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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 ISBN-13
    978-89-364-3974-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창비 / (주)창비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3-2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성해나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창비 #소설집 #한국문학 #한국소설 #현대소설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368 Page

책소개

“‘몰입’의 파티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배우 박정민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 선정!

지금 가장 생생하고 뜨거운 이름,

성해나라는 강렬한 세계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 수록

 

작품마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서늘한 서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어가고 있다 평가받는 작가 성해나가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선보인다. 성해나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선정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화제성을 증명한 바 있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창비 2023)에서 오해와 결별로 얼룩진 과거에 애틋한 인사를 건네고자 했던 그가 『혼모노』에 이르러 더욱 예리해진 문제의식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를 통해 지역, 정치, 세대 등 우리를 가르는 다양한 경계를 들여다보며 세태의 풍경을 선명하게 묘파해낸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해 끊임없이 호명되며 문단을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작가에게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선사해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 계절의 소설과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스무드」 등이 수록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의 ‘신명’이라 불”릴(추천사, 이기호) 만큼 “질투 나는 재능”(추천사, 박정민)으로 빛나는 『혼모노』, 그토록 기다려왔던 한국문학의 미래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경계에서 ‘혼모노’를 묻다

 

『혼모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本物’(ほんもの)의 음차 표기로, 한때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한 인터뷰를 통해 본디 긍정적인 뜻을 지닌 이 단어가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듯, 이 소설집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인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어느 날 신령으로 모시고 있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앞집으로 이사 온 스무살 남짓의 ‘신애기’는 “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145면)더라며 자신에게 왔노라 말하고, 이는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문수는 ‘가짜’ 무당으로나마 살아가려 ‘진짜’인 척 분투하지만, 모형 작두를 구하는 와중에도 “선무당이나 하는”(122면) ‘오늘의 운세’란 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고,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120면)며 조소하는 신애기를 염오하면서도 그 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마음을 쓰는 그는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분리된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해설, 양경언)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한편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수할멈을 모셔왔던 중년의 문수와 “할멈과 동등”(144면)해 보이는 젊은 무당 신애기의 대립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신구 세대 간의 반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처럼 「혼모노」는 개인의 욕망과 번민을 들여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갈등이나 전통과 현대의 대립 등 사회적 쟁점에까지 질문을 던지는 도발적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숨 쉴 틈 없이 파고드는 압도적 서사

훔치고 싶은 재능으로 빛나는 한국문학의 미래

 

이러한 문제들을 시의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다루는 또다른 작품 「스무드」는 세계적인 미술가 ‘제프’의 에이전트이자 재미 한인 3세인 ‘듀이’가 난생처음 한국을 방문해 겪게 된 하루 동안의 일을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을 “뱀술이나 개고기를 파는 상점이 즐비한 우범지대”(69면)로 여길 만큼 무지했던, ‘진짜’ 미국인보다도 “더 미국인 같”(69면)은 그는 제프의 작품 전시를 위해 찾은 한국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든”(84면) 이들의 행렬 속으로 섞여들어간다. 그 “축제”(86면)의 현장에서 따스하고 온정이 넘치는 노인들을 마주하며 그는 한국에 유대와 소속감을 느끼게 되지만, 조건 없는 온정을 나누던 노인이 광화문 광장을 일컬어 ‘이승만 광장’이라 부르는 순간 “불안도 결핍도 매끈하게 깎여나”(82면)가 구(球)의 형태를 띤 제프의 미술품처럼 소설을 즐기고 있던 우리는 마음 한편에서부터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의 화자 ‘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곤’을 좋아하는 소위 “찐”(12면) 팬들의 모임 ‘길티 클럽’의 회원이다. 김곤은 과거에 저지른 어느 사건으로 대중에게 윤리적 질타를 받고 있지만, 길티 클럽의 회원들은 그 사건을 덮어놓고 쉬쉬하는 것이 ‘진짜’ 팬의 역할이라 여긴다. ‘나’ 역시 ‘진짜’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사건을 부정하지만, 정작 김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자 자기 안의 무언가 터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훗날 방문한 치앙마이의 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만지기’ 체험을 하던 중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이처럼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팬덤 문화를 통해 ‘길티 플레저’라 불리는 이율배반적 욕망을 핍진하게 다뤄내는 한편 우리가 손쉽게 ‘찐’(진짜)으로 여기는 것들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 역시 제각기 독창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바탕으로 그토록 잔악무도한 건물을 설계한 이는 누구인가를 일종의 추적 다큐멘터리처럼 다뤄낸 팩션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임신한 자식의 원정 출산을 앞두고 며느리와 시부가 적나라한 욕망의 다툼을 벌이는 세태소설 「잉태기」, 지역 재생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인물들이 “아이디얼한”(211면) 뜻을 품고 귀촌한 이들과 만나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게 되는 「우호적 감정」과 고등학교 시절 메탈 밴드를 함께했던 세 친구가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애틋하게 풀어낸 「메탈」까지, 각각의 수록작들은 배우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추천사)라는 말마따나 한편 한편이 현실의 귀퉁이를 잘라 온 듯 생생하고 선명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설 속 세상을 고스란히 추체험하게 한다. 한번 펼쳐들면 멈출 수 없는 압도적인 서사는 두툼한 소설집을 한번에 읽어나가는 쾌감까지 선사할 것이다.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끝없이 ‘진짜’와 ‘가짜’의 사이를 오가며 ‘혼모노’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성해나는 결코 매끈하고 부드러운 구(球)와 같은 정답을 길어올리지 않는다. 『혼모노』가 멈춰 서는 곳은 오히려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경계의 울퉁불퉁하고 위태로운 모서리 위이다. 완벽한 정답이나 오답, 완전한 선인이나 악인이 없는, 거창한 결별도 손쉬운 봉합도 없는 이 “차마 삼키지도 뱉지도 못”(240면)할 다면체(多面體)의 대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짜’에 대한 탐구이되, 진실하게 걸어나가고자 하는 그 일로부터 결코 힘을 빼지 않”(해설)고 한국문학의 내일을 열어나갈 성해나의 믿음직한 걸음을 따라 그 모호한 경계를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 일일 것이다.

목차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혼모노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

 

해설 | 양경언

추천의 말 | 이기호·박정민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본문인용

야생의 본능을 상실한 호랑이는 무기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미약하게 그르릉거리는 순간도 있었으나 사육사가 고무망치로 앞발을 내리치자 금세 잠잠해졌다. (…)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64~65면)

 

 

수많은 배지에 그 남성의 초상이 담겨 있었다. 군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허공을 가리키고 있는 남성. 미스터 김에게 이 남자는 누구냐고 묻자 그가 화색을 띤 채 외쳤다.

나의 대통령입니다!

그의 표정은 단연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았다. 말보다 마음이 더 앞서는지 흥분된 어조로 존경, 친애 같은 단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초상이 담긴 배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초상 뒤편에 넘실대는 ‘타이극’ 문양이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한국의 링컨 같은 존재인가.

―「스무드」(105면)

 

 

동자님, 입이 쓰면 사탕이라도 드릴까요?

동자들이란 달콤한 것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법. 사탕이라도 물릴 요량으로 찬장을 여는데 등 뒤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수할멈이 점지해줬어. 네놈 앞집에 들어가라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얄궂은 악연의 시작. 혹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신애기 쪽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신애기가 조소했다.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그애는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혼모노」(120면)

 

 

이것은 나와 저애의 판이다. 누구의 방해도 공작도 허용될 수 없는 무당들의 판이다.

(…) 이제는 내 차례다. 수박도 쩍 갈라놓을 만큼 밤새 매섭게 벼려놓은 칼날이 살갗에 닿고 신경을 지난다. 나를 보는 신애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미 입안에서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니까. 하지만 중요치 않다.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혼모노」(150면)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혼모노」(153면)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

여재화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구보승은 화색을 띤 채 말을 이었다. 빛이 공간의 형태를 드러내 조사자에게 두려움을 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무력감을 안길 거라고.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191~92면)

 

 

사람들과 섞여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다 딤섬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얇은 피가 터지며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서로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고 술잔을 채워주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정이 흘러넘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그 안에서, 나는 뜨거운 딤섬을 차마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우호적 감정」(240면)

 

 

시부의 말처럼 나 정말 미친 게 아닐까. 미쳐서 손윗사람에게 부려서는 안 될 표독을 부린 게 아닐까. 도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게 아닐까. 그의 말처럼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내 아이에게 지게 한 건 아닐까. 그런데…… 내가 미쳤다면, 정말 미쳤다면 무엇이 나를 미치게 한 걸까.

―「잉태기」(286면)

 

 

람슈타인, 모터헤드, 주다스 프리스트…… 잊고 싶었지만 깊숙이 잔존해 있던 여러겹의 기억. 귓가로 흘러들어와 온몸을 한바퀴 훑고서도 빠져나가지 않던 격렬한 열기.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두려워하지 않고 한길을 내달리고 같은 꿈을 꾸던 소년들……

―「메탈」(334면)

서평

소설가들은 늘 소재를 찾아 떠도는 존재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더 잦다. 말하자면 소재가 스스로 늦은 밤 작가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며 차랑차랑 열쇠꾸러미 흔들리는 듯한 소리를 내는 일이 더 빈번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작가의 역량과 응대가 시험대에 오른다. 성해나의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에 대한 성실하고 치열한 기록이다. 묘한 것은 그 기록들이 소재의 서사학적 구조 자체에 천착하기보다는, 그 구조를 떠받치는 사람들의 누추한 상처를 투시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건축, 영화, 메탈, 조형예술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사람들만 남는다.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스틸’ 때문에 더 밝게 빛나는 상처들. 세대 간의 갈등을 손쉽게 무마하지 않으려는 정직한 태도, 인위적 도덕을 가차 없이 벗겨내는 담대함, 온기에 속지 않으려는 치열함. 정정하자. 소재가 저절로 작가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성해나가 그 소재들을 불러낸 것이다. 그것을 작가의 ‘신명’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기호 소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충무로는 성해나라는 걸출한 배우를 잃었다. 그야말로 의문의 1패.’

성해나의 작품은 실제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것들투성이다. 구체적이면서도 명료하다. 실로 우습고 담백하기까지 하다. 뛰어난 연기력이다. 책을 읽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명의 인물과 한곳의 장소를 검색해봤다. 완전히 속아버렸다. 질투 나는 재능이다. 성해나의 앞에서 나는 그저 “존나 흉내만 내는 놈”에 불과하다. 가끔 대본을 보다 풀리지 않는 인물이 있다면 그에게 전화를 걸어 해독을 요청해볼까 싶기도 하다. 천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거늘.

이 소설집은 이러한 ‘몰입’의 파티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과 상황과 마음 들이다. 한 사람으로 한 세상을 품는 글들이다. 상황 속에 깊숙이 들어가 적확한 마음을 캐치해 나오는 그의 문장들이 선연하다. 책이 나오면 꼭 다음 문장을 적어 주변 감독님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박정민 드림.’ 박정민 배우

저자소개

저자 : 성해나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 있다. 2024년 「혼모노」로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작가상을, 2025년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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