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구사의 귀재, 송정림 작가의 하루 하나 감성
일 년 열두 달의 하루하루를 축제로 만드는 일상의 태도
“저 햇살과 비와 바람으로 나뭇잎이 푸르게 강해지겠구나. 과일도 성숙해지며 단맛을 저장하겠구나. 벼나 보리도 단단하게 속살이 오르겠구나.”
볕이 드는가 싶더니 금세 구름이 드리우고 갑자기 폭풍우가 치기도 하는 우리의 하루하루. 이룬 것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마음이 불안해질 때도, 느닷없이 찾아온 상실에 고통스러운 날도 있다. 짜릿한 환희와 충만한 행복의 순간은 어쩜 이리도 드물까?
그러나 무료한 시간들이 쌓여 단단한 토대를 짓고 어제의 시련이 오늘의 나를 키운다. 무의미한 하루는 없는 셈이다. 『하루 또 하루』에는 드라마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송정림 작가가 진심을 다해 오늘을 살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열두 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정한 그의 손을 잡고 이 순간에만,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반복되는 일상도 어느새 풍성한 축제가 되지 않을까?
쳇바퀴를 도는 하루 또 하루가 짜릿할 수도, 충만할 수도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야심 차게 세워 둔 계획은 다 어디로 갔을까? 1월을 어영부영 흘려보낸 한국인의 두 번째 기회라는 설에도 새로운 출발을 하지 못하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스물네 시간을 쪼개 운동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한다는데 나는 출퇴근만으로 왜 이렇게 진이 빠지는지. 이러다 금세 벚꽃이 피고,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낙엽이 질 것만 같다.
그러나 자기 계발로 꽉 채운 시간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이 365일인데 기회가 두 번만 있을 리도 없다. 송정림 작가는 “공연을 기다리며 친구와 시선을 마주”치거나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의 안녕을 잠깐 기도”하는 사람이야말로 시간을 제대로 누리는 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절망과 갈망도 필요하다. 고통과 시련도 좋다. 이 모든 순간이, 그 모든 감성이 존재에 쌓여 내일의 충만한 나를 만든다. 『하루 또 하루』는 그 단순하되 잊기 쉬운 진실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눈부시게 피어났다가 처절하게 지고 마는 목련을 바라보면서 그리운 이를 떠올렸는가? 허상일지언정 누군가를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는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했는가? 높고 깊은 하늘을 실컷 올려다보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하루는, 당신의 한 해는 결코 부질없거나 헛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