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AI와 알고리즘이 사고를 대체하는 시대에, 우리의 사고력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속도만을 중시한 나머지, 버퍼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평범한 결과물만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머릿속이 과부하로 인해 잠시 멈추는 '버퍼링'의 순간을 창의적인 사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버퍼링을 단순한 정지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발상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볼 때, 뇌가 즉각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오히려 뇌가 기존의 정보를 재정렬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면서 더 창의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버퍼링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답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깊이 있는 생각의 기회를 놓쳐버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다.
- 「속도의 시대, 버퍼링의 순간을 활용하라」 중에서
아침부터 정신없이 회의를 준비하다가, 막상 발표할 차례가 되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 새로운 기획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순간.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돌아보면 '내가 뭘 했지?'라는 허무함이 밀려오는 밤. 이러한 순간들은 단순한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내 머리가 굳어버린 걸까? 우리는 이런 순간을 두려워한다. (…) 하지만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런 '버퍼링 순간'에 주목한다. 당신의 뇌는 지금도 일하고 있다. 단지,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출근길에 뉴스를 스크롤하며, 하루 종일 메신저와 이메일을 체크한다. 회의에서는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받고, 업무에서는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심지어 퇴근 후에도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소비하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피로를 푼다. 현대인의 뇌는 쉬지 않고 가동되는 CPU와 같다.
- 「생각이 멈춘 순간, 당황하는 당신에게」 중에서
우리는 마치 뇌가 멈춘 듯한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갑자기 말문이 막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생각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러한 순간을 보통 '무능함'이나 '집중력 저하'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깊이 있는 사고를 준비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을 나는 버퍼링 씽킹(Buffering Thinking)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동안 잠시 멈추는 '버퍼링(Buffering)'과 비슷한 개념이다. 화면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복잡한 정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 뇌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멈추고 정보를 정리하거나 새롭게 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버퍼링 순간은 특히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어느 순간 사고가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뇌가 단순한 연산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즉, 버퍼링 순간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뇌가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 「버퍼링 순간, 불안이 아닌 기회다」 중에서
'버퍼링 순간'을 단순한 멈춤이 아닌, 창의적인 사고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SCORE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SCORE는 창의적인 사고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한 모델로, 각각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관찰(Sense) → 제약(Constrain) → 재구성(reOrganize) → 연결(Relate) → 실행(Execute)이라는 다섯 단계는 단순히 생각하는 방법이 아니라, 버퍼링 씽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버퍼링 순간은 단순히 사고가 멈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사고의 출발점이며, 이 순간을 잘 활용할 때 창의적인 사고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이는 마치 씨앗을 심어 놓고 바로 나무가 자라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 창의적인 사고는 단계적인 사고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이제 SCORE 프레임워크의 각 단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보자.
- 「버퍼링 타임 200% 활용법」 중에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카발란(Kavalan)은 꽤 잘 알려진 브랜드다. 다수의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2015년 WWA(World Wishkies Awards)에서 월드 베스트 싱글 몰트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이하게도 카발란 위스키는 대만 제품이다. 전통적으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와 같이 서늘한 기후에서 오랜 시간 숙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도전적인 시도였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천사의 몫'이라고 불리는 증발량을 크게 증가시켜 숙성 시 많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년 무려 15% 정도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카발란은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진행되는 숙성을 제품의 이점으로 전환했다. STR(Shaving, Toasting, Re-charring) 공법을 통해 짧은 숙성 기간에도 깊은 풍미를 얻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대만이 기후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품질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기반이 되었다. 사실 위스키에서 중요한 건 맛과 풍미지 숙성 기간이 아니지 않는가. 숙성 기간은 오랫동안 위스키의 품질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입맛에 얼마나 풍부하면서 균형 잡힌 맛을 제공하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 「틀을 깨지 말고 틀을 비틀어라」 중에서
최근 나이키를 위협하는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 호카(HOKA) 가 좋은 사례다. 전 세계 러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장 점유율에서도 놀랄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호카는 2009년에 설립되었고, 2013년에는 데커스(Deckers)에 인수되어 지금은 매출 1조 원이 넘는 메이저 회사로 성장한 스포츠 브랜드다.
호카가 반영한 극단적인 고객의 요구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반영했을까? 그건 바로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 르게 뛸 수 있는 신발이었다. 러너들은 평지만 뛰는 것이 아니 다. 때로는 오르막도 올라야 하고 가파른 언덕도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충격이나 부상의 위험 때문에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균형 잡기도 어려운 내리막길에서 훨훨 날아다 닐 수 있는 신발이라니,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호카는 쿠셔닝과 접지력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착화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독특한 밑창으로 내리막에서 받는 충격도 흡수하는 러닝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실 호카의 제품은 그다지 예쁘지 않다. 특히, 처음 제품이 등장한 2009년에는 스니커즈처럼 얇고 깔끔한 미니멀리즘 슈즈가 유행이었는데 호카의 디자인은 정반대인 맥시멀리즘이었으니 더욱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색상도 너무 화려하고 브랜드 로고는 지나치게 크며 커다란 밑창은 기괴해 보인다. 그러나 못생긴 만큼 편안하다는 인식이 있어 간호사처럼 오래 서 있는 직종의 고객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호카를 신어 본 고객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폭신폭신한 느낌이라고 한다.
-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 비즈니스의 나침반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