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세계에서 ‘다른 질문’을 던지다
인생은 ‘갑자기’의 경험들을 통과하는 모험!
십대만큼 금지와 금기로 가득 찬 시절이 또 있을까. 공부와 독서 빼고 청소년에게 너그럽게 허용된 영역이 있기라도 할까. 뭐만 하려 들면 막기부터 하면서 정작 왜 하면 안 되는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는다. 마치 청소년에겐 어떤 욕망도 욕구도 없다는 듯이, 그런 욕망과 욕구는 스무 살이 넘어야 사용할 ‘자격’이 생긴다는 듯이. 해 보고 싶고 가 보고 싶은 모든 것은 “대학 가면”으로 당연한 듯 보류된다.
스무 살이 되면, 대학에 가면 다른 세계가 열리기라도 하는 걸까. ‘미성년’이 ‘성년’이 되면 갑자기 어떤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홍승은 작가는 온통 금기로 둘러싸인 십대 시절로 되돌아가 자신이 그 세계에서 어떻게 부딪치고 상처받고 ‘다른 질문’을 던졌는지 들여다본다.
- ‘생애주기’에 맞춰 살면 정말 행복해질까?
- 가족은 언제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나?
- 왜 몸은 부끄러운 감정과 찰싹 붙어 있을까?
- 청소년기의 우울은 사춘기 방황일 뿐이라고?
- 청소년이 오르가슴을 탐하는 건 죄악인가?
- 우리 때가 제일 좋을 때라고? 그럼 무슨 희망으로 미래를 기다리지?
조금만 다른 선택을 하면, 낙오될 것 같은 두려움과 어른들 ‘말씀’대로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에서 “그래프 바깥으로 튕겨 나”간 청소년들은 발 붙일 곳이 없다. 홍승은 작가는 자신을 겨누던 의심의 방향을 세상으로 돌리고서야 깨닫는다. 당연하고 옳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이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틀렸다’는 것을. 인생은 잘 짜인 계획표가 아니라 “갑자기”의 경험들을 통과하는 모험이라는 것, ‘틀렸다’고 인정할 때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과 가능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망해 가는 세상에서 ‘나 어떻게 살지?’라는 질문을 ‘누구와 어떤 세계를 만들까?’로 바꾼다. 우리가 모인 곳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니까. 별을 보며, 지구별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을 생각한다.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행성이, 내가 아는 행성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사실은 절망스러운 지금을 버티게 해 주는 작은 빛이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이토록 반짝이는 별빛이 있다.“ - 110쪽
”너 왜 이렇게 됐어?“
쓰기와 읽기로 이어 갈 수 있었던 나의 ‘이야기’
이혼 가정의,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열일곱에 학교를 자퇴한 작가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청소년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지지받지 못하는 존재의 위태로운 상태”를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친구는 작가에게 묻는다. “너 왜 이렇게 됐어?”
대놓고 따돌리던 아이들의 괴롭힘보다 친한 친구의 연민 어린 말 한마디가 열다섯의 그를 무너지게 했다. 홍승은 작가는 처음 시도하는 청소년 에세이를 통해 이십여 년 전으로 돌아가 그 질문 앞에 다시 선다. “그때 ‘나’라는 사람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용기를 낸다. 청소년 시절 내내 기댈 어른 하나 없었던 작가가 “나만 힘들다고 여기거나”, “불쌍하고 불행한 애”로 자신을 축소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지속적인 쓰기와 읽기 덕분이었다. 분노와 슬픔, 외로움을 일기장에 쏟아내면서, “나와 닮은 듯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질문할 힘을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잠시라도 나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준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존재의 삶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만나는지 알게 된다. 단지 개개인의 불행이 아닌 불행을 만든 차별의 흔적들을 알아차린다면,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읽기, 일기, 쓰기를 통해 익혔다.”
‘틀리다’라는 단어에는 ‘어긋나다’라는 뜻이 있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라는 이 책 제목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가 청소년에게 요구하는 많은 것이 그르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세상의 기대에 맞지 않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과 ‘어긋나 버린’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닿기를 바란다.
해마 시리즈 소개
청소년에게도 에세이 읽는 기쁨을!
온갖 사연과 인생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에세이 범람 시대다. 하지만 청소년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일까. 에세이는 주로 성인 독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건 딱 내 얘기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혹은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청소년 독자에게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 에세이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몰두하고 외면하고 좋아하고 싫어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기억의 총합이기도 하다. 기억은 우리 각각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장치이자, 그 자체로 한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머릿속 ‘해마’라는 장소이다. 기억이 입고되고 저장되고 재생되는 곳. 여기에서 청소년에세이 ‘해마’ 시리즈가 탄생했다.
작가 저마다의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고 뒤엉키고 화해하고 포개지면서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지닌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나를 만든 강렬한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며 청소년 독자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에세이 읽는 기쁨을 한껏 누리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한 권의 책과 접속하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