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로 세계 대중문화를 장악한 동방의 작은 민족,
한국인 뒤에는 항상 ‘왜?’라는 의문사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제 그 모든 질문에 답한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장르화하고 이슈화하며 독보적인 이정표를 세워 온 고 이어령 작가. 그와는 또 다른 관점, 이를테면 조금 더 직접적이고 현재적인 시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리해 온 작가가 있으니, 필명 ‘발검무적’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푸단대학과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후 20년 넘게 세계 각지의 대학에 불려 다니며 그곳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학생들과 교류해왔다. 그 과정에서 외국 학생들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문화 비교의 관점에서 던진 날카로운 질문들이 해를 거듭하며 켜켜이 쌓여왔고, 그 질문들에 이 책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답변하고 있다.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의 변방이었으나,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기생충〉, 〈오징어게임〉, 그리고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한강의 아시아 최초 여성 작가 노벨문학상에 이르기까지, 영광의 순간들은 예술적인 차원에서 계속되는 중이다. 영상, 음악, 게임, 그리고 이제 문학을 포함해, 한국은 이제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한국인의 인내심과 도전정신, 창의적 기질을 두고 말콤 그래드웰, 토머스 프리드먼, 클라우스 슈밥, 새뮤얼 헌팅턴 같은 해외의 석학들이 찬탄한 바 있다.
한국과 한국인, 참 독특하기 그지없는 나라고, 역동적이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라고 세계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이렇듯 한국인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파악하기 쉬운 정체성을 가진 민족이다. “한국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특징만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성향으로 행동할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이 느끼는 한국인의 개성은 너무도 명징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숱한 위기 속에서 기적을 일구어 온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준다
1부 ‘다채롭고 역동적인 것들’에서는 한국인들의 시위에서부터 ‘빨리빨리’까지, 한국인의 혁신적인 문화를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인들의 시위에서는 한국의 ‘마당’ 문화와 ‘흥’ 문화가 민주주의와 결합된, 트렌디하고 고도화된 광장 문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세대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공연자와 청자가 아우러지는 모습은 마당 문화의 영향이다. 떡볶이, 어묵 등을 나눔하는 분식차나 음료 선결제 등의 문화는 한민족의 ‘흥’ 문화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또한 2030세대가 다수 참여한 2024년부터의 ‘응원봉’ 시위는 케이팝의 콘서트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해가 갈수록 발전하는 한국인의 시위문화는 ‘고도의 정치문화 표현행위’다.
2부,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들’은 주로 음식문화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취향을 풀어본다. 떡볶이와 불닭볶음면으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매운맛은 이미 세계에서 사랑받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먹방’도 세계로 수출 중이다. 한국인의 독특한 먹거리 문화는 대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물로,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이중적인 고통으로부터 발출되었다. 한국인의 치맥 문화를 상징하는 프라이드치킨 역시 IMF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리해고된 가장들이 주업으로 삼아 이루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 음식의 유행은 한국을 특징짓는, 도시적 스트레스의 세계적 유행의 결과이기도 하다.
3부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에서는 한국인의 오랜 풍습을 이야기한다. 가령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는 조선 시대까지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은행권 대출이 수출기업으로 쏠렸고, 자금 마련이 필요하던 집주인들이 사금융의 방식으로 자기 주택을 이용한 것이 전세제도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학자의 글이지만, 쉽고 간결한 문체와 풍성한 예시들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독자들도 몰랐던, 한국인의 모든 비밀과 궁금증을 A부터 Z까지 풀어낸다.
한국인은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끈기와 단결력, 혁신적인 사고로 이를 극복해 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IMF와 코로나 팬데믹 등 위기에도 창의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모습은 한국인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국가적 혼란 상황 역시 한국인들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