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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 ISBN-13
    979-11-6909-375-0 (038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글항아리 / 주식회사 글항아리
  • 정가
    17,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4-0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강창래
  • 번역
    -
  • 메인주제어
    문학: 문학사 및 평론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문학 #책읽기 #서평 #문학: 문학사 및 평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0 mm, 248 Page

책소개

열아홉 편의 픽션과 일곱 편의 논픽션이 보여주는

언어 묘기의 서커스! 

아이러니, 생략, 은유는 어떻게 진실에 다가가는가

 

이 책을 네 번 읽었다 

 

‘읽기’는 달리 말해 ‘읽기의 방법’이다. 책을 깊이 읽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심원함을 향한 열망은 강하나 작품 속 낱말들이 그에게 와 충분한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때 그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름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품 속에 난 틈들로 들어가 읽기의 다른 방법을 획득하고, 인식과 감정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일일 것이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세계를 균열하는 작품 스물여섯 권에 대한 읽기의 한 방법을 보여준다. 이 책들은 수백 가지 독해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결국 언어에 다 담기지 않는 잔여물까지 남기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 각자는 해석자로서 의미를 뚜렷이 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바로 이 의미화 과정에서 중심을 향한 모서리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단문을 구사하지만 아득한 넓이로 확장하면서.  

저자는 깊이 읽는다. 이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적어도 세 가지 방법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최소 네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처음 읽을 때는 작가의 메시지에 집중하며 통독한다. 두 번째는 감각을 총동원하면서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는다. 감각은 머리가 놓친 것을 붙들며, 되새김질은 각도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의미를 열어젖힌다. 세 번째는 건축적 읽기다. 구조를 분석하고 세부를 검증한다. 그러면 작품 속 무대 설정의 정교함과 텍스트에 담긴 상징들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한강 작품 속 상징 구조와 섬세한 필치가 세 번째 읽을 때 확실히 손에 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네 번째 독서를 한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1400쪽 분량으로 두껍지만, 저자는 스펙터클 없는 이 밋밋한 작품이 읽으면 읽을수록 자극적으로 느껴져 네 번 읽었다. 

둘째, 원서와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대조하며 읽는다. 한국어판에 여러 번역본이 있다면 그것들끼리도 견주며 뉘앙스를 파고든다. 가령 카뮈의 『이방인』처럼 언뜻 아름답고 명료한 작품은 절제된 묘사 때문에 의외로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데, 이럴 때 프랑스어판과 영어판, 한국어판을 대조해서 보면 주인공 뫼르소의 심리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셋째, 해당 책을 원작 삼은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함께 본다. 우리는 고래잡이배를 타본 적이 없어 『모비 딕』의 내용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럴 때 이미지와 영상은 상상력의 크기를 키우며 감각의 오류를 바로잡아준다. 사실 소설을 영상화하는 감독들은 그 책의 가장 뛰어난 독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은 저자가 한 권의 책으로 진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무엇보다 한 사람의 지적 체계이자 그가 그리는 세계에 대한 지형도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는 스물여섯 권 책의 지형도를 어떻게 그리며, 체계화하고 있을까? 

 

문학을 읽는 도구 단련하기 

각자가 더 깊은 정확성과 아름다움 속으로 

 

1부는 ‘이야기와 의미의 틈 사이로’다. 첫 작품으로 수많은 철학자가 극찬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다룬다. 이것은 윤리와 존재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고아로서 살아남아 거짓말하고, 협박하고, 살인하는 이 책의 주인공 쌍둥이 형제는 비도덕적인 것이 가장 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존재에게 세상은 부조리를 드러낸다. 의미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과 카프카의 『소송』을 함께 읽으면 좋다. 주목할 것은 특히 화법이다. 화법은 때로 문체처럼 소설에서 혁명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카프카는 자유간접화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아예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말하거나 서술자가 등장인물 속으로 스며들어가버린 것처럼 말해 부조리를 가장 가독성 있는 텍스트로 내놓는다. 

다른 한편 소설의 기본은 무엇보다 서사성에 있다. 역사소설로 볼 수도 있는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읽으면 읽을수록 자극적이다. 150여 년 전에 쓰였는데, 제대로 된 한국어판은 최근에야 나왔다. 소설의 부제는 ‘지방 생활 연구’이며, 미스 브룩과 그 주변 인물 세 쌍을 통해 영국 지역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흔한 연애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은 결혼 ‘이후’를 보여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세속적 삶에 담긴 타인에 대한 배려, 자기반성이 뛰어난 리얼리즘 작품임을 입증한다. 한편 세계 최고의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아옌데는 『영혼의 집』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마술적 사실주의를 구사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볼 게 아니고 새로운 스타일의 역사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계열의 작품이라는 구획화가 편견을 줄 수 있으니 페미니즘 색채가 강한 이 책이 얼마나 강력한 화해와 포용으로 독자에게 침투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실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점검 대상이다. 사르트르의 『구토』는 이야기로 점철된 현실에 욕지기를 느껴 쓴 것으로, 우리는 뛰어난 작가들이 자기 시대에 열어젖힌 새로운 세계의 단면들을 종합해냄으로써 진실의 한 조각에 가닿을 수 있다. 

사실 많은 작품에는 상징과 알레고리가 있다. 독자가 이것을 해석해야 그 의미가 비로소 밝혀진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책에 논픽션 일곱 편이 포함된 이유는 그것들이 해석과 분석의 도구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 먼저 현대 철학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어 깊이 진입하지 못했다. 다시 정치경제학과 문학사, 미시세계사를 공부했고, 미술사와 과학으로까지 확장하자 문학작품들의 틈이 보였고, 작품들의 장엄한 성채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할 여지가 보였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그렇게 30년간 단련한 뒤 작가만의 관점과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수많은 혀를 내 몸에 새기는 독서

 

2부에서는 우리 현실에 세워진 거대하고도 견고한 ‘벽을 뚫고 여백으로’ 나아가는 작품들을 읽는다. 벽을 넘어 나아가는 것은 진실에 가닿기 위해서다. 진실은 ‘존재’처럼 손에 쉽게 잡히지 않지만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처럼 네 권의 노트에 네 가지 관점으로 기록하면 그나마 근접할 수 있다. 더블의 향연, 즉 다중 자아는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하며 세상을 바꿔나갈 방편을 마련한다. 이건 엘렌 식수와 카트린 클레망이 함께 쓴 『새로 태어난 여성』에서 여성의 몸엔 수많은 혀가 있고, 그 혀들은 각기 다른 말을 하는 데서도 입증된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남성 거장들이 이룬 세상에 균열을 내는 여성 작가들을 특별히 주목한다.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는 틈과 금에서 존엄을 찾는 여성들을 다룬다. 

번역은 작품이 다른 나라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그 사회의 인식뿐 아니라 윤리의 수준까지 드러낸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먼저 오역부터 검토해야 하는 책이다. 백과사전적 자료를 제시하며 가부장제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지만 오역투성이였다. 문제는 이것이 의도된 바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어판은 생물학자가 옮겼는데 10퍼센트 이상의 분량을 작가의 동의도 없이 덜어냈다. 자신들의 입맛과 세계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상하고도 위험스러운 것이 사회에 스며들 때 기존 세력은 일부러 오역을 한다. 

문학작품은 결국 언어실험이기도 하다.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은 기존 언어로 과연 남녀의 성구분을 없앨 수 있는지를 실험한 작품이다. 나아가 단순히 지배적 언어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사회구조에 대한 사고실험을 작품 속에서 하면서 기존의 주류 흐름에 최대한으로 저항한다. 이 책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의 저자는 오랜 세월 언어에 천착해왔는데, 인문학 공부의 시작을 언어학부터 하길 권한다. 그중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 가운데 한 권만 꼽으라면 단연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다. 언어는 세상을 비추는 오목하거나 혹은 볼록한 거울인데, 이 거울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세상도 우리에게 속살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현실이 어떤 면에서 진실이고 사실인가, 우리 인생의 이야기는 모서리의 한 부분일 뿐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협곡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건너갈 수 있는가 등을 알게 된다. 언어가 그걸 다 감당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언어가 그 모든 것을 시도하게 된다. 

책 제목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보르헤스가 자신의 묘비명에 써달라고 했다는 구절이라 전해진다(실제로 쓰이진 않았다). 이것은 한강의 『희랍어 시간』 첫 문장으로 쓰였다. 우리 사이에 놓인 칼은 가령 시력을 잃은 희랍어 선생과 말을 잃은 제자 사이에 놓인 칼로도 볼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끌어낸다. 보지 못하게 되는 사람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소통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 또한 작가와 독자 사이에 놓인 칼을 넘어서는 방법에 대한 것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온 감각을 일깨우며 텍스트에 빠져드는 독자는 아마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_어제를 돌아볼 것 

 

제1부 이야기와 의미의 틈 사이로 

 

1. 전쟁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길들여진다, 가장 폭력적이고 가장 윤리적으로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1986~1991

 

2. 글이 풀리지 않으면, 이 책을 읽는다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1871~1872

 

3. 고통 3부작이 아니라 환희 3부작

―한강, 『채식주의자』, 2007 

 

4. 체험화법으로 철학자들을 매료시킨 부조리극 가득한 장편 

―프란츠 카프카, 『소송』 1914/1925

 

5. 미시적 삶의 마법적 사실성이 시스템을 멈춘다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 1982

 

6. 작가도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도시와 개들』, 1963

 

7. 수많은 이야기로 뒤덮인 현실에 욕지기를 느낀다

―장폴 사르트르, 『구토』, 1938

 

8. 동성 연인을 향한 가장 긴 연애편지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1928

 

9. 켜켜이 쌓인 오래된 상징과 정체성

―허먼 멜빌, 『모비 딕』, 1851

 

10. 완독하는 데 10년, 매릴린 먼로가 탐독한 금서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922

 

11. 권력의 틈들에서 들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1975

 

12. 통치자 없는 통치 구조의 악에 대한 경고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3

 

13. 우리는 우연한 사건이 수없이 복제된 필연적 존재다

―자크 모노, 『우연과 필연』, 1970

 

제2부 벽을 뚫고 여백으로

 

1.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수많은 더블의 향연

―도리스 레싱, 『금색 공책』, 1962

 

2.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서슬 퍼런 칼 

―한강, 『희랍어 시간』, 2011 

 

3. 여성의 몸엔 수많은 혀가 있고 제각기 다른 말을 한다

―엘렌 식수·카트린 클레망, 『새로 태어난 여성』, 1975

 

4. 끝까지 생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에 균열을 낸다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1985

 

5. 비논리적 비판과 의도된 오역의 수난에서 살아남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1949

 

6. 언론의 폭력성이 만들어낸 수작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974

 

7. 진실을 맞닥뜨리려 하면 죽는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1942

 

8. 남녀의 구분을 없앤 사고실험, 기존 언어가 돌파할 수 있을까

―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 1969

 

9. 극단적인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아찔한 걸작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1929

 

10. 언어학, 세계를 비추는 거울에 대한 이해

―월터 J.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982 

 

11. 진실은 없고 아이러니만 있다

―줄리언 반스, 『플로베르의 앵무새』, 1984

 

12. 암시와 은유·생략이 하는 말, 문학의 언어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 1979

 

13. 언어 묘기의 서커스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1952

 

에필로그_카페 고도를 기다리며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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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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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강창래
20여 년간 출판편집기획자로 지냈다. 건국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에서 잠깐 강의했다. 현재 여러 분야의 글을 쓰며 활발하게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작물로는 서양문학사를 다룬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한 『책의 정신』, 프로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를 위한 『위반하는 글쓰기』가 있다.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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