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공개 수업이 되면 좋을까?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많은 초등학교들이 일 년에 한두 번 학무모를 초대해 공개 수업을 진행한다. 학부모가 교육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자녀의 수업 참여를 지켜보면서 교육적인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겠지만, 사실 수업의 주체인 어린이와 선생님뿐 아니라 초대받은 학부모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특별한 날이다 보니 모두 최고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을 테니 말이다.
《최고의 공개 수업》에서는 아이들마다 다양한 이유로 공개 수업을 반기는 혹은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공개 수업을 바라보는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의 생각도 이야기 속의 인물들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각자가 가진 생각과 환경, 장단점이 모두 다르니 당연한 이치다.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매번 우리가 하는 일을 한번쯤 되짚어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모든 일에는 뜻하는 바가 있고, 실행하는 과정과 결과가 있다. 가능하다면 그 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뜻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란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고봉이네 학급에서 고봉이와 친구들이 만들어 낸 공개 수업은 평소보다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행복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우리’를 빛나게 하는 방법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고의 공개 수업은 이런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공개 수업을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을 걸어 주는 따스한 호의가 느껴진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행복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주인공에게 눈이 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유독 그랬다. 고봉이가 즐겨 먹던 호빵처럼 고봉이를 생각하면 따끈하고 보드라운 이미지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고봉이는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추울까 봐 자기 옷을 기꺼이 내어 주는 사람이고, 전학 와서 혼자인 아이를 살뜰히 챙기는 친구이고, 멀리 타지에서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홀로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에게 에너지가 되어 주는 아들이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주민이고, 친구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일일이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나 자신을 돌보느라 주변을 돌아볼 틈이 부족한 요즘 우리에게 주변을 좀 돌아보라고 살포시 손을 잡는 느낌이었다.
사실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고,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애정이 담길 수 있다. 별것 아닌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일상의 순간에 느끼는 작은 행복들이 모여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의 온도를 끌어올리더니 연상 작용으로 문득 주머니 속의 핫팩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 바깥에서 핫팩 하나만 손에 쥐어도 온몸이 따스해지곤 한다. 그런데 이 핫팩을 그냥 내버려두면 온기가 금세 식어 버린다. 하지만 핫팩을 손에 쥐거나 품에 꼭 안고 있으면 제법 뜨끈한 온기가 오래도록 이어진다. 우리도 고봉이가 손에 쥐어 준 핫팩을 꼭 끌어안고 따스한 온기를 오래오래 느껴 보면 좋겠다. 이 온기를 가까이 있는 가족, 친구, 이웃에게 전해 주면 좋겠다. 고봉이가 행복해 보이는 이유를 이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삶을 가꾸는 아이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린이는 가정, 학교와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니 그 안에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나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느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유능감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학교 수업에서는 바른 자세로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발표 잘하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공개 수업 같은 행사가 있을 때, 그 부분에서 뛰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소외되기 쉽다. 물론 바른 태도로 수업에 임하고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유능감을 발휘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봉이와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 낸 공개 수업은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보여 주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이번 3학년 3반의 공개 수업은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믿고 변화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개 수업은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할까?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공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기 능력을 발굴하고, 친구들뿐 아니라 마을 어른들과도 협력하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마을 어른들이 수업에 초대받아 참여하는 대목에서는 왠지 뭉클함도 있었는데,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떠올랐다.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려면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 비단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웃이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다. 고봉이와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도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알 권리, 참여해야 할 의무를 함께 지니면 좋겠다. 서로를 존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읽는 내내 흥미롭고 마음이 꿈틀거렸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