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쪽 조선시대 불상 복장물
후령통은 여타 불교유산에서는 그 형태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세계(佛世界)와 불신(佛身)과 중생(衆生)을 신앙적으로 연결한 독창성이 돋보이는 매우 중요한 복장물이다. 후령통을 위주로 하는 불복장에는 당대의 불교뿐만 아니라 주역, 천문, 지리, 역사, 예술, 정치, 경제, 출판, 복식, 음식 등을 밝혀내는 증거들이 타임캡슐처럼 담겨 있다. 그러므로 불복장의 연구를 통해서 불교를 배척하던 유학자들이 기록한 조선시대의 왜곡된 불교사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226쪽 후령통
필자가 자운사 후령통을 눈여겨본 것은 불상 안에 동령, 평면형의 후공(喉孔)이 뚫려 있는 목제 후령통, 금속제 8엽연화(八葉蓮花)가 모두 봉안되어 후령과 덮개모양인 8엽연화와 후령통이 개별물목으로 함께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이후에는 복장물에 동령(銅鈴)과 8엽연화가 사라지고 후령통 덮개에 관(管) 대롱 모양의 후혈(喉穴)이 생기고 8엽연화 모양의 다양한 문양이 새겨지는 등 현재의 후령통의 표본이 생기게 되었다. 축서사 괘불도 후령통의 경우 8엽대홍련지도가 뚜껑에 바로 그려져 있다.
▶335쪽 기타 복장물과 점안의식 준비물
폭넓은 사상과 뛰어난 안목을 지닌 복장사에 의해 봉안된 물목들 중에는 불교유물 외에도 역사기록물이나 의학, 철학, 정치학, 지리학, 풍수학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교육서적과 관련 물품들이 출현되었다. 때로는 타종교의 서적도 봉안되기도 했는데, 동양의 각종 종교서적은 물론이거니와 400년 전 봉안된 남원 실상사(實相寺) 불상에서는 기독교 전례서인 성무일도서(聖務日禱書)가 출현되었다. 그러므로 불복장은 단순히 불교의 가르침이 깃든 성보만이 아니라 한 시대의 타임캡슐(time capsule)이라 할 수 있다.
▶336쪽 기타 복장물과 점안의식 준비물
필자는 복장물의 물목에 변화를 주었는데 최근에는 정보통신과 인쇄전자기술의 발전에 따라 CD-ROM이나 USB(universal serial bus) 메모리칩 등을 이용한 각종 영상물과 불교자료 그리고 신소재로 만든 섬유와 조각품 역사자료를 함께 봉안한다. 예를 들어 영상물로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CD-ROM과 불교방송국 제작영상물, 불상의 제작과정, 사찰 대중 출현법회와 수행기록, 설법과 염불을 저장한 USB 메모리칩 등이 있다. 전적류로는 번역 불경, 의례집, 불교역사서, 어록집, 사찰역사, 대중 명부를 비롯해서 가능하면 다양한 기록물을 봉안하며, 우리나라 불교에 대한 기록과 전통기법으로 제작된 복장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불교유적지와 유물에 대한 자료와 불상, 의식용품, 다양한 작품을 함께 봉안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거부터 이어온 복장물 봉안을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불교적 종교의식을 뛰어넘어 현재 문화적·학문적·역사적 유산으로 큰 기여를 하였고 미래에도 세계불교와 인류 사회 전반에 걸쳐 귀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