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트라우마
불편한 감각이 깨어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단순히 삶의 고통을 견디는 존재가 아니다.
주변인에 의해 입은 상처와 내면의 혼란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인간이 분노할 때 어떤 얼굴을 갖게 되는지, 절망이 깊어질수록 얼마나 날카롭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누군가는 타인의 무관심 속에서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고, 누군가는 억눌러 온 감정이 폭발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몰락은 단순한 파괴가 아닌 필연적 결과처럼 묘사되며 보는 이에게 묵직한 충격을 안겨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자는 억눌린 감정이 무너지고 욕망이 소멸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변호할 권리
K시 대덕구 구치소 접견실에서 변호사는 피의자 이영주 양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아빠가 죽은 후 함께 살게 된 엄마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되는데….
▶ 상흔
남들보다 모자란 어머니와 살인자 집안의 아버지 사이에서 방치만 당하던 나는 그룹홈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연 언니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친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연 언니는 자살한다.
▶ 해마
번번이 공모전에 낙방한 나는 절필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떠난 제주도에서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폭포는 오직 정방폭포뿐이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엉뚱한 여자를 만난다. 큰 캐리어를 가지고 여행하는 그녀는 내게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한다.
▶ 마리모
캠퍼스 도서관에 틀어박혀 세 번째 국어과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나(유연). 어느 날 오후 두통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는 길, 정문 근처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게 방문 선물로 작고 노란 상자를 건네는데….
▶ 아귀 마을
‘학업중단숙려제 대상 학생’이라는 통보를 받고 집으로 쫓겨난 나(선우). 지난 수요일에도 집구석에 틀어박혀 롤이나 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묵직한 덩어리가 땅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튀어 나갔다. 이미 주차장에는 사람들이 웅성대며 둥글게 모여들었다.
▶ 해방
작가였던 아버지는 가난한 형편 때문에 땅 부자였던 최 씨의 외동딸인 어머니와 결혼했다. 불행해진 이는 바로 내 어머니였다. 가슴 치며 지새우는 밤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해산 소식을 듣고 저수지에 스스로 뛰어들어 죽었단 말에 나는 그를 증오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