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천연두를 마마라고 불렀대.
마마를 가져오는 각시손님 이야기 들어 볼래?
옛날 옛적에 강남 천자국에 명신손님 쉰세 분이 살았습니다. 그중 글 잘하는 문관손님, 칼 잘 쓰는 호반손님, 그리고 아름다운 각시손님이 해동 조선국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각시손님은 옥 같이 흰 얼굴에 아주 고운 분이지만, 실은 이 각시손님이 손님네 중에서도 가장 무섭습니다. 조선 땅을 향하던 손님네는 압록강에 이르러 뱃사공을 만났는데 뱃사공이 각시손님을 희롱하여 아주 크게 혼이 나고, 손님들은 가까스로 조선 땅에 도착했는데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김장자 집에 가서 하룻밤 쉬어 가겠다고 했는데, 김장자는 절대 안 된다고 하고, 한참을 헤매다가 노구할미 집에서 대접받게 되었습니다. 각시손님은 은혜를 갚으려고 노구할미 외손녀 몸에 살짝 들어앉아 마마를 가볍게 앓게 하고는 좋은 운을 잔뜩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김장자네 아들 철현이에게는 뼈 마디마디마다 은침 쇠침을 박아 넣고 철현이는 그만 꼴까닥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후로 김장자와 노구할미는 어떻게 됐을까요? 철현이는 손님네 막둥이가 되어 방방곡곡 따라다녔다고 전해집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천연두를
사람들은 마마, 또는 ‘각시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천연두를 호랑이의 습격만큼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연두는 ‘마마’라고 부르기도 했고, 호랑이의 무서움에 빗대어 ‘호환마마’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천연두를 타자의 소행으로 생각해 낯설고 먼 곳에서 온 손님, ‘나쁜 것은 외부에 있다’라는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각시손님’ 신화가 전해 내려왔습니다. 각시손님은 손님마마, 별상애기, 강남별상 등으로 불리고 가장 무서운 질병의 신으로 여겨졌습니다.
권선징악이라는 옛이야기의 주제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각시손님 이야기에서 질병을 주는 행위는 단순히 징벌을 상징하기보다 전염병이라고 하는 공동체의 재난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악이 아닌 선을 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친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따뜻한 방에서 쉬게 하는 것, 기꺼이 그렇게 베풀었던 노구할미의 행동이 스스로에게 복을 불러온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을 지킨다면 노구할미처럼 복 짓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옥 같이 흰 얼굴에 분세수 곱게 하고, 삼단 같은 머리 틀어 올리고, 무지개 색 노리개로 치장한 옷차림에 가죽 꽃신을 신은, 곱디고운 각시손님. 그런데 신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신인 각시손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