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텍티즘: 보수주의의 새로운 지평
한국 정치의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라는 단어는 더 이상 매력적인 가치가 아닌 낡은 철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왜 2030세대는 보수정당을 외면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단순히 이념적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기존 보수주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기존 보수주의의 한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프로텍티즘(Protectism)'이라는 혁신적인 정치철학을 제시합니다. 프로텍티즘은 전통적 보수주의의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복잡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입니다.
기존 보수주의는 세 가지 핵심적인 한계를 노출해왔습니다. 첫째, 기득권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권익을 소홀히 했습니다. 부동산 불평등,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 미래 세대의 부담과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 '시장 자유'라는 명목으로 기성세대가 형성한 구조적 불평등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둘째, 경제적 안전망 구축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전통적 보수주의는 시장주의를 강조하며 복지 확대를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폄하했지만, 2030세대는 더 이상 '작은 정부'를 이상적 모델로 보지 않습니다. 실업, 불안정한 노동시장,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들은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합니다.
셋째, 문화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보수주의는 '전통'과 '가치'를 강조하지만, 이것이 종종 사회 변화를 거부하는 경직된 태도로 이어졌습니다. 2030세대가 중요시하는 문화적 다양성, 성평등, 개인의 자유, 환경 보호 등의 가치에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책은 프로텍티즘의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다수결 민주주의의 폭력으로부터 소수자와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170석을 가진 정당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헌법적 가치마저 다수의 힘으로 무시하는 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헌법적 공화주의적 요소를 강화합니다.
둘째,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전망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프로텍티즘은 '자유시장 보호'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모델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되 실패한 개인이 완전히 추락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사회적 프로텍티즘'을 지향합니다.
셋째, 국가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호합니다. 기후위기, 저출산, 교육 불평등, 노동시장 변화 등은 단기적인 정치적 승부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프로텍티즘은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장기적 국가 전략'을 핵심 가치로 삼습니다.
프로텍티즘을 채택한다면 보수정당은 2030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보수주의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패러다임적 전환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다수결주의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치 비전을 제시합니다. 낡은 보수로 남을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는 보수로 거듭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프로텍티즘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정치학자, 정치인, 그리고 정치적 변화에 관심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