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개혁 개방 정책, 프랑스와의 역사적 관계, 쌀을 중심으로 한 음식 문화, 군침 도는 야시장과 다양한 시장들, 삼삼오오 모여 제기차기를 하는 사람들, 흥겨운 결혼식 문화, 독특한 베트남 주택, 의외로 쉽게 익힐 수 있는 베트남 문자, 아이들 교육에 열정적인 부모들, 전통 복장인 아오자이 이야기 등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한 많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매력적인 베트남의 여행지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닮은 점이 많은 베트남의 역사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베트남 사회의 모습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베트남의 맛있는 음식 문화를 알아가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다.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작은 관심이다. (p5~6)
사회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과 닮은 젊이 정말 많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국민성도 그러하다. 먼저 역사적인 부분에서 닮은 점을 찾아보면, 두 나라 모두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점과 식민통치 이후 남북으로 분단되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왕조가 통치하던 이전 체제는 파괴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통치는 종료되었지만 북쪽의 베트민(베트남 독립동맹회의 줄임말)이 주도한 민족해방전선(북베트남)과 남쪽의 베트남공화국(남베트남)이 대립했다. 이때 소련과 중국은 사회주의를 강조한 북베트남의 편에 서고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남베트남의 편에 섰다. 그리고 두 진영 사이에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한국의 6.25 전쟁과 비슷한 역사적인 상황이다. (p.32~33)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2023년 기준으로 약 7,000만 대의 오토바이가 있다. 베트남 인구가 약 1억 명이므로 3명당 2대꼴인 셈이다. 베트남에는 왜 오토바이가 많을까?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인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둘째, 오토바이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2022년 베트남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4,160달러로 경제력을 고려할 때 오토바이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된다. 셋째, 도심 교통체증 문제가 심각하다. 교통체증이 심할수록 도로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오토바이는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마지막으로 일본 오토바이 제조사들의 마케팅도 한몫했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등 일본 브랜드는 베트남의 경제화 개방 정책에 맞추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며 시장을 장악했다.
오토바이의 확산은 베트남에 오토바이 주차 서비스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조금 큰 상점이나 음식점을 가게 되면 가게 앞에서 오토바이를 정리하고 주차 공간을 만들어 주는 ‘오토바이 주차 요원’을 흔히 볼 수 있다. (p.63~65)
연유 커피는 베트남의 기후에서 기인한 독특한 커피다. 베트남은 연평균 기온이 높아 우유 보관이 어려웠기에 보존성을 높인 연유를 사용했다. 연유는 우유에 설탕을 약 40% 넣어 졸여서 만든 우유로 당도가 높고 보존성이 뛰어나다. 연유의 단맛은 탄 맛이 강한 로부스타 커피와 잘 어울려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가 된다. 연유 커피는 따뜻하게 마실 때 커피와 연유가 잘 섞여 풍미가 더욱 풍부해진다.
계란 커피(에그 커피)는 하노이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커피로 꼽히는데 그 기원이 꽤 흥미롭다. 1940년대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호텔에서 일하던 응우옌 지앙이 우유가 떨어져 곤란하던 상황에서 우유 대신 계란 노른자와 연유를 섞어 커피를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지금은 계란 노른자, 연유, 우유, 설탕, 바닐라 향을 섞어 커피 위에 부드럽고 달콤한 거품을 얹어 만든다.
계란 커피는 한국의 ‘달고나 커피’와 유사한 점이 있다. 커피, 설탕, 물, 우유를 400번 이상 저으면 우유 단백질 속으로 설탕이 갇히면서 크림이 되는데, 달고나 커피는 이 크림을 우유 위에 올려 만든다. 계란 커피는 설탕, 물, 달걀 노른자를 섞어 만든 거품을 커피 위에 올려 만드는 방식이다. 두 커피 모두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직접 시도해 봐도 좋겠다. (p.76~77)
‘도이머이 정책’은 베트남에서 경제 개혁과 개방을 뜻하는 정책이다. 도이Đổi는 ‘변화’를, 머이mới는 ‘새로운’을 의미하므로 도이머이는 ‘새롭게 변화한다’를 뜻한다. 한국어로는 ‘쇄신 정책’이라고 불린다. 1986년에 베트남 공산당 6차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이 정책의 핵심은 경제 개혁과 개방을 통해 베트남을 발전시키고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중략) 1986년 6차 전국대회에서는 도이머이 정책을 공식 발표하며 베트남 경제의 대대적인 혁신을 시작했다. 첫째, 중앙 계획 경제를 폐지하고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었다. 둘째, 국가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여 새로운 경제 체제에 맞는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이러한 변화에 초기에는 위기를 겪었지만 베트남 경제는 점차 발전을 거듭하여 현대화와 산업화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p.143~144)
베트남의 중추절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의 추석은 수확의 계절을 맞아 조상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의 성격이 강하다. 베트남의 중추절도 원래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용신에게 재를 올리는 날이었지만 20세기부터는 ‘아이들의 명절’로 변화했다.
중추절이 되면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면이나 등불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들은 등불을 들고 부모와 함께 보름달을 보러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베트남 도시 곳곳에서 등불 전시회도 열리는데, 거리에는 다양한 색상의 등불이 가득하고 아이들은 등불을 들고 행진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별 모양, 연꽃 모양 등 다양한 디자인의 등불이 중추절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p.17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