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고,
무언가를 하기엔 힘이 나지 않고,
쉬어봤자 그때뿐이라는 당신을 위한
마음의 기초체력을 올리는 진짜 휴식의 기술
분명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일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효율적으로 일하고 충분히 쉬면서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일상에서 해야 하는 업무를 소화하기도 버거워한다. 삶의 만족도를 느끼는 정도에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은영 교수는 “놀고 쉬는 능력”의 크기에 따라 일상을 얼마나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놀고 쉬는 능력이 큰 사람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있어도 잘 대처하며 회복력도 좋기에, 안정적으로 일에 집중하고 여유 시간에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반면 놀고 쉬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심적 부담감을 느끼면 불안을 억누르며 업무를 처리하고, 회복력이 부족해 여유 시간에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따라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삶을 설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놀고 쉬는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휴식이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진짜 휴식의 조건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센터에서 1만 명이 넘는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치료하고 있는 12년차 전문의이자, SERICEO에서 2020년부터 기업가와 리더를 위해 휴식과 자기돌봄, 스트레스 관리 등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휴식’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휴식 습관을 짚어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특히 저자는 정신건강전문의로서 수만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가만히 있는 것’을 휴식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침대에 누워만 있고, 그러고는 그동안 ‘일을 안 하고 놀았으니’ 쉴 만큼 쉬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이런 휴식은 질 좋은 에너지를 채워주지 못하고 쓸데없이 시간을 날렸다는 허무함만 남긴다.
저자는 휴식을 “육체적·정신적으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생존을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상태(50쪽)”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 ‘멈춤’과 ‘회복’의 두 가지 요소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며 여유 시간 보내기는 ‘멈춤’은 충족하지만, ‘회복’의 요건은 갖추지 못하므로 좋은 휴식 방법이 아니다.
아래의 항목을 보며 지금껏 내가 생각했던 휴식법이 ‘진짜 휴식’의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되짚어보자. 휴식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웠던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1. 긍정적인 감각과 감정이 분명히 느껴지는가?
2. 휴식 후에도 긍정적인 감정과 감각이 유지되는가?
3. 휴식이 내게 필요한 감각과 감정을 선물하는가?
4. 휴식이 자발적・능동적으로 이루어졌는가?
5.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건강한 방식인가?
“휴식에는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진정한 회복을 향한 첫걸음
“정말 쉬어도 되나요?”
진료실에서 저자가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건네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저자 역시 “할 일을 다 하고 놀고 쉬기까지 하려면 하루가 36시간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으로(78쪽)” 살아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진료, 연구, 강연, 출산, 육아의 길을 넘으며 지쳐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모든 휴식법을 시도하며 자신에게 편안함과 활력을 불어넣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 시간이 생겨도 마음 편히 누워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불편한 마음에 습관처럼 자꾸 메일을 확인하고 강의 준비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쉬지만 쉬지 못하는 모순적인 나날을 살아가던 중, 저자는 자신이 겪는 문제의 핵심이 ‘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임을 깨달았다.
내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내가 쉴 시간을 제대로 쓸 준비도, 쉴 마음가짐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번아웃으로 진료실에 온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처럼 ‘워킹맘이 다 그렇지, 뭐’라며 한탄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었다. 왜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어떻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있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중요한 사실이 어떻게 쉬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나날 끝에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80쪽)
정말로 효과적인 휴식은 자신이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를 정리해, 누구나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찾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계속 일을 미뤄서 긴장감과 부담감에 지쳐가는 사람, 쉴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비난하고 채찍질하는 사람,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며 잠시도 쉬지 못하는 ‘타임 푸어’, 일이나 중독성이 높은 행위로 도피하는 사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데도 살아가기가 버거운 이들까지, 지친 이들의 마음속을 폭넓고도 섬세하게 진단한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쌓은 임상 사례와 최신 연구, 개인적인 경험 등을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증진하는 ‘진짜 휴식법’을 총 3부 5장에 걸쳐 소개한다. 1장으로 이루어진 1부에서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치는 이유를 짚어내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짜 휴식’의 조건을 제시한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자신을 혹사하게 되는 이유와(2장) 가만히 있어도 지치게 되는 내면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해(3부) 사례별로 촘촘하게 분석하고 각 문제를 해결할 실용적인 솔루션을 담아낸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잘 놀고 잘 쉬는’ 능력을 기르는 법을 안내하고(4장), 단편적인 피로 해소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장기적 휴식 설계법을 안내한다(5장).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는 소중한 일상의 활력을 빼앗는 요소를 바로잡고 나아가 내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휴식을 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놀고 쉬는 능력’을 키우는 법,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법은 물론, 일상의 작은 순간에 긍정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마음챙김, 휴식을 위한 환경 조성, 내 마음의 상태를 관리하는 자기돌봄, 내게 새로움을 안겨줄 휴식 등 언제 어디서든 긍정적인 감각을 얻을 수 있는 주변의 긍정 자원을 찾는 방법까지 두루 살펴본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면, 휴식 전문가가 쓴 이 책을 추천한다. 깊은 쉼의 감각을 선사하고 일상 전반의 만족감을 높이는 해결책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