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순간에 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
삶은 더 이상 괴롭지 않다
당신은 어쩌면 매일이 똑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출근길에 오른다.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돌아와서는 또 똑같은 저녁과 피로에 잠식된 하루의 끝을 마주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 쇼핑을 하거나 훌쩍 여행을 떠날 때도 있지만, 새로움과 특별함에서 충족된 설렘과 만족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떤 자극에도 무미건조해지는 스스로를 마주한 순간 당신은 이런 생각에 빠질 것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의 저자 마이클 노턴은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 하나를 상기시킨다. 삶은 특별한 한순간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커피를 내리는 행위, 출근 전 듣는 익숙한 노래, 퇴근길에 들르는 편의점….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각각의 행위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특별한 의식, 즉 ‘리추얼(ritual)’이 될 수 있다.
겉보기엔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습관과 리추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습관이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면, 리추얼은 ‘어떻게 하느냐’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컨대 매일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습관일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순서, 사용하는 도구, 마시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리추얼이다. 단순한 반복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습관에 불과했던 평범한 행위는 나를 돌보는 의식으로 바뀐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같은 행위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언가 더 대단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신이 이미 반복하고 있는 그 사소한 행동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져 있다. 반복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지루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고 그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된 순간, 달리 말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친 순간, 삶은 그 자체로 더없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삶 전반을 관통하는 사랑과 회복, 연결의 한 방식으로서 리추얼의 진가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행동들 속에서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발견하게 해준다. 결국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주고, 상실을 견디고, 일상 속 기쁨을 회복하게 만드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바로 그 작고 조용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삶도 가구처럼 조립하는 것이다
값비싼 가구보다 직접 조립한 책장 하나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소한 나사와 너트를 쥐고 끙끙대던 시간이 길수록, 완성된 가구를 볼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만큼 커진다. 모서리가 조금 어긋났더라도, 직접 조립한 책상은 오히려 더 오래 쓰게 된다. 일명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불리는 이 심리 현상은 단지 가구 조립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 차려준 밥상보다, 내 손으로 준비한 식사가 더 뿌듯하고, 누군가의 말에 이끌려 내린 선택보다 스스로 고민한 결정이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는 사서 고생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굳이 비효율적인 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언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시간을 들인 행위에는 그 시간만큼의 감정이 쌓이고, 그 감정은 곧 삶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그 삶을 어떻게 구성해왔는지를 아는 일’이다. 매일 반복하는 행동 속에도, 내 방식대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순간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 “내가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습관일지라도, 달리기 애호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신발끈을 묶는 나만의 방식이다.”(52쪽)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그 ‘방식’이 정체성과 연결될 때, 우리는 단순히 살아가는 것을 넘어 ‘누군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접어든다. 결국 대단한 결심이나 이력보다, 내가 어떻게 매일을 살아내느냐가 진짜 나를 말해준다.
게다가 나만의 방식은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욱 또렷해진다. 관계 역시 시간과 정성의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은 없다. 서툰 대화, 타이밍이 맞지 않은 농담, 전혀 다른 생활 습관까지 관계는 그런 어긋남을 조율해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모양을 갖춰간다. 그 과정은 번거롭고 느릴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진 감정은 무엇보다 단단하다. 그 결과 익숙한 농담, 특정한 말투, 매일 같은 시간에 주고받는 메시지처럼 ‘우리만의 방식’이 쌓여간다. 실제로 누군가와 오랜 관계를 이어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함께 보내온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들이 있다고. 말하자면 관계도 하나의 조립 가구인 셈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맞춘 구조물은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