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아버지, 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요. 제 결혼 생활은 악몽이나 다름없어요.”
누주드는 그동안의 서러움을 담아 울면서 말했지만, 아버지는 냉담했어요.
“결혼했으면 남편을 평생 섬기며 살아야지. 그게 네가 지킬 명예야.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만 네 집으로 돌아가라.”
예멘에서는 아내가 남편의 뜻을 따르지 않거나 이혼을 요구하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으로 여겼어요. 그런 경우 예멘 전통에 따라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지요.
- 13쪽
“리지 스콧 양, 혹시 우리에게 할 말이 있나요?”
대법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깐깐해 보이는 대법원장이 그를 쏘아 보았지만, 막지는 않았어요. 리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생각을 침착하게 말했어요.
“대법관님, 어떤 주인이 노예 제도가 금지된 주에 자기 노예를 데 려갔다면 이미 불법을 저지른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아빠는 그때부 터 자유의 몸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 37쪽
“존경하는 재판장님,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는 학교만 따로 다 닐 뿐이지, 똑같은 시설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평 등하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린다 브라운이 굳이 백인 학교에 전학 올 이유가 없습니다.”
교육 위원회 측의 변호인이 평등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어요.
- 54쪽
“실례합니다. 도움이 필요한데요, 혹시 제 휠체어를 계단 위로 올 려 주실 수 있을까요?”
고모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했어요. 대꾸 없이 그냥 지나치는 사람, 미안하다며 바삐 뛰어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남 학생이 고모의 휠체어를 올려 주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 65쪽
“얼마 전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셨죠? 알다시피 여성은 투표를 할 수 없습니다. 법을 어겼으니 재판에 넘겨질 겁니다. 우선 경찰서로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수전 아주머니는 이런 일을 예상했다는 듯 차분했어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은 조지에게 아주머니가 밝게 말했어요.
- 90쪽
그런데 순간, 아일라 아주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컵을 손으로 탁 쳐서 떨어뜨려 버렸어요. 에이샴은 너무나 놀랐어요.
“설마 자기가 마시던 컵에 주는 거야? 우린 이런 신성하지 않은 물은 못 마셔! 기독교인이 쓰던 컵이 깨끗할 리가 없잖아?”
“뭐라고요? 그럼 왜 저한테 물을 떠 오라고 하셨어요? 기독교인이 마시던 컵은 안 되고, 기독교인이 떠 온 물은 괜찮나요?”
- 109쪽
“레오, 이건 1998년 신문 기사란다. 벌써 12년 전이지. 네가 태어나기도 전이야. 그때는 삼촌이 가난해서 나라에 세금도 제때 내지 못했고, 빚도 아주 많았어. 그래서 밀린 세금 때문에 살던 집이 나라에 넘어가게 됐지. 삼촌 집이 그렇게 처분된다는 기사가 아직 인터넷에 남아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지금은 빚도 다 갚고 세금도 잘 낸단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기사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니……. 이걸 보니 삼촌도 힘이 좀 빠지는구나.”
- 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