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아.
지금 내 몸은 이대로도 충분해.”
자기 몸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성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될까? 시대가 바뀌어도 여성의 신체상은 좀처럼 오래전의 그것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외모 중심적 사회에 만연하는 날씬하고 예쁜 몸에 대한 선호와 그렇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자신과 타인의 외모에 대한 비판과 조롱 또한 맹렬히 위세를 떨친다. 심한 경우, 자기 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신체이형장애, 폭식증, 거식증, 강박장애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
“선생님, 저는 저주받은 하체를 가졌어요.”
“그렇게 살이 뒤룩뒤룩 쪄가지고 시집은 가겠니?”
“제 몸뚱이는 쓰레기예요.”
“이제 보니 자기, 팔뚝 살이 좀 있는 편이네?”
10년 차 필라테스 강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수달쌤 김다은 작가가 가장 많이 보고 들었던 이야기 또한 이 같은 보디 셰이밍(Body Shaming)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기 몸을 비하하는 대다수는 평균 이하의 체지방률을 가진, 지극히 정상이며 충분히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체성분 분석기가 내놓는 수치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양쪽 어깨와 골반 높낮이 1센티미터 차이에 크게 불안해했다. 무수한 자기혐오와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눈앞에서 대할 때마다 작가는 이제야말로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실 작가 자신에게도 커다란 마음의 결핍이 있었다. 작가 또한 많은 여성들처럼 십 대와 이십 대는 물론, 삼십 대에 이르기까지 내내 좋은 몸, 예쁜 몸, 날씬한 몸에 끊임없이 집착해왔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많은 보디 셰이밍에 시달렸고, 결국 한때 공황장애에 이를 만큼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리어 그런 경험이 필라테스 강사로서 진정한 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특별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너도나도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에서 좋은 몸에 대한 올바른 고민은 가능할까? 오랜 공부와 자기 성찰을 통해 작가가 마침내 주목한 것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정신이었다. 보디 포지티브는 획일화된 사회적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움직임을 뜻한다. 마른 몸매가 미의 기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유한 자신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받아들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핸드폰을 켜면 채 1분도 되지 않아 “넌(네 몸은) 충분하지 않아”라는 메시지의 무차별 폭격을 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SNS에서는 “더 예뻐지세요” “더 날씬해지세요”라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 나는 부족해’라는 메시지는 우리의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건강기능식품이나 다이어트 관련 상품을 충동 구매하게 만든다. 운동 업계에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몸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고 이를 하나의 영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관건은 외모 중심적 사회가 부여한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서 과감히 벗어나려는 우리의 작은 시도이자 용기이다. 이제는 어플로 보정한 몸, 자랑하는 몸,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에스라인 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몸, 건강한 몸, 잘 기능하는 몸에 관심을 가질 때다. 날씬하다고 해서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건강한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다리가 좀 짧아도, 팔뚝이 좀 두꺼워도, 아이를 낳고 나서 뱃살이 슬라임처럼 늘어져도, 우리가 자신의 몸에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아름다움에 관한 정의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자기 몸을 다르게 보려는 시도야말로 확실한 시작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그 일에 꼭 필요한 만큼의 용기를 얻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