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프로이트의 생애와 작품 세계
프로이트는 1896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심각한 신경쇠약, 불안한 꿈들, 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꿈과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 자기 분석을 수행했고,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과 어머니의 애정을 둘러싼 경쟁심을 탐구하면서 신경증의 기원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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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프로이트는 입천장에 통증을 동반한 종기를 발견했지만 증상이 사라지자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후 1923년 2월, 종양이 재발하여 확산되자 프로이트는 자신의 흡연 습관으로 인해 백반증 또는 상피종이 발생한 것으로 자가진단했다. 흡연을 포기하기를 꺼렸던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증상을 비밀에 부쳤다. 나중에 피부과의사 막시밀리안 슈타이너에게 진단받았는데, 그는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병변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담배를 끊으라고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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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한 프로이트에게 살바도르 달리, 슈테판 츠바이크, 레너드와 버지니아 울프 부부, H. G. 웰스 같은 저명인사들이 방문하거나 연락을 취해왔다. 1936년에 이미 프로이트를 외국인 회원으로 선출한 바 있었던 왕립학술원 대표단이 찾아와 헌장에 서명하여 회원 자격을 얻도록 했다. 6월 말경에 런던에 도착한 마리 보나파르트는 빈에 남아 있는 프로이트의 네 자매를 영국으로 데려올 방안을 논의했다. 그들은 모두 고령의 나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애를 썼음에도 출국 비자를 얻는데 실패해서 그들은 모두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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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초 프로이트는 브로이어의 치료법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특정 기억이나 감정을 떠올리도록 강하게 요구하는 ‘압박 기법’과 새롭게 개발한 해석 및 재구성 분석 기법을 결합한 치료법을 사용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치료를 통해 1890년대 중반의 환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고백을 받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 성적 학대 경험이 신경증의 원인이 된다는 ‘유혹 이론(Seduction Theory)’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이론에 의문을 품고는, 환자들의 고백이 실제 경험이 아닌 어린 시절 부모와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 성적 욕망을 경험하고 이에 따라 갈등을 겪는 심리적 상태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환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이러한 환상이 유아기 자위행위에 대한 기억을 억누르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개인이 불안이나 스트레스, 내적 갈등으로부터 자아self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을 의미)라고 보았지만, 후에는 타고난 욕구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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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꿈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생각에 의해 유발된다고 한다. 프로이트가 ‘꿈-작업(dream-work)’이라고 부른 과정에서 언어 규칙과 현실 원리에 따르는 사고(이차 과정 또는 언어 표상)는 쾌락 원리와 소망 충족, 그리고 억압된 어린 시절의 성적 시나리오에 의해 주도되는 무의식적 사고(일차 과정 또는 사물 표상)로 전환된다.
이러한 무의식적 사고는 종종 어린 시절의 성적 욕구를 포함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꿈-작업은 왜곡, 전위, 응축을 통해 억압된 생각들을 숨겨서 우리가 계속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검열 기능을 수행한다.
임상 환경에서 프로이트는 꿈의 명시적인 내용에 대한 자유 연상을 장려했다. 이는 꿈 이야기 속에 드러난 억압된 욕구나 환상과 같은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고, 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프로이트는 꿈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꿈이 단순히 소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사고’라고 보았다. 그는 ‘꿈 형성과정’이 바로 꿈의 본질이며, 이 과정을 통해 꿈이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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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더욱 발전시킴에 따라 정상적인 발달 과정은 근친상간적 욕망을 포기하는 아이의 여정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이때 아이는 거세 위협을 상상 속에서 경험하거나 (여아의 경우) 이미 거세되었다고 상상하며 욕망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는 아이의 부모에 대한 ‘경쟁적인 동일시(rivalrous identification, 다른 사람, 특히 부모와 같은 강력한 인물과 같아지려는 욕구와 동시에 그들을 경쟁 상대로 여기는 복잡한 심리 상태를 의미)’가 자아이상(Ego ideal, 개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자기 모습, 즉 도덕적 가치관이나 이상적인 자아상을 의미)과의 ‘평화로운 동일시’로 변화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는 유사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인정하고 타인의 분리와 자율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모델이 모든 인류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론임을 주장하며, 고대 신화와 현대 민족지학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하려 했다. 특히 그는 토테미즘이 부족 사회에서 발생하는 오이디푸스 갈등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의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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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정신이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반복하거나 심지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이는 죽음 충동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죽음 충동은 생명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외상성 신경증 환자의 꿈이나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이러한 반복 강박을 확인하고, 이는 쾌락 원칙과 상충될 수 있지만 동시에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 외에도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스러운 경험을 반복하려는 경향, 즉 반복 강박을 발견했다.
그는 이러한 반복 강박이 단순히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를 넘어 생명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죽음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인 ‘죽음 충동’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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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여성의 성적 발달 과정에서 소녀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에 주목했다. 그는 소녀들이 초기에는 남녀의 성적 특징을 구분하지 않고 성기를 중심으로 쾌감을 느끼다가, 성장하면서 아버지에게 애착을 느끼면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 과정에서 소녀들은 음경을 갖고 싶어 하는 ‘남근 선망’을 경험하는데, 이는 여성성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남근 선망으로 인해 여성들은 평생 남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신경증에 더 취약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여성의 심리를 ‘여성의 수수께끼(enigma of women)’라고 표현하며, 여성의 성적 발달 과정이 남성과는 다르게 복잡하고 불안정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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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학자 재클린 로즈(Jacqueline Rose)는 프로이트의 여성성 이론에 대한 비판이 너무 단순화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로즈는 프로이트가 초기에는 여자아이들이 남성의 성기를 가지지 못해 느끼는 열등감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후기에는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여자아이의 다채로운 심리와 성적 발달을 제한하는 일종의 ‘상처’로 보았다고 분석한다. 즉 프로이트가 여성성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여성의 성적 발달 과정이 남성과는 다르게 복잡하고 다층적인 과정임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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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연구는 종교적 충동의 기원과 종교가 제공하는 위안의 환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켰으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의 삶, 특히 종교적 신념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함으로써 인간 심리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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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프로이트는 20세기 심리학자 중 세 번째로 많이 인용될 만큼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정통적인 견해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가 등장하면서 인문학, 신경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정신분석이 과학적 방법론과 인문학적 통찰력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으로서 여전히 현대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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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 마르크스, 아인슈타인을 ‘현대문명의 설계자’라고 부르면서도 마르크스가 역사적으로 더 중요하며 더 뛰어난 사상가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프롬은 프로이트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는 그들의 저서 《반-오이디푸스(Anti-Oedipus)》(1972)에서 정신분석학이 초기에 왜곡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을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서 찾았다. 그들은 이 이론이 개인의 내면에만 초점을 맞춘 이상주의적 관점으로, 정신분석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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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영화와 TV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중 1962년에 개봉한 존 휴스턴 감독의 영화 〈프로이트 : 비밀의 열정(Freud : The Secret Passion)〉은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주연을 맡아 프로이트의 초기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장 폴 사르트르가 집필한 각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1885년부터 1890년까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을 다루며, 다양한 실제 사례와 인물들을 융합하여 극적인 효과를 나타냈다는 평을 들었다.
▶ 제2부. 프로이트의 아포리즘
과거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실제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믿었던 원시적인 정신상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꿈속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실현된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사람은 어떤 것을 원할 때, 처음에는 상상을 통해 그 만족감을 느끼고 이후 그 경험을 반복하려 한다.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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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고통 대부분은 외부 세계의 자극이나 내면의 욕구 불만족에서 비롯된다. 즉, 우리의 정신이 외부의 위협이나 내면의 갈등을 인지하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생성되는 것이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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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범죄자, 특히 청소년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부터 깊은 죄의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죄책감을 외부로 표출시켜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일시적인 안도감을 얻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아와 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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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명인은 살인이나 근친상간은 끔찍하게 여기지만 탐욕, 공격성, 성욕을 채우는 데는 거리낌이 없다. 또한 처벌만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 사기, 비방으로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통틀어 반복되어 왔다. -《환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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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자아’는 사실 완벽한 이상에 가깝다. 반면, 우리의 목적에 부적합한 ‘비정상적인 자아’는 불행히도 현실이다. 사실 모든 정상인은 평균적으로만 정상일 뿐, 정신질환자의 특징을 아주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더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 자아가 어느 한쪽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통해 우리가 불분명하게 표현해 온 ‘자아의 변형’을 일시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종료 가능 및 종료 불가능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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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은 우리 정신의 유연성을 활용해 성적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본능적 목표를 외부 세계에 의해 좌절되지 않을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승화’라고 하는데, 특히 정신적 또는 지적 활동을 통해 쾌락을 얻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승화에 성공하여 그로 인해 운명이나 외부 환경의 영향에서 더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문명 속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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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주의의 진정한 비밀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성적인 영웅주의는 자신의 생명이 추상적이고 공동의 이상보다 덜 가치 있다는 결단에 기반할 수 있지만, 본능적인 영웅주의는 종종 그러한 동기와 무관하게 단순히 위험을 무시하며 행동한다. 루드비히 안첸그루버(Ludwig Anzengruber)의 소설 속 석공 한스처럼, “나에게는 아무 일 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맹목적인 자신감으로 위험에 맞서는 것이 그 예이다. -《전쟁과 죽음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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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이 실제로는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 후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재구성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즉 개인의 ‘어린 시절 회상’은 실제 경험이 아닌, 심리적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민족의 전설이나 신화처럼 집단적인 무의식과 개인의 욕구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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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생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는 자신이 더 이상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다. 이러한 불안은 아이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고 동시에 ‘아이들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는 성별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보다 더욱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이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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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영역에서,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소중한 성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아이에게 생겨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애와 부모에 대한 애착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애적인 욕구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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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는 자기 성기가 남성과 다르다는 것을 성적인 차이로 인식하기보다는 한때 자신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크기의 성기가 있었으나 거세를 통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게도, 여아는 다른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완전한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여아는 거세가 이미 일어난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남아는 미래에 거세가 일어날까 두려워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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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중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이 고통을 받는 것에서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즉, 사디스트는 동시에 마조히스트의 성향을 지닐 수 있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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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변형적 성행위를 연구한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변형된 성행위를 성적전도(性的轉倒, inversion)와 유사한 병적이거나 퇴행적인 징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전의 경우보다 더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일탈 행위, 특히 경미한 수준의 일탈은 정상적인 성생활에서 다른 친밀한 행위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조건이 주어진다면 정상적인 사람도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정상적인 욕구로 대체하거나 병행할 수 있다. 사실 정상적인 성적 욕구에도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보편성은 ‘비정상’이라는 딱딱한 틀로 모든 성적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 부적절함을 보여준다. 성생활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덧붙여 말하자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인 성적 목표에 다소 비정상적인 요소를 더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이 보편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도착’이라는 용어를 비난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성생활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성적 행위와 ‘병적’인 성적 행위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 이론에 관한 세 가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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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경증이 불필요하며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신경증 현상이 치료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증은 단순히 몇 가지 발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며 때로는 평생 동안 이어지는 심각하고 체질적으로 고착된 질병이다. -《새로운 정신분석 입문 강의》(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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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따르면 피아노 연주, 글쓰기, 심지어 걷기와 같은 활동이 신경증적으로 억제되는 이유는 손가락이나 다리와 같은 신체 기관이 지나치게 성적 의미를 띠게 되어 그 기능이 저해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신체 기관이 성적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받으면 그 기관의 자아 기능이 손상된다. 이는 다소 엉뚱한 비유일 수 있지만 주인과 연애를 시작한 하녀가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억압, 증상 및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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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원래 마법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오래된 마법의 힘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말로 다른 사람을 축복하거나 절망에 빠뜨릴 수 있다. 선생은 말로 지식을 제자에게 전하고 연설자는 말로 청중을 휩쓸어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좌우한다. 말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우리는 심리 치료에서 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석가와 환자 사이에 오가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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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자들의 주변인 중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행위, 예컨대 영화에서처럼 화려한 치료 장면에만 주목하며 정신 치료의 효과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말로 병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치료의 효과를 의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매우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작 환자의 고통을 ‘단순한 상상’이라고 치부하며 환자의 증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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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우리가 억눌렀던 욕망을 위장된 방식으로 실현시키는 현상이다. 즉, 꿈속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소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꿈 중에서도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담은 꿈이 있는데, 이러한 불안 꿈을 긍정적인 욕구의 표현으로 보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꿈속의 불안을 현실의 불안과 동일시 하고 꿈이 긍정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불안 꿈 역시 억눌린 욕구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즉, 꿈속의 불안이 억눌린 성적인 에너지(리비도)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욕구가 불안으로 나타나 꿈속에서 공격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이처럼 불안 꿈은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억눌린 욕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꿈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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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해석은 정신의 무의식적 활동에 대한 지식으로 가는 왕도이다. 꿈속에서 정신은 평소의 억제에서 벗어나 논리나 도덕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꿈의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무의식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숨겨진 욕망, 두려움, 갈등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꿈 해석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이라고 믿는 이유이다.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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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고통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소망의 실현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해석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말하기 싫거나 생각하기 불편한 주제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꿈이 불러일으키는 불쾌한 감정은 그 주제를 다루거나 논의하는 것을 억제하려는 반감과 동일한데, 불쾌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면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불쾌한 감정이 표출되더라도 소망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꺼리거나 심지어 자신조차도 인정하기 꺼리는 소망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꿈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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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복은 생물학적 한계와 외부 환경,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제약받는다. 우리는 부패하고 소멸될 운명에 처한 몸으로부터, 혹독한 자연환경으로부터, 그리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고통받는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는 우리에게 가장 깊은 고통을 안겨준다. -《문명 속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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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전쟁은 희망으로 가득 찬 삶을 파괴합니다. 전쟁은 개인을 인간다움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인간의 의지에 반하여 동료를 살해하도록 강요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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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해야 할 때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에 의한 죽음을 단순한 사고사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숭고한 운명에 순응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 역시 ‘존재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낸 환상일 수 있다. ‘자연사’라는 개념은 원시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죽음을 외부의 힘, 즉 적이나 악령의 소행으로 여겼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믿음이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생물학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