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검처럼 빛나는 스토아의 지혜
‘손안의 작은 것’ 엥케이리디온
스토아의 빛나는 지혜를
이 작은 한 권에 눌러 담다!
에픽테토스의 열렬한 제자였던 아리아노스는 스승의 강의를 정리‧편집하여 『강의』라는 책을 펴냈고, 다시 이 『강의』에서 도덕적 규칙들과 철학의 원리를 간추려 뽑아 『엥케이리디온』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손안의 작은 것’을 뜻하는 『엥케이리디온』은 다시 말해 에픽테토스 『강의』의 요약본, 즉 현대적 표현으로는 ‘핸드북’이다. 에픽테토스의 『강의』는 플라톤보다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엥케이리디온』은 여러 사본이 존재하는 책으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인 심플리키우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엥케이리디온』에 대한 상당한 주석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픽테토스의 윤리적 사유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의 구분에서 출발한다. 『엥케이리디온』 역시 이 구분으로 시작한다. 흔히 ‘내면세계와 외면세계의 구분’, ‘내부적 선과 외부적 선의 구분’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던 이 구절의 핵심 논점은 ‘결정되지 않은 것’과 ‘결정된 것’의 구분에 있다. 존재하는 사태와 사건 중 어떤 것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행위 영역에 속할 수 없고,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임에 반해, 어떤 것들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위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꺼내 보며 깨닫는
노예 출신 철학자가 설파한 진정한 자유
행복과 불행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사태이다. 결국 ‘정신적 자유’의 유무에 따라 어떤 사람은 사회적 신분에 있어서 노예이지만 진정한 자유인일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어떤 사람은 신분상 제왕(帝王)이지만 노예와 다름없다는 것을 에픽테토스는 가르치고자 하였다.
“네가 아직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소크라테스이길 바라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엥케리이디온』 제51장)고 입버릇처럼 역설한 에픽테토스는 학생을 꾸짖고 오만한 지도력을 보여 줄 때는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처럼 위엄 있게 호통치는 역할을, 삶의 지침으로서 단호하고 단도직입적인 원리를 내놓을 때는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처럼 교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철학의 목적은 이 세상적인 관심을 넘어서면서도, 그 방법에서는 늘 이 세상적인 일에서 그 단초를 찾아 경험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바꿀 것을 사람들에게 권면하는, 설득적 논증을 펼치는 것이었다.
노예로 태어나 여러 가혹한 외적 조건을 겪어 낸 에픽테토스는 오히려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 마음의 평정을 가르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이 없었던 그에게는 모든 인간이 가족이었고, 이러한 모습에서 가족과 국가를 초월해서 보편적 질서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스토아학파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사고를 찾아낼 수 있다. 그의 철학은 무미건조한 형태로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근거와 토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와 독특한 표현을 통해 스토아 철학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이자 개념들인 인간, 신, 이성, 섭리, 자연, 자유, 행복에 관한 생각을 보여 준다.
‘손안의 작은 것’ 『엥케이리디온』을 틈날 때마다 펼쳐본다면 독자는 ‘보다 나은 삶’이 어떤 것인지와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에서 참된 ‘자유’를 찾아가는 방식, 또 그러한 길로 인도하는 철학함의 방법을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