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봉준호 되기

봉준호를 만든 교과서와 스승들


  • ISBN-13
    978-89-8218-361-4 (0368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강 / 도서출판 강
  • 정가
    2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3-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남다은 , 정한석
  • 번역
    -
  • 메인주제어
    영화감독, 제작자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영화감독, 제작자 #봉준호 #영화이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5 mm, 348 Page

책소개

모두가 기다렸던 방식으로 ‘봉준호’를 말한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나의 지난 이야기다. 과거의 마침표이자 미래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봉준호(영화감독)

 

2025년 3월 현재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봉준호는 이제까지 일곱 편의 장편을 선보였다. 대부분은 비평적 찬사를 받았고, 네 편은 광범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영화를 눈여겨봐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는 한 번도 전작의 성공 공식에 기대 다음 작품을 만든 적이 없다. 실제 미제 사건을 미결의 범죄스릴러로 재현한 두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2003), 불과 110억 원의 제작비로 괴수가 단 125숏에만 등장하는 희귀한 크리처 영화 〈괴물〉, 아들의 살인죄를 숨기기 위해 목격자를 살해한 엄마가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으로 끝나는, 떠올리기조차 힘든 괴이한 범죄스릴러 〈마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대형 국제적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 그리고 다시 한국적 상황으로 돌아와 초대형 세트에서 홍수의 재난을 만들어낸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봉준호는 자신을 탈진시킬 정도로 모험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도무지 흥미가 없다는 듯, 도전적인 작업을 계속해왔다.

 

어떤 영화를 본 뒤에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머릿속을 열고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그 영화가 예상치 못한 지적 감정적 충격을 주었거나, 작품의 화술과 기예가 너무도 경묘해 찬탄을 불러일으켰을 때일 것이다. 이 책의 필자들에겐 봉준호가 그런 감독이다. 〈괴물〉(2006)에서 송강호 가족이 합동 장례식장에서 바닥을 뒹굴며 난동과도 같은 합동 오열을 할 때, 〈마더〉(2009)에서 취조 형사 송새벽이 뜬금없이 세팍타크로 강의를 늘어놓다 돌연 용의자 원빈의 입에 물린 사과를 돌려 찰 때, 〈기생충〉(2019)에서 피와 땀이 범벅된 지하실 남자가 벽에 머리를 박다가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리스펙”이라고 소리 지를 때, 이 예측 불가능하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동시에 우스꽝스럽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있는데도 어떻게 그토록 조밀하고 유연하고 단단한 하나의 덩어리를 빚어낼 수 있었을까. 영국에서 봉준호와 대담을 진행한 감독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2019)의 표현대로 그의 “미친 두뇌(insane brain)”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제목 ‘봉준호 되기’도 존 말코비치의 두뇌 속으로의 가상 여행을 다룬 〈존 말코비치 되기〉(스파이크 존즈, 1999)에서 힌트를 얻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창작 과정에서 창작자의 두뇌가 작동하는 비밀스런 메커니즘은 분석적 접근이 불가능한 마법에 속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조금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는 없을까. 이런 호기심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봉준호는 어떤 감독보다 다양한 텍스트들에서, 혹은 뜻밖의 텍스트들에서 영감을 얻는 창작자이다. 그리고 그 영감의 원천들은 어떤 다른 감독의 경우보다 더 직접적으로 작품에 새겨져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그에게 더 많이 물어서 그 영감의 원천들을 더 넓게 더 깊이 알고 싶었다. 

두 필자는 이 책을 위해서 봉준호 감독과 모두 여덟 시간에 걸쳐 네 차례의 대화를 가졌다. 그의 영화적 교과서와 스승들뿐만 아니라 구체적 텍스트로 환원될 수 없는 환경과 기질과 취향도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친절하고 세심하게 답해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고등학생 때 성당 간행물에 그린 일곱 쪽짜리 만화(김동인의 단편소설 「거지」의 결말을 충격적으로 바꿔 그렸다)를 포함해 여러 유용한 시각 자료도 제공해주었다. 어린 봉준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TV라는 ‘시네마테크’/‘이야기 상자’, 만화와 애니메이션, 불안과 서스펜스의 범죄스릴러 세계(추리소설)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이 책의 1부 ‘TV소년 준호’ ‘미래소년 코난’ ‘만화의 광맥’ ‘소설과 불화한 추리광’ 장에 녹아들었다. 독자들은 여기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뿌리와 원천만이 아니라 ‘걸출하고 개성적인 이야기꾼’의 탄생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주목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의 영향 관계, 두 감독의 공통 유전자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면서 히치콕의 창조적 계승자로서 봉준호 감독의 고유한 영화적 인장과 비밀에 다가간다(1부 7장 ‘히치콕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봉준호 감독의 본격적인 영화 수업기인 대학 시절, 그가 체감했던 시대의 부조리는 ‘부조리와 욕망의 스승,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 장에서 봉준호 영화의 곳곳에 스며 있는 설명하기 힘든 정념의 장면들, 아이러니한 영화적 수사학과 함께 조명된다.  

2부 ‘봉준호와의 대화 : ‘나’라는 텍스트를 말한다’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육성으로 그 자신의 영화적 원천과 영화 수업 과정, 영화적 영감과 영화 만들기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불안과 강박에 얽힌 개인적인 고백도 접할 수 있다.

3부에는 봉준호 감독을 매혹시키며 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목록들을 생생하게 탐사하고, 봉준호 감독이 꼽은 여러 ‘베스트 목록’을 선보인다. ‘봉준호의 이 한 장면 : 베스트 신 10’에서는 그에게 지속적으로 영화적 영감을 주는 영화의 신(scene)들을 구체적인 장면 설명과 함께 보여준다. (1부에는 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만화, 추리소설 베스트 목록을 담았다.) 

부록으로는 동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강연록 ‘하마구치 류스케가 봉준호에게 배운 것’을 수록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받은 충격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들을 예시로 봉준호 영화의 힘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기생충〉을 보고 난 후, 저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잇는 유일한 존재가 봉준호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봉준호의 영화 세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과 영화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그리고 봉준호의 영화 세계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고 영감을 준 텍스트들, 달리 말해 봉준호만의 영화 교과서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봉준호의 영화적 원천을 되새기면서, 사회성과 정치성과 장르성에 관심이 모아져온 그의 작품들에서, 시청각적 표현들이 영화 서사의 중핵을 이루는 소위 ‘순수영화’적 자질 그리고 이질적 혼종성과 역동적 응집성이라는 성격이 더 깊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책이 봉준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그로부터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목차

머리말

 

1부

1장 | TV소년 준호

2장 | 미래소년 코난 I

3장 | 미래소년 코난 II

4장 | 만화의 광맥

5장 | 소설과 불화한 추리광

6장 | 시대라는 텍스트 혹은 컨텍스트

6-1장 | 부조리와 욕망의 스승, 

7장 | 히치콕의 거대한 그림자

7-1장 | 히치콕과 봉준호의 공통 유전자

7-2장 | 봉준호의 케이크 

 

2부

봉준호와의 대화: ‘나’라는 텍스트를 말한다

 

3부

1장 | 원초적 흥분, 잊혀진 장르 영화의 기억

2장 | 봉준호의 만신전: 베스트 영화 10

3장 | 봉준호의 이 한 장면: 베스트 신 10

 

부록

하마구치 류스케가 봉준호에게 배운 것

본문인용

“봉준호의 TV 생활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방을 조악하나마 마침내 극장처럼 꾸미기에 이르렀다. 이제 그의 작은 방은 비유적으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의 영화관이 되었다. 봉준호는 ‘나의 시네마테크는 TV였다’라고 말했다.” (15쪽)

 

“봉준호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면서 영혼과 구원이라는 진지한 난제들에 빠져드는 대신, TV라는 현대의 주물을 부둥켜안고 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듣는 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 걸출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키워갔다. 오늘의 관객인 우리로서는 소년 봉준호가 문학이 아니라 TV에 심취한 건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1쪽)

 

“봉준호는 스콜세지와 스필버그라는 상반된 스승에게 모두 배웠다. 그 배움을 통해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공포와 강박과 호기심을 내밀하게 새겨넣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26쪽)

 

“미야자키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미래소년 코난〉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물었을 때 봉준호는 이렇게 말한다.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어렸을 때 되게 원초적으로 체험했다. 그게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라는 것도 몰랐고. 하지만 숏의 느낌이나 배열, 카메라 움직임이라든가 편집하는 방식, 액션의 연출 같은 것들이 지금 봐도 정말 훌륭한 게 많다.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저거는 정말 영화적이었던 거다. 천재적인 장면들이 되게 많다. 〈미래소년 코난〉은 내게 뭔가 특별한 작품이다. 이래저래 그냥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원한 교과서 같은 느낌이랄까.’”(31∼32쪽)  

 

“봉준호는 소년기에 맛본 감각적 원체험을 소중히 보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안겼던 아득한 흥분 또는 안식처와 같은 평온함을 틈나는 대로 어루만지면서 지금도 생생하게 창의적 동력으로 체화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미래소년 코난〉은 봉준호와 그의 영화에 영감을 준 중요한 작품들 중 가장 예외적이거나 덜 말해진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의 무엇이 이토록 오래도록 봉준호를 매혹시키고 있는 것일까. 혹은 어떻게 봉준호 영화와 교감하고 있는 것일까.”(32쪽)

 

“봉준호가 사랑하는 예의 그 강력한 수직성과 그로 인해 조성되는 주제와 환경과 운동에 관한 면모들은 이렇듯 〈왕과 새〉와 〈미래소년 코난〉에서 다수 발견된다. 단, 자신의 영화에서 봉준호는 수직의 성질을 더 기괴하고 비대하게 비틀어 아이러니한 주제와 결합시키고 예측불허의 결말에 도달한다. 그때 인물들은 난감하거나 혹독한 극단에 서게 되고, 관객은 시각적 충격에 휩싸이는 동시에 정서적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고 나면, 크든 작든, 시작이든 끝이든, 행운이든 불행이든, 부정이든 긍정이든, 인물과 상황의 그 모든 것이 전환 혹은 리셋된다.” (76∼77쪽)

 

“TV 앞에 앉아 있던 소년은 영화감독이 되었다. 누구도 봉준호 영화의 황당무계함을 단점으로 지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영화의 황당무계함은 역사, 세계, 존재, 사실, 계급 등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을 직시하고 끌어안을 때 비로소 더 철저하게 황당무계한 것이 된다. 그것이야말로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그의 인장이다. 한강 교각 위에 매달려 있는 괴물(〈괴물〉), 이수 교차로 아래에서 수줍고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커다란 돼지 한 마리(〈옥자〉)로부터 시작하여 세상의 저변을 드러내는 봉준호의 영화는 그 허무맹랑함과 황당무계함을 폭력적인 역사와 공고한 현실의 틈새로 주입하여 잔혹한 코미디와 황당한 비극을 펼쳐낸다. 봉준호는 너무 허무맹랑해서 희귀하고 값진 창작자다.” (78∼79쪽)

 

“만일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는가, 라는 질문에 봉준호는 망설임 없이 ‘만화가’라고 답했다. 심지어 자신이 성공한 영화감독이라기보다 실패한 만화가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콘티(스토리보드)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도 만화가가 되지 못한 미련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봉준호는 TV소년이었던 만큼 만화소년이기도 했다.” (93쪽)

 

“〈마더〉에서 어미는 자식의 오줌 자국을 살펴보다 멀어지는 아들의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본다. 봉준호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아득한 느낌의 익스트림 롱숏은 행동이 아니라 영화 전반의 정조를 은밀하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숏의 정서적 효과는 만화의 거대 프레임의 효과를 연상케 한다.”(107쪽)

 

“사건의 서사인 봉준호 영화는 종종 표면상의 사건 해결이 아니라 이런 장면들이 주는 불가지의 아득함을 향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가설이지만 이런 장면들이 봉준호가 영화의 표현 도구에는 결여된 ‘프레임도 홈통도 사라진 거대한 페이지’의 감흥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구현하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106∼107쪽)

 

“봉준호 영화에서 시각적 표현은 대사의 역할을 미장센이나 카메라워크가 대신하는 것을 훌쩍 넘어선다. 그것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무드와 감정의 문제와 연관된다. 이것은 심리적 분석과는 다른 차원의, 미장센의 주관성 혹은 공간의 주관성이라는 문제다. 요컨대, 봉준호가 멀리한 건 소설 일반이 아니라, 개인 경험의 전면적 표현으로서의 소설이며, 단어와 문장에 작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따라서 영화가 접근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123쪽)

 

“봉준호는 탐정이나 형사가 범죄의 트릭과 비밀을 천재적으로 풀어나가는 표준적 추리소설에는 몰입하지 못했다. 현란한 지적 게임이 아니라 음울한 무드와 불안이 주조음인 비전형적 추리소설이 10대의 봉준호를 깊이 움직였고, 오늘에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봉준호의 영화 곳곳에 스며 있다.” (125쪽)

 

“‘모호한 것과 모호한 것을 표현하는 건 다르다. 나는 모호한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봉준호가 말할 때, 그는 부조리라는 보이지 않는 피사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회적 부조리와 영화적 흥분 사이의 모호한 거리. 상식의 안정적 인과관계를 슬쩍 벗어난 그 거리의 불안정성, 혹은 그 간격의 아이러니가 봉준호 영화 세계의 한 성분이다. 그 간격은 당연히 봉준호의 개성에 속하지만 그가 통과했던 소년기와 청년기의 시대의 성질과 떼놓고 보기도 힘들다.” (132쪽)

 

“‘그때만큼 열심히 열정적으로 영화에 미쳐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의 화염병은 과녁에 이르지 못했지만, 대신 영화를 향한 열정이 ‘불꽃처럼 타올랐던 것 같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적 불꽃에는 미처 타지 못한 화염병의 흔적이 남아 있다. 두 가지 불꽃이 ‘부조리’한 방식으로 혹은 아이러니의 영화적 수사학으로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건 십여 년이 지나서이다.” (135쪽)

 

“고문치사와 성고문의 추악한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한 주인공 형사들, 위장취업한 운동권 대학생 이미지의 연쇄살인 용의자(〈살인의 추억〉), 피폐한 낙오자와 같은 운동권 ‘도바리’(〈괴물〉)가 등장하고, 가난과 욕망이 범벅돼 알 수 없는 공포의 이미지로 변해가며(〈마더〉), 영악한 빈민과 순진한 상류층이 뒤얽혀 모두 몰락해간다(〈기생충〉). 그렇게 봉준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시대를 쓴다.” (136쪽)

 

“스승과 교과서는 학생이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개 주어진다. 주어진 것들 가운데 유별난 무언가가 불시에 들이닥쳐, 봉준호가 애용하는 표현을 빌리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학생이 창작자가 되어서도 그 벼락 같은 조우의 순간을 잊지 못할 때, 그 기억이 창작자의 스승과 교과서를 소급적으로 정의한다. 창작자에게라면, 이것이 제도교육의 그것과는 다른, 진정한 스승과 교과서의 의미다.” (137쪽)

 

“청년 봉준호도 전대미문의 폭발적인 영화광 문화의 세례를 받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순례 행렬에 가담한 20대의 봉준호가 조우한 이 시기의 스승은 단연코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였다. ‘두 감독의 영화엔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기괴한 에너지가 들끓었다’고 봉준호는 말했다. ‘기괴한 에너지’. 소년 봉준호의 영화 수업에서 불안과 서스펜스가 열쇳말이었다면, 대의와 욕망이 뒤죽박죽된 과도적 시대를 통과하고 있던 청년 봉준호의 영화 수업에선 기괴한 에너지가 열쇳말이 될 것이다.” (138쪽)

 

“〈기생충〉에서 피투성이가 된 지하실 남자가 저택 주인의 사진이 표지에 실린 잡지 앞에서 눈알을 부라리며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괴상한 표정으로 ‘사장님, 리스펙!’이라고 외칠 때, 그것은 더 강한 수컷에 대한 약소한 수컷의 꼬리 감추기(동물적)일까, 아니면 곧 잔혹한 살인 행각으로 폭발하게 될 열등감과 수치심과 결핍감의 위장된 표현(인간적)일까. 애처로운 잔혹함, 섬뜩한 아름다움, 추악한 매혹, 혼돈의 쾌감…… 우리의 감정적 반응 자체를 부조리하게 만드는 이 장면의 영화적 유전자 속 어딘가에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의 그것이 있다고 우리는 느낀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부조리의 영화적 표현을 탐색하는 봉준호의 영화 곳곳에 스며 있다.” (144쪽)

 

“봉준호는 여덟 살 때 TV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50대의 나이에 세계적 거장으로 추앙받는 오늘에도 그는 히치콕을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고 있다. 그는 영화사상 가장 독창적인(original) 감독을 묻는 질문에 ‘알프레드 히치콕’이라고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순수영화에 가장 가까운 작품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장르를 창조했는데, 그 작품에서는 이미지가 스스로를 대변한다.’” (145쪽)

 

“히치콕 영화에서 그럴듯함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건, 정교하고도 몰입적인 세부 묘사와 서스펜스와 운율의 논리다. 달리 말해 매 장면들의 풍성한 세부와 폭발 직전의 응축된 긴장, 그리고 장면들이 연결되면서 작동하는 긴박감과 음악적 리듬이다. 이 점이 히치콕의 가장 뛰어난 재능이며, 봉준호는 그런 재능의 드문 계승자다.” (156쪽)

 

“봉준호의 〈기생충〉에는 이에 필적할 만한 시퀀스가 있다. 송강호 가족은 부잣집 가정부 이정은의 복숭아 알레르기 증상을 결핵으로 보이게 만들어 그녀를 내쫓는 목표를 세운다. 병원 장면에서 시작해, 휴지에 뿌린 핫소스 자국을 결핵균이 가득한 피로 보이게 만드는 숏으로 완성되는 이 시퀀스는 한 악장의 협주곡과도 같은 천의무봉의 리듬으로 이어져 있다. 한번 시작되면 곧바로 그 음악에 빠져들어, 우리는 이 무능한 하층민 가족 모두가 이토록 영특하고도 잔인한 사기의 달인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못한다. 물론 얼마 뒤에 이어지는 소위 ‘짜파구리 시퀀스’의 몰입력도 그에 못지않다.” (158쪽)

 

“봉준호가 히치콕의 기하학을 직접 배웠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대신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직적 공간과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듯(1부 2, 3장 참조) 히치콕의 풍성한 기하학적 미장센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봉준호 역시 뛰어난 기하학자다.” (161쪽)

 

“기하학적인 면에서 봉준호 영화를 이렇게 도식화해볼 수 있다. 인간적 의지와 이성과 인과론이 지배하는 수평적 형상/운동의 세계가, 거스를 수 없는 중력의 힘과 살의와 귀기가 지배하는 수직적 형상/운동의 세계와 충돌해 파열한다. 봉준호적 미장센의 시그니처로 여겨지는 검은 문의 형상은 대개 이 두 가지 형상과 운동의 접점에 등장한다. 〈기생충〉보다 이런 면이 더 잘 드러난 영화는 없다. 수직적 위계를 넘어서려는 반지하 빈민 가족의 상승을 위한 계획과 행동이 물(홍수)이라는 중력의 절대적 힘에 지배받는 수직적 운동체에 의해 말살된다. 수직적 세계의 최하위에 있어야 할 자가 위로 올라와 평면의 은총을 누리려 한다면, 반드시 도로 굴러떨어져야 한다.” (162쪽)

 

“하지만 수직적 운동이 그 운동 자체의 흥분이나 시각적 쾌감이 아니라, 수평적 운동과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또한 그 기하학이 주제와 구분될 수 없는 형식미로 표현되는 경우는, 봉준호 영화 외엔 드물다.” (164쪽)

 

“프레임에 재현된 공간과 피사체들이 특정한 표현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친숙하고 자연스러운데, 장면들에는 범주화하기 어려운 낯설지만 떨쳐내기 어려운 감정과 분위기가 흐르도록 하는 것. 이것이 히치콕의 비상한 영화적 유전자 가운데 하나이며, 학습에 의해서든 타고난 재능에 의해서든 봉준호가 계승한 ‘주관적 카메라’의 비의다.” (167쪽)

 

“물론 봉준호를 충직한 히치콕주의자라고만 말하는 건 부족하다. 진정한 상속자라면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인장을 지닐 것이다. 봉준호는 그런 의미에서 히치콕의 걸출한 상속자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172쪽)

 

“여기, 하얀 생크림이 포실한 연노랑 빵을 감싸고 있는 탐스러운 히치콕의 케이크가 있다. 우리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 옆에 봉준호의 케이크가 있다. 역시 침샘을 자극하는 유혹적인 자태지만, 곰팡이처럼 보이는 부위들이 있어 자세히 보니 이 케이크에는 된장이 들어 있어 곳곳에서 낯선 색과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173∼174쪽)

 

“한국의 평자들은 특히 후자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봉준호 영화에서 ‘된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의 영화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 혹은 지역 정치학 혹은 고장 난 사회 시스템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럼에도 봉준호 영화가 특출한 케이크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아니, 두 가지 성격이 뒤엉킨 부조리가 더 중요하다. 비약을 무릅쓰자면, 이 부조리가 봉준호의 특별한 리얼리즘이다.” (175쪽)

 

“봉준호 영화에서 ‘현실’은 잘 구성된 극적 사건과 상황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봉준호가 채용한 장르 안에 용해되어 장르의 속성을 근본적으로 변질시킨다. 고체적 현실은 명료한 형태도 윤곽도 의미도 잃어버린 채 젤처럼 변한 뒤 점액질의 욕망 혹은 불안과 뒤섞여, 양자는 식별 불가능해진다. 결과는 정당한 분노와 음습한 욕정, 낮의 분별과 밤의 불안, 소망과 악몽, 피와 정액의 그로테스크한 혼합물이다. 우리는 〈마더〉의 김혜자에게서 그녀가 처한 사회적 현실과 그녀의 욕망을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다. 그녀의 괴이한 무표정을 우리가 읽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괴물〉의 괴물에게서 끔찍한 잔혹성과 기이한 애처로움을 분별할 수 없듯이 말이다.” (178쪽)

 

“봉준호는 리얼리즘에 대한 무관심을 강조했다. 그의 영화는 그의 말과 다르다. 리얼리즘은, 더 정확하게는 주로 문학에서 말해지는 사회적 리얼리즘은, 뒷문을 열고 틈입해 봉준호 영화를 이질적인 것들의 아이러니한 조합으로 만든다. 이것이 봉준호의 영화에서 히치콕의 영화에선 거의 볼 수 없는 음울한 비극성 혹은 불길한 점액질의 질감을 낳는다. 봉준호는 케이크와 된장의 경계, 혹은 리얼리즘과 오락적 서스펜스의 경계에서 그 경계선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는 점이지대의 작가다.”(178쪽)

 

“가족끼리 여행 간 적이 거의 없어요. 가족들끼리 집 밖이나 길에서 마주치면 어색해하는 거 있잖아요. 이거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길에서 만나면 약간 어색해하는 가족.” (185쪽)

 

“탁구대도 있어서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이 탁구 치는 걸 본 적도 있어요. 그 모습도 기괴했어요. 그렇게 컴컴하고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백열등 밑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 거예요. 지금 같았으면 아마 무슨 데이비드 린치 영화 장면 같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때는 그냥 그 자체로 생생하고 이상했어요. 그래서 〈지리멸렬〉(1994)이나 〈플란다스의 개〉를 아파트 지하실에서 찍게 된 거죠. 제가 살던 아파트 지하실이죠.” (189쪽)

 

“불안 증세랑 강박 증세는 공식적으로 진단을 받은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명백한 불안 증세와 강박 증세다,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길래 나는 문제없이 잘했다고 했어요.” (194쪽)

 

“학교 때 많이 꿨어요. 물건 놓고 오는 꿈. 가방을 A 장소에 놓고 B로 와버렸는데 그 B 장소에서 A 장소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B 장소에 또 딴 걸 놓고 왔어. 어쨌든 A 장소에서 간신히 찾아서 가는데 이번에는 B 장소에 있던 물건이 또 두 개로 나뉘어서 하나가 또 다른 데로 옮겨가고 그게 계속 불어나면서…… 그런 악몽도 많이 꿨었죠.” (201쪽)

 

“누벨바그 감독 중에는 클로드 샤브롤만 좋아했어요. 일부 프랑수아 트뤼포 영화하고요.” (215쪽)

 

“사람마다 다를 텐데 앙겔로풀로스를 ‘노란문’ 시절을 지나서 훗날 다시 봤을 때는 좀 답답한 느낌, 관자놀이에 나사를 박고서 이렇게 계속 쪼이는 느낌……” (218쪽)

 

“무성영화에 매혹된 적이 없어요. 사운드 스튜디오 갈 때가 제일 좋아요. 무성영화를 만들게 되면 그걸 못할 거 같아.” (220쪽)

 

“90년대 초중반에 대만 영화에 많이들 꽂혔어요. 어릴 때 장르 영화 보면서 흥분하는 거랑은 좀 결이 다르게,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런 걸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 거지만 그래도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도요.” (224쪽)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가장 사랑했던 디테일, 가장 집착했던 디테일을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영화가 불사조가 되어 날아간다는 말이 깊이 남았어요.” (228쪽)

 

“앞으로는 좀 이러지 않으려고요. 나 이런 것만 찍다가 죽을 수는 없잖아요. 정말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영화도 좀 찍고 싶어요. 너무 괴로운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231쪽)

 

“봉준호는 공인된 걸작만을 기억하거나 호명하지 않는다. 봉준호는 히치콕이나 스필버그가 되지 못한, 심지어 어떤 필요에 의해서만 가끔씩 떠올려지게 되는 혹은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구닥다리’ 작품에서도 배움을 말한다. 그들의 작품이 졸작이고 그 창작자가 위대하지 않은 것이 영화적 영감을 구하는 봉준호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영감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237쪽)

 

“서스펜스에 빠진 불안의 소년은 훗날 그 불안과 서스펜스를 자신의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 새기지만, 애초에 그를 두렵게 만들었던 외상의 컨벤션은 영감이 실제의 결과물이 되는 과정 속에서 몰라보게 변질되어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화된다. 낡고 평범한 컨벤션이라 해도 봉준호의 영화 안으로 들어오면 획기적으로 변질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미국 장르가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살인의 추억〉’ ‘미국 장르로 미국을 풍자하는 영화 〈괴물〉’ 같은, 좋은 의미에서의 변질된 장르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238쪽)

 

 “소년 봉준호는 (〈카프리콘 원〉에서) 이 갑작스러운 인물의 출현과 역할에 뭔가 시원함과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같은 방식의 해결법이 수십 년을 지나 그의 영화 〈괴물〉에 등장한다. 박남일(박해일)을 도와 괴물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노숙인(윤제문)의 난데없는 출현과 공헌을 우린 기억한다.” (245∼246쪽)

 

“〈지옥의 7인〉을 떠올리며 봉준호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영화에서 영향받은 전 세계 유일한 감독일지 모른다.’” (257쪽)

 

“저는 어떤 신이나 시퀀스처럼, 어떤 한 부분을 다시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체를 보는 것보다. 그게 꼭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어느 영화의 어떤 시퀀스를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너무 그립거나 아니면 영화적인 흥분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 너무 매혹적인 너무 잘 찍은 신을요. 감독이 전체 영화에서 망하더라도 그래도 저런 신 하나 남기고 죽으면 그 인생 별로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그런 거 있잖아요. 여기 언급하는 영화들은 물론 전체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신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옛날 음반, CD나 LP에서 어느 한 곡만 딱 듣고 꺼버리듯이.” (287쪽)

 

“여기서 한 가지, 〈기생충〉의 위대한 부분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기생충〉의 경우에는 이미 말씀드린 바 있는 침입, 월경, 유체, 이런 부분이 아주 뛰어나면서도 종합적인 시각성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빗물)이라는 유체가 중력에 의해서 낙하운동을 하고 그러면서 서로 구획 지어져 있던 공간에 침입을 하고 그로 인해 안정된 사회와 생활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메타포의 구현이라는 차원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메타포가 아닙니다. 우리가 그 침입의 순간을 본다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진실의 순간을 목격한다는 것이고, 그건 하나의 감각으로써 다가오는 직접적인 비전의 제시인 것입니다.” (324∼325쪽)

 

“봉준호 감독은 ‘명료한 애매성’을 멋지게 구현해내는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기생충〉을 보고 난 후, 저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잇는 유일한 존재가 봉준호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앞으로도 명료한 애매성의 작품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영화란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329쪽)

서평

‘봉준호 되기’라니! 이 얼마나 달콤한 제목인가. 수많은 영화인의 ‘꿈’이 되어버린 ‘봉준호’ 세 글자 속에 숨어 있던 영화광 소년이 너무나 사랑한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남다은, 정한석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을 보며 나와의 공통점이 몇 개인지 세면서 언젠간 나도 ‘봉준호’가 되고 싶다는 오래된 꿈의 먼지를 털어본다.  연상호(영화감독) 

 

모두가 봉준호를 말한다. 많은 평자들이 다양한 경로로 ‘봉준호’라는 현상을 설명해왔지만 좀처럼 빈칸이 메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봉준호 영화’라는 화려한 꽃과 열매, 결과물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봉준호 되기』는 제목 그대로 2000년 이후 한국 영화의 징후와 상징으로서 ‘봉준호’가 꽃피기까지, 그의 뿌리를 더듬어 성장 과정을 탐색한다. 익숙한 듯 영원히 낯설 봉준호 월드를 제대로 탐험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안내서가 없으리라. 평론가로서 봉준호와 동시대에 산다는 건 거대한 숙제이자 축복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다은, 정한석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평론가와 동시대에 산다는 건 봉준호 감독에게도 축복이다. 20년 만에 드디어, 모두가 기다렸던 방식으로 ‘봉준호’를 말한다.

 송경원(『씨네21』 편집장)

저자소개

저자 : 남다은
영화평론가. 1978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으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 5년간 영화 비평지 『필로』에서 고정 필진으로 활동했고, 현재 『씨네21』에 ‘남다은 평론가의 리코더’를 연재 중이다. 펴낸 책으로 『감정과 욕망의 시간: 영화를 살다』(강, 2015), 『살인의 추억: 끝내 감지 않은 눈』(앨피, 2025)이 있다.
저자 : 정한석
영화평론가. 1974년에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를 졸업했다. 2002년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으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말부터 2015년 초까지 『씨네21』에서 기자로도 일했다. 영화 비평지 『필로』 등에 기고하고 있다. 201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성질과 상태: 활동하는 영화들』(강, 2017)이 있다.
상단으로 이동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