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현실주의의 대명사 살바도르 달리,
브레이크 없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였다?
드디어 대망의 초현실주의자들이 카다케스에 오는 날! 르네 마그리트 부부, 폴 엘뤼아르와 그의 부인 갈라, 그리고 초현실주의 작품을 취급하던 화상 카미유 괴망스가 도착합니다. 방금 온 터라 아직 스페인 특유의 열광적 기후에 익숙해지기도 전이었을 초현실주의자들. 그들에게 달리는 회심의 역작을 공개합니다.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들은 이윽고 자기 눈을 의심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요. 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요? 바로 그림 속 남자가 ‘똥 싼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
초현실주의자들은 〈음산한 놀이〉를 보며 달리의 수준 높은 정밀한 회화 기술력을 인정합니다. 또,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화가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를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보다 또렷하고 생생하게 재현한 차별성을 높게 평가하죠. 그림 여기저기서 숱하게 발견되는 뜻 모를 기괴한 형상이나 성욕을 표현한 도발적 이미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이미 흔하게 표현하고 있는 요소인 만큼 문제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똥이라니? 굳이 똥까지 그릴 필요가 있었나? 그 지저분한 것을?!’ 마그리트, 폴 엘뤼아르와 갈라, 괴망스는 고민에 빠집니다. 달리가 의도적으로 시각적 충격을 꾀하며 똥을 그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의 무의식에 똥의 이미지가 잠재되어 있어서 똥을 그리게 된 것인지 의문을 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이한 콧수염과 구레나룻을 기른 채 괴짜 옷을 입고 정신 나간 듯한 행동을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하는 달리를 보며 정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아닌지, 혹시 식분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초현실주의는 예술가들이 자기 내면의 무의식을 탐색하며 그것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예술이지 정신질환자의 일기장이나 칠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죠.
‘이 도발적인 녀석을 초현실주의에 가입시키는 게 맞을까?’ 고민하는 초현실주의자들에게 달리는 영리하게 변호합니다. “우리의 리더 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제1선언〉에서 정의했듯이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통제와 모든 미적, 도덕적 선입견에서 벗어나 뇌리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막힘없이 자유롭게 드러내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똥이든 크리스털이든 위계 없이 모두 동등한 것입니다. 똥과 크리스털의 위계를 나누는 것은 미적, 도덕적 선입견일 뿐입니다.” 논리정연한 달리의 주장에 초현실주의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20세기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오지 않을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약 3년간 머리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각한 결론은 장난감처럼 작아진 10cm짜리 두상. 이러다간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36세 자코메티는 인물 전신상을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전신상인 만큼 두상보다는 크기가 클 테니 회반죽을 이용해 약 50cm 크기로 시작한 전신 조각상.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업을 해나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신기한 것은 조각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조각가가 스스로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가 만든 전신상은 또다시 10cm 크기로 작아지고 맙니다. 마지 거대한 지지대 위에 이쑤시개(?) 하나 세워둔 것 같은 전신상. 조각가 자신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물에 당황하고. 이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만들어보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이쑤시개 크기의 전신상이 되었고. 수십 번 반복해도 결과는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중략)
‘내가 본 것을 복제’하겠다는 불가능한 이상을 이루고자 끝없는 작업의 굴레에 빠져 있는 자코메티의 모습. 그 모습에서 누구인지도,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칩니다. 심장이 쇠약해지며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60세 자코메티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장치로 사용될 ‘나무’를 제작한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는지. 다시 말해, 자코메티는 이 연극을 보며 자기 역시 고도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와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 미국 현대미술의 전설 잭슨 폴록,
사실은 모두가 인정했던 전설의 망나니?
“그의 초기작들을 본 사람이라면 테니스 선수나 배관공이 되는 게 낫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현대미술의 전설로 불리는 잭슨 폴록의 친형이 그의 초기작을 두고 한 말입니다. 좀 의외죠? 현대미술의 위대한 화가로 추앙받는 폴록이 그냥 배관공이 되는 게 낫다니 말입니다. 드로잉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그가 한창 그림을 그리던 스물네 살 무렵 동료에게 들은 말입니다. 사실 많이 들었습니다. 드로잉은 회화의 기초가 되는 기술인데 화가로서 그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그럼에도 잭슨 폴록은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화가이자 위대한 전설의 미술가로 불립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요?
더불어, 위대하다 불리는 폴록의 회화 작품을 벗어나 그의 사생활을 들춰보면 놀랍게도 ‘망나니’, ‘난봉꾼’ 같은 단어가 뇌리를 스칩니다. 저만의 착각일까요? 그를 둘러싼 숱한 주사 에피소드 중 비교적 얌전한 것만 살짝 풀어볼까요? 어느 날 만취 상태의 폴록은 동료 화가 아실 고르키의 집에 찾아갑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다 별안간 흥분한 폴록은 고르키의 그림을 가리키며 똥 같다고 조롱합니다. 고르키의 호통을 뒤로한 채 폴록은 헐레벌떡 도망쳤다고 합니다. 또, 어느 날에는 친구의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무단으로 찢고 파괴했고, 심지어 그 친구의 집 앞에 찾아가 돌을 던져 창문까지 깨부수는 테러를 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친구한테 때려 맞으며 절교했다고 합니다.) 35세 무렵에는 자신과 특별히 관계없는 갤러리에 만취 상태로 나타나 “여기 걸린 그림을 그린 ××들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술을 끼고 살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 일상이었던 데다 드로잉 실력까지 부족했던 그가 어떻게 위대한 현대미술의 전설이 될 수 있었을까? 이제, 그 실체가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