼 질병조차 운동은 중요한 치료제다. 운동은 치매약이나 항암제, 수술 못지 않게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은 누가 대신할 수 없고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치료제로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자 스스로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병에 걸렸을 때 비로소 운동을 약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오랫동안 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면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 263-264쪽, 「5장. 운동 저축」에서
사람은 유산소성 대사를 활용해서 오래 달린 덕분에 척박한 지구 환경과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다. 최소 100만 년 이상을 달렸던 기억이 우리 유전자와 우리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 몸은 그렇게 살도록 설계된 몸이다. 이 말은 곧 설계된 대로 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 295쪽, 「5장. 운동 저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