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아야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질문들
우리 삶은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끝이 아닌 순간마다 빛난다. 우리는 떠나려고 태어났으나, 저마다 삶의 흔적을 남긴다. 바쁜 일상에 잊혀가는 가치, 채워지는 듯 비어가는 시간, 그 틈에서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겠느냐고. 떠날 때 후회 없겠느냐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죽음을 준비시키는 의사’ 서울대 윤영호 교수가 삶과 건강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한다. ‘좋은 삶(웰빙)’과 ‘좋은 죽음(웰다잉)’의 융합을 연구한 35년의 통찰로 ‘후회 없는 삶’과 ‘품위 있는 죽음’을 이어줄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다. 이 책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자 실천적 지침서다. 삶의 의미를 왜 찾아야 하는지, 행복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건강하게 나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죽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세심히 살핀다.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민과 선택에 대한 속 깊은 조언이 담겨 있다.
―삶이 묻는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은가?
현대 사회는 너무 빨리 흘러가는 탓에 삶을 반추할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생존과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면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인지, 왜 이러고 있는지 까맣게 잊고 지내다 어느새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기 십상이다. 언젠가 반드시 죽게 마련인 인생인데 기를 쓰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살아내기만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어찌 살아왔는지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죽는다. 잘 죽으면 다행이나 대부분 말기 환자가 되어 고통스럽게 죽는다. 생명 연장의 신기루를 좇는 와중에도 매일 900명 넘는 사람들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떠나고 있다. 윤영호 교수는 오랫동안 이 부분을 지적해왔다. 단 한 번뿐인 삶, 아무렇게나 살다가 아무렇게나 떠나면 그만일까?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찾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자유의지와 실존적 고민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인간이 동물적 본능에만 머물지 않고 위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적·사회적 구조에 의해 자주 휘둘리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삶을 형성할 능력을 지닌 존재다.
삶의 가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삶의 가치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우리 각자가 남기는 흔적과 관계로 정의된다. 윤영호 교수는 삶을 단순한 생존의 연속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죽음이 묻는다: 떠날 때 후회 없겠는가?
사랑의 위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랑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윤영호 교수는 인간이 가진 본능적 이타심과 사랑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삶의 깊이를 결정하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사랑은 적극적으로 나누고 키워야 하는 인생 최고의 가치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행복은 어떨까? 삶의 행복도 속도가 아닌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순간의 채움보다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태도와 습관이 바로 행복이다. 특히 배려와 감사가 행복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행복은 감정이므로 외부 환경보다 우리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 곧 ‘후회 없는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우리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택이다.
―삶이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장하기를 꿈꾼다. 제대로 성장해야 행복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성장의 조건을 오해한다. 성장은 성공이 아닌 실패의 반복을 통해 이뤄진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이 성장이다. 오직 인간만이 정신적·사회적·영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지만, 실패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가 성장을 가로막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해봐야 불안하기만 할 뿐 달라질 게 없다. 과거에 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 때문에 후회가 된다면 앞으로 잘하면 그만이다. 고통과 실수도 현재와 미래의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성장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에,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과정에서 모두가 성장한다.
인간은 제한된 존재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바다처럼 넓은 사고와 별처럼 빛나는 목표를 갖고 살아야 한다. 희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길이다. 단순한 물질적 성공보다 본질적 성장을 목표로 삼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살아도 잘 살아야 하며, 잘 살려면 꼭 건강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무병’ 장수를 바라지만 현실은 ‘유병’ 장수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오래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건강한 삶은 단순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신적 안정 속에서 이뤄진다. 윤영호 교수가 말하는 ‘전인적 건강’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실존적) 건강이 삶의 질과 생존에 필수 요소임을 확인한다. 나아가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은 수명마저 줄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병폐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계 형성과 지속적인 활동이 필수다.
―죽음이 묻는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윤영호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죽음을 인생의 허무한 끝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의미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준비하는 것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 저자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죽음을 떠올릴수록 삶은 더욱 또렷해진다. 삶을 사랑하는 만큼 죽음을 성찰함으로써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다듬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을 경험한다. 우리의 세포는 죽고 생기기를 반복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우리는 매 순간 조금씩 죽는다. 삶의 순간순간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의식하면 현재의 삶을 더 충실하게,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사랑은 흔적이 되고, 기억은 존재가 된다. 삶이란 사라지면서도 남아 있는 것.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제 우리만의 답을 찾아야 할 차례다. 삶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게,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