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목표를 가져야 한다. 목표는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못다한 일을 마무리 짓는 것도, 취미에 몰입하는 것도, 이웃을 돕는 봉사도 목표가 된다. 그림이나 서예에 몰입하는 것도, 삶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은 목표다. 사라지는 것보다 무언가를 남기는 목표가 재미와 보람까지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작은 것일지라도 목표를 가지게 되면 삶이 윤택해진다. 목표가 있으니 그것을 실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정신을 쏟으니 지루할 틈도 없다. 그뿐이겠는가. 목표에 다가갈수록 무한한 희열을 맛보게 된다.
다시 읽은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설 속 액슬브롯의 열정은 꿈에서 나온 것이었다. 작가가 서명書名을 왜 늙은 소년이라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엑슬브롯이 꾸었던 꿈은 소년들에게 양보하더라도, 목표마저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께 열정과 도전을 권하려다 외려 내 목표를 다지게 되었다. 눈과 정신이 맑은 날까지 글을 써야겠다.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독자의 뇌리에 길이 남을 수필 한 편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소년?
-〈늙은 소년〉 중에서
누구나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고 우기기 마련이다. 자신의 과오는 돌아보지 않고 날을 세워 우격다짐하는 것이 통례다. 특히 시선이 많은 곳에서는 사생결단하듯 대응한다. 그런데 집례를 따질 정도의 가부장적인 그 노인은 의외로 깨끗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했다.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은 인간적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는 잘못은 인간적이지 않지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래도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인 줄 알면서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온갖 명분을 내걸며 우기고 버티는 것은 비인간적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저 잘나고도 높으신 어른들의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을…. 그에 비하면 그 노인은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참으로 인간적인〉 중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심리가 있다. 내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냥 근육통일 거라는 듣기 좋은 말에 안심하고 병을 키웠던 것이다. 촬영기사의 소견을 무시한 건강검진센터 의사들도 문제가 있지만, 그런 지적이 있었으면 나도 그곳 의사에게 확인을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십이지장 내시경 검사를 했을 것이고, 이처럼 죽을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확증 편향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나같이 좋은 말만 듣는 사람은 고생 좀 해야 했다. 그럴 깜냥도 없지만,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찌할 뻔했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안위에 문제를 일으켰을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확증 편향確證偏向〉 중에서
다가가다가 탈이 나는 것들은 우리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갈망하는 것들이다. 술과 담배, 맛난 음식에 다가가면 건강에서 멀어지고, 도박이나 마약 같은 것에 다가가면 가정과 사회, 마침내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잠시 생각에 빠진다. 우리는 밀랍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있는 이카로스가 아닐까. 더 편안해지려고, 더 차지하려고, 각종 이기利器와 살상 무기에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그것에 다가가면 지구에서 영영 멀어진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우리는 끝도 없이 다가가니 말이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중에서
세상 누구도 신 선생 손은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 부인이 강하게 나오면 거기서 그치면 좋으련만,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틀린 건 바로잡아야 한다며 응대를 하니 말이다. 가관인 것은 그럴 때마다, 남들이 오해할까 봐 고쳐야 한다고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김 여사가 그렇게 싫어하는 데도 굳이 그러는 걸 보면 병적病的이다. 그 병, 도서관에서 얻었으니 직업병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이 부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늘보 신세가 될 것 아닌가. 두 사람 종일토록 집안에서 얼굴 맞대고 지낼 터인데, 어쩌자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김 여사는 그래도 괜찮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신 선생이다. 지난한 삶 살다가 인생 후반에 겨우 마음 붙인 것이 후배 양성이었는데 고질병을 얻고 말았다. 신 선생, 그대로 가다가는 종내 쫓겨날 게 분명하다.
세상 이치가,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지 않던가. 하지만, 신 선생은 모든 걸 잃을 판이다. 큰일인 것은 이 직업병은 산재 보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쫓겨나게 되면 방 한 칸도 얻지 못할 처지이다. 고지식한 신 선생, 그런 사정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대책 없는 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