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해야 하지?’
‘틀리면 어떡하지?’
‘내 생각을 말해도 될까?’
기존의 토론 방식에는 이런 긴장감이 존재했다. 논리적 근거를 통해 상대를 설득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반박할 내용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쟁 중심의 토론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토론은 왜 필요한가?’
흔히 토론은 사고력을 기르고 생각을 표현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토론을 보면 일부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만 효과적이고 나머지 소극적인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토론이 반드시 경쟁적이어야 할까?’
‘모두가 생각을 편하게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며 다름을 통해 배우는 토론이 오히려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토론 방식에 대해 고민한 끝에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이 탄생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p12~13)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의견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안전지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대규모 그룹보다는 소그룹에서 편안함과 안전감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에서는 주로 모둠으로 활동을 준비한다. 모둠 활동을 하면 학생들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교사가 모둠원마다 해야 할 역할을 있다면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서 ‘누군가 하겠지’라는 방관적 태도를 방지할 수 있다.
모둠 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 교사는 모둠을 어떻게 구성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토론 대상자에 따라, 토론 시간에 따라, 토론 주제에 따라 모둠을 빠르고 적절하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둠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학년이 참여하는 독서동아리 토론 수업과 학생자치회 토론, 리더십 캠프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27~28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의 마음을 확 잡고 싶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학습과 탐구의 기본 동력인 호기심 자극이 최고이다.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궁금함과 흥미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세 가지 방법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마음열기로 탁월하다.
먼저 ‘달라진 책 표지를 보고 내용을 예측하기’ 활동은 학생들이 책 표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예측과 상상을 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업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책 표지 보고 찢기 빙고’ 활동은 내 생각과 친구의 생각을 예측하고 맞추면서 작은 긴장감을 느끼고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문지 마술’과 ‘성장하는 그림 마술’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활동으로 책을 읽기 전에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올리는 훌륭한 방법이다. 마술은 불확실성과 놀라움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고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 두 가지 마술 활동은 시각적인 놀라움을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마술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간단한 마술 활동으로 수업 내용을 마무리하면 흥미롭게 수업 정리를 할 수 있고 학생들은 마술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p55~56
작가의 생각을 좇아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펼쳐진다. 이렇게 확장된 사고 안에서 각자 읽은 내용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공유하는 시간은 이야기 안에서 발견한 저마다의 ‘나’를 만나는 시간인 동시에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독자들은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책 속의 내용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책 속 배경과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면서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때 책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나 느낌,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행동에서 보고 배운 점이나 느낀 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느낀 인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효과가 있다. 또 느낌과 감정은 정해진 답이 없기에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는 연습이 되기도 한다.
느낌과 감정으로 시작하면 같은 책을 읽고 나서도 읽은 이에 따라 각자 다른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이후 토의・토론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만났을 때 학생들이 각자가 가진 지식과 정보, 경험과 가치관 등에 따라 책의 내용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도 더욱 존중하고 공감 어린 태도로 수용할 수 있다.
-p86~87
책을 읽고 난 후 그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되새기는 것은 독서의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단계이다. 이는 단순히 줄거리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책이 우리에게 남긴 감동과 깨달음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독서 여정은 책을 덮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책의 내용과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독서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책의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새기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야기 떠올리기의 과정은 책의 내용을 더 오래 더 깊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이는 다음 독서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 우리의 독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p113~114
‘질문으로 토론을 디자인한다’라는 말은 토론의 핵심을 질문에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에서 질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토론의 뼈대가 되는 요소로 전체 토론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질문의 방향에 따라 토론의 방향이 결정되고 참여자들의 사고가 확장되며 궁극적으로는 토론의 깊이와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질문은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열쇠와 같다. 적절한 질문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는 토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질문으로 토론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질문을 만드는 것을 넘어 토론의 전체적인 흐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과정까지도 섬세하게 계획하고 구성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35
전통적인 토론 방식과는 다르게 에르디아 비경쟁토론에서는 모든 학생이 의견을 잘 표현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쓰면서 토론’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쓰면서 토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쓰면서 토론하면 같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에르디아 비경쟁토론 방식 중 침묵의 힘을 잘 살린 ‘침묵 토론’은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토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침묵 토론은 학생들이 말없이 토론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이 방식은 각자의 의견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타인의 관점을 존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침묵 토론은 듣기와 관찰에 초점을 맞추는 대화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p184~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