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찬노숙의 길 위에서 나라를 품다
— 지청천 장군의 육필일기를 통해 되새기는 독립운동가의 삶과 정신
『백산 일기』 출간 – 지청천 장군의 피와 눈물로 쓴 항일 독립투쟁의 기록
봄기운이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어느 날, 『백산 일기』가 도착했다. 주권을 잃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야 했던 비극의 시대,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지청천 장군의 삶을 마주하는 순간, 이는 단순한 ‘출간’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독립운동가의 일기를 판독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역사에 대한 부채 의식을 다하는 과정이었다.
『백산 일기』는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국회의원, 신흥무관학교 교성대장 등으로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지청천 장군의 육필 기록이다. 중국식 한자, 일본식 약어 등이 혼재된 원고는 판독부터 현대어로의 옮김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뜨거운 애국심은 독자를 숨죽이게 만든다.
장군의 글에서는 윤동주의 ‘서시’처럼,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던 한 지사의 고결한 정신이 스며있다. 전쟁과 분열의 시대 속에서도 정치인으로서 양심을 지키고, 새로운 사상과 과학,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법고창신’의 정신을 실천한 그의 사유는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일기 속에는 병든 육신에 굴복하지 않으려 애쓰던 안타까운 말년의 모습도 담겨 있다. 뜻을 이루지 못한 회한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자유로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그의 헌신과 희생 덕분임을 절감하게 한다.
이 책은 단지 한 인물의 기록이 아니다. 역사와 정신, 진실의 무게를 담은 생생한 기록이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앞으로 지청천 장군의 생애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되기를 기대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생각거리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