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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

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


  • ISBN-13
    979-11-5706-419-9 (0334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메디치미디어 / (주)메디치미디어
  • 정가
    2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3-1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문정인
  • 번역
    -
  • 메인주제어
    외교
  • 추가주제어
    정치 및 정부 , 국제관계 , 군축협상 및 통제 , 지정학 , 국제기구
  • 키워드
    #미국외교 #외교 #국제관계 #국제정치 #자유국제주의 #고립주의 #다자주의 #거래주의 #마가 #트럼프 #바이든 #북한핵 #한반도 #중미갈등 #핵문제 #핵위기 #동북아 #MAGA #트럼프2.0 #정치 및 정부 #군축협상 및 통제 #지정학 #국제기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3 * 221 mm, 448 Page

책소개

미국 외교는 전능하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의 기원을 찾는 진지한 물음들

트럼프 2.0 시대, 국제관계의 재앙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게 아니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21세기의 우리는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외교는 성공 못지않게 실패의 그림자도 컸다. 미국은 자주 상대를 오판했고, 자국중심주의에 빠져 엉뚱하게 대처했으며, 미국식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려다 역효과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종종은 오만하거나 무능해서였으며, 때로는 실패 자체가 목적이었다. 한반도 핵위기는 그 생생한 사례 중 하나다.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긴장을 우선했으며, 평화에 최선을 다한 이들의 노력을 쉬이 무시했다. 이는 몇몇 관료나 정책 담당자의 실수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며, 각 행정부마다 변덕스러운 정책 변경 때문도 아니다.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는 미국 외교/국제관계의 전문가인 세계적인 석학 11명이 미국 외교의 난맥상과 그 기원을 짚고, 현안을 점검하며, 위기 앞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한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사태, 중미 갈등 등 첨예한 쟁점들에서 미국 외교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피고 미국과 세계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목차

발간에 부치는 말

프롤로그: 제임스 레이니와 한국

서론
요동치는 세계와 표류하는 미국의 외교정책: 대안은 있는가
문정인

1부 
북한 핵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1장
미국의 대북정책: 차기 행정부를 위한 제언
로버트 갈루치

2장
신대륙으로 향하는 북한과 한반도 핵재앙을 막는 길: 한반도에서 평화는 가능한가
로버트 칼린, 시그프리드 헤커

2부 
미국 외교는 실패하고 있는가

3장
미국의 외교정책은 실패하고 있는가: 역사적 이해와 현실
찰스 쿱찬

4장
미국의 보수주의 외교정책: 정통 보수, 네오콘, MAGA
월터 미드

5장
자유국제주의의 미국 외교정책을 위한 변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존 아이켄베리

3부 
미국 외교의 주요 쟁점들

6장
미·중 전략적 라이벌 관계: 출구는 있는가
수잔 손튼

7장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의 종식?: 전쟁, 외교, 그리고 전망
칼 아이켄베리

8장
미국의 신경제책략과 중산층 외교: 경제 외교정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비노드 아가왈

9장 
아태 전략에서 인태 전략으로: 미국의 변화하는 지역 전략
밴 잭슨

10장
기후변화, 미국 국내 정치, 글로벌 거버넌스: 기후변화 시대의 미국 외교
미란다 슈뢰어스

감사의 말씀
 

본문인용

미국 외교정책은 더욱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미국이 오만과 일방주의적 편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국제사회의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1630년, 미국 식민지 당시 매사추세츠만 주지사였던 존 윈스럽은 독립 후 미국의 미래 모습을 개인의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언덕 위의 도성’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이는 미국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다른 국가들이 이러한 모범적인 미국을 자발적으로 따르게 한다는 이야기다. 강제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우러러보는 것이 바로 미국형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그러나 ‘미국 예외주의’와 ‘미국 최고주의’에 집착하여 신중과 겸양의 미덕을 망각할 때 미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존경과 자발적 순응은 불가능해진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역사의 바른 편에 서라’라는 고압적 태도는 오히려 반미 정서를 확산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_45-46쪽, 서론 요동치는 세계와 표류하는 미국의 외교정책 중에서

 

첫째, 앞으로 더 많은 강경 발언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필요한 말만을 하고, 우리 동맹의 생명력과 억제력의 견고함에 대해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북한과 협력을 추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시 협상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영구성에 대해서도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북한의 핵무기를 다루는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은 그것이 현재의 정치 및 안보 관계를 반영하는 현 상황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좋은 소식은 베이징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은 없다는 것입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_60쪽, 1장 미국의 대북정책 중에서

 

정부 공식성명에서 ‘억제’라는 단어가 사용될 때마다 5센트 동전을 받는 내기를 했다면 저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왜 그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일까요? 효과가 있을까요? 어쩌면요. 어쩌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량 프로그램을 막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억제력을 이야기하지만 핵무기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북한이 다시 문을 열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들은 문을 열 거예요. 북한은 우리가 문을 두드리고, 밀고, 문에 부딪히게 만드는 데 전술적으로 매우 능숙합니다. 그들은 문을 계속 닫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은 갑자기 문을 엽니다. 우리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들어섭니다. 그곳은 우리가 이전에 알았던 것과 다른 공간일 것입니다. 이전과 같은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테이블에 앉지 않을 겁니다. 만약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새로운 것들을 기대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상은 순식간에 실패할 것입니다. 협상이 실패하면, 서울과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은 “봤죠? 말했잖아요. 북한과는 거래할 수 없어요. 불가능해요”라고 말할 겁니다.

_96-97쪽, 2장 신대륙으로 향하는 북한과 한반도 핵재앙을 막는 길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 측면에서 거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냉전 시대의 자유주의적 과잉개입에 따른 미국 중산층의 공동화와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별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중동에서의 계속된 전쟁에 대한 반작용이요. 미국 국민은 이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에서의 전쟁에 충분히 지쳤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 측면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원초적인 외침, 즉 ‘바깥 일에 너무 신경 쓰느라고 국내 문제에는 충분히 신경 쓰지 않는다(too much world, not enough America)’라는 성난 외침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우리에게 해준 게 무엇인가? 캔자스에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왜 칸다하르에 학교를 짓고 있는가? 그런 불만들이 계속 쌓인 거지요.

_148-149쪽, 3장 미국의 외교정책은 실패하고 있는가 중에서

 

때때로 우리는 터무니없이 이상주의적인 발언을 합니다. 어떤 때는 전세계를 정복하려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전세계에서 멀어지려는 것 같습니다. 과테말라에 진출한 미국 다국적 기업 유나이티드 프룻사를 구하기 위해 CIA를 파견하는가 하면, 인권 문제 등 명확치 않은 이유로 버마(미얀마) 같은 나라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적도 있지요. 한마디로 엉망진창입니다. 이런저런 일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미 합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반면에 지난 2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제정치에서 분명한 추세 중 하나는 미국이 국제 시스템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왔다는 것입니다. 1790년에 미국은 매우 약하고 주변부적인 국가였죠. 그러나 1945년 이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외교정책이 이렇게 형편없고 정치인들은 절망적인 엉망진창처럼 보이는 나라, 어리석음과 무능이 뒤섞인 국가가 어떻게 지금처럼 강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요.

_184쪽, 4장 미국의 보수주의 외교정책 중에서

 

저는 트럼프 이전에 이미 세 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자유주의 국제 국가로서 말이지요. 제 생각엔 이라크 전쟁은 자유주의적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패권주의적 현실주의 전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위기이자 실패는 2008년 금융위기가 자유주의를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밀어붙인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자유국제주의나 이와 관련된 인물들이 했던, 중국이 자유주의 사회로 나아갈 거라는 예측이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되면 서서히 개방될 거라고 예상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이 민주주의체제가 될 거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더 다원적인 사회가 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습니다. 시민사회는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의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저희는 중국 내부에 자유국제주의자들이 희망하는 바에 따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_229-230쪽, 5장 자유국제주의의 미국 외교정책을 위한 변론 중에서

 

제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 계속 집착하면서 미국 본래의 장점을 약화시키는 왜곡된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서로 건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동맹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그들의 이익을 짓밟으면 안 됩니다. 미국은 국제 리더십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요. 전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다른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해야 합니다. 미국이 긍정적인 의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아무리 우위를 점한다고 해도, 그 우위를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_273쪽, 6장 미·중 전략적 라이벌 관계 중에서

 

최근 몇 년간 미국 국내 정치의 분열이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가에는 오래된 속설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국내 정치나 외교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아무리 심각해도 동서로 각각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에 닿으면 끝난다는 거지요. 미국 해안을 벗어나는 순간 그 너머부터는 통일된 입장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말이 통하지 않고 있어요. 전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외교정책 역시 분열된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지표를 살펴보지요.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55세 이상의 미국인들, 대략 제 나이대의 사람들 중 약 63%가 이스라엘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사람들을 보면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64%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말할 겁니다. 인종적인 차이를 보면, 백인 미국인의 경우 61%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말합니다. 유색인종은 30%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답할 겁니다.

_306쪽, 7장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의 종식? 중에서

 

기업들이 “우리는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이 진실인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시는 약 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미국의 양모 담요 산업은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1억 5천만 장에서 2억 장의 양모 담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양모 담요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을 제한하면서 미국에서 양모 담요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이것이 방사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면서요. 저는 물리학자는 아니지만, 양모 담요가 방사능으로부터 우릴 구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핵폭발이 일어났을 때 여러분의 머리를 가릴 수는 있겠지만요. 안타깝게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건 일종의 넌센스입니다. 기업들이 자신들을 보호해달라고 로비하는 걸 보면 말이죠. 따라서 국가안보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주장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_341쪽, 8장 미국의 신경제책략과 중산층 외교 중에서

 

아시아 평화의 가장 강력한 원천은 이제 아무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즉 중국과 미국 간의 데탕트였습니다. 1979년에 아시아 평화가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해는 중국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해이기도 합니다. 데탕트 이전에 중국은 혁명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었고, 여러 곳에서 군사적 모험을 즐겼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이익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개혁하고 민족주의적 보복정책보다 국가 발전을 우선시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필요했습니다. 이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시기에 했던 선택과 유사합니다. 즉, 민족주의보다 발전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그래서 데탕트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자제토록 했습니다. 또한 데탕트는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촉진시켰습니다. 강대국들이 지역기구에 참여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시아가 인도-태평양이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으로 불리던 세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강대국 간의 기능적 협력 관계가 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다른 어떤 요인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외교정책의 실질적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시아 평화에 가장 큰 위험은 데탕트를 장기적 경쟁으로 대체한 데서 옵니다. 데탕트를 없애고 장기적 경쟁을 도입한 것, 이것이 바로 인도-태평양과 그 함의를 생각하는 맥락입니다. 지역 안정성의 관점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_384-385쪽, 9장 아태 전략에서 인태 전략으로 중에서

 

1997년, 미국 상원은 95대 0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중국도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하며 그런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교토의정서 같은 협정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옆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990년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중국의 배출량은 상당히 낮았지만, 교토의정서가 협상될 때쯤부터 중국의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치는 “중국은 어떻게 하냐? 중국은 충분히 하고 있나?”라고 중국을 비난하며 그것을 핑계로 책임을 미루는 일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기후행동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의 제조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걱정도 한몫 했습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는 미국이 에너지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더 많은 화석연료를 의미했지요. 이는 보수적인 미국 기후정치의 지배적인 담론이 되었습니다. 특히 공화당에서 강하게 나타났던 담론이지요.

_422-423쪽, 10장 기후변화, 미국 국내 정치, 글로벌 거버넌스 중에서

서평

미국 외교는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미국 외교정책 실패의 디테일과 기원을 찾는 진지한 물음들

 

미국 외교는 성공 못지않게 실패의 그림자도 컸다. 물론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아직 건재하지만, 과거 실패의 역사를 참고할 때 오늘날 세계 상황은 미국 외교가 다루기에 그리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 외교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중미 갈등이다. 그러나 아직 신냉전의 명시적 징후는 보이지 않으며, 이들 간 군사적 대결이 과거 냉전 때처럼 가시화된 것도 아니다. 지금 세계는 ‘차가운 평화’와 신냉전 사이의 경계선에 있다. 과연 미국은 지금의 ‘차가운 평화’가 신냉전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미중 대결 이외에도 위기의 증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사태, 한반도와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고조, 그리고 핵확산, 기후변화, 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쇠퇴와 같은 지구촌 차원의 도전 등은 세계질서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신냉전으로의 퇴행을 막고 지구촌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동시에 혼란 속의 세계질서를 추스르는 데 핵심적인 국가는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이지만, 팍스 아메리카는 이제 과거의 유산이다. 더는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해방자, 패권적 안정자, 안보 후견국, 자애로운 시혜국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관성은 아직 남아 있고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 또한 높다. 과연 미국이 다시 국제사회의 존경받는 리더로서 혼란과 불확실성의 21세기 세계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는 11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이러한 미국 외교의 난맥상과 그 기원을 짚고, 현안을 점검하며, 위기 앞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북한 핵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한반도 위기에서 미국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1장에서 로버트 갈루치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북미 관계의 부침을 목격했던 미 행정부 관계자로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분석한다. 현 단계에서 핵동결이나 폐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한미동맹과 억제, 제재와 같은 강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압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화와 외교적 협상은 필수적이다. 갈루치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이 북미 관계에 새로운 파격적 돌파구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핵전쟁의 벼랑에 서게 될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언사를 피하라. 북한과 대화하고 관여하되, 억제력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억제력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렛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2장에서 로버트 칼린과 시그프리드 헤커는 한반도 핵재앙을 피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먼저 미 CIA와 국무부에서 40년 넘게 북한문제를 분석해온 칼린 연구원은 한반도 상황이 점차 악화일로에 있으며 반전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한다. 북한은 1990년대 이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모두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의 해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접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북한은 러시아 및 중국 각각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23년 12월 이후 남측과의 관계를 적대관계로 설정하고 공세적인 핵교리를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보유 욕망도 문제지만 미국의 정책 실패도 북한 핵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질타한다. 북한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여섯 차례의 변곡점이 있었는데 미국은 그때마다 실책을 범했다. 그중에서도 2002년 2차 핵위기 시 미국이 보인 실책과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실패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핵문제 타결에 치명적 패착을 가져왔다. 헤커 박사는 ‘북한 핵문제를 악화시키지 말라,’ ‘상황의 악화나 개선과 관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항상 준비하라’라고 조언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활동을 중단시키고, 외교 협상을 통해서 북이 가진 핵시설, 물질, 무기를 감축시키는 동시에 시간을 두고 핵폐기를 추진하는 점진적이고 실용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북 협상과 관련하여 칼린과 헤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과거로부터 배우라.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 항상 준비되어 있으라”라고 제언한다.

 

더는 하나가 아닌 목소리들

국내 정치의 분열과 대립이 낳은 미국 외교정책

 

2부는 ‘미국 외교는 실패하고 있는가’라는 주제 아래 미국 외교정책의 다양한 이론적 입장과 그 기원, 또 각 입장들이 어떻게 정책으로 전개되었는지 등에 대해 다룬다. 먼저 3장에서 찰스 쿱찬 교수는 미국 외교정책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독립 초기부터 19세기 말까지는 고립주의,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노선 간의 충돌,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구축한 1945년 이후에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동시에 만족하려 노력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국내 정치적 변화와 정파 간 갈등 때문에 미국 외교정책이 일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실용적 현실주의를 중심으로 국민적 합의를 구축할 때 미국 외교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그러나 트럼프 2.0의 등장으로 그런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4장에서 월터 미드 교수는 미국 보수주의 외교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미국 외교정책의 네 가지 사상적 기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다. 첫째로 부국강병의 논리를 펴는 해밀턴적 현실주의, 둘째로 미국적 이상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윌슨적 이상주의, 셋째로 전쟁은 큰 비용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시민의 복지 증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제퍼슨주의, 마지막으로 미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십자군 역할을 하는 걸 반대하고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무관심한 포퓰리스트적 잭슨주의가 그 네 가지로, 이중 해밀턴주의와 잭슨주의가 보수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미드 교수는 트럼프를 잭슨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하면서, 해밀턴주의와 잭슨주의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보수 중도 세력이 사라지면서 미국 보수진영의 외교정책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5장에서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 자유주의 외교정책의 본류를 자유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로 규정하고 이 입장의 공과를 재조명한다. 먼저 자유국제주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경제질서 구축을 통한 경제 성장과 국제 무역의 확장, 독일과 일본의 국제사회 재통합, UN, IMF, 세계은행, WTO 등과 같은 다자주의 제도 구축을 통한 호혜적 국제질서 조성, 사회민주적 이상의 배태, 일부 개도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로의 성공적 이행(한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등을 든다. 한편 아이켄베리 교수는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 이라크 침공, 신자유주의정책이 초래한 2008년 금융위기, 중국의 자유주의 이행에 대한 오판 등을 실패 사례로 꼽는다. 그는 트럼프 2.0의 등장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가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이룰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을 내놓는다.

 

요동치는 세계와 미국의 대응

미중 관계, 우크라이나/가자 사태, 신경제책략, 인도-태평양 전략, 기후변화 위기

 

3부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주요 외교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6장에서 수잔 손튼 연구원은 현재의 미중 관계 악화를 미국과 중국에 만연한 ‘자국 예외주의’에서부터 찾는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차이점이 큰 대국들이며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중국도 빌미를 제공했지만, 중국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 왜곡하고 냉전 반공주의라는 시각에서 중국을 국내 정치 쟁점화하면서 미중 관계를 어렵게 가져간 미국의 책임도 크다. 손튼 연구원은 미중 간 대결적 라이벌 관계를 건설적인 경쟁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미국 최고주의’에서 벗어나 중국과 협력할 것을 권한다. 손튼은 트럼프의 정상외교와 거래주의적 접근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일부 있으나, 그보다는 일방주의적이고 고압적인 외교 행보가 미중 관계 개선에 악재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가자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룬 7장에서 칼 아이켄베리 전 대사는 두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늘고 인도주의적 비극이 심화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국제적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 상황을 근심한다. 아이켄베리 전 대사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여부를 두고 미국 사회가 심각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점과 이 두 전쟁이 비례성의 원칙, 도덕적 상대주의, 민간인 대량살상, 사용 무기의 적실성 등 ‘정의로운 전쟁’에 대한 도덕적 성찰을 제기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8장에서 비노드 아가왈 교수는 미국의 최근 대외 경제정책 변화를 ‘신경제책략’이라는 새로운 이론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신경제책략은 경쟁력, 국가안보, 중산층 이익 보호 등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경제정책을 동원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표방해왔던 전통적 자유무역체제로부터의 퇴행이자 정작 중산층보다 하이테크 기업 등 부유층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불평등 정책이다. 불행히도 트럼프 2.0에서는 고관세정책, 미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미국 회귀 유인, 산업정책, 기술 탈동조화, 에너지 독립, 반다자주의 경제질서정책 등을 전개하면서 미국 중산층과 세계의 이익에 역행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9장에서 밴 잭슨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심도 깊게 다룬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재명명되어 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졌다. 잭슨 교수는 1979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평화가 자리 잡았다며, 그 이유를 동맹과 억제력, 경제적 상호의존, 미중 데탕트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서 찾는다. 그러다 중국을 견제, 봉쇄하기 위한 적대적 정책인 인태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동아시아 평화가 위기에 처했다는 게 잭슨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또한 미국의 인태 전략에 편승하여 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역내 국가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잭슨 교수는 세력 균형이라는 기존 규범을 존중하며 열린 지역주의와 미중 데탕트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대안을 이야기한다.

10장에서 뮌헨공과대학교의 미란다 슈뢰어스 교수는 미국의 국내 정치 갈등이 기후변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럼프를 비롯해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기후변화와 환경 규제에 소극적이고, 값싼 에너지 자원을 이용한 경제 성장에 역점을 둔다. 한편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은 기후변화정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가능성과 환경 분야의 인력 및 예산 삭감도 배제하기 어렵다. 

저자소개

저자 : 문정인
연세대학교 제임스 레이니 석좌교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다. 영문 계간지 〈Global Asia〉의 편집인,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2021년 2월까지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활동했다. 2000년, 2007년,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가한 유일한 학자로, 현실에 기초해 평화를 추구하는 ‘진보 현실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켄터키대학교와 윌리엄스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UCSD)와 듀크대학교에서도 강의했다. 1994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2016년 정년퇴직했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김대중도서관장과 다보스포럼 교수 요원,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평화의 규칙》,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중국의 내일을 묻다》, 《The Sunshine Policy》 등 60여 권의 국영문 저서, 편저와 300여 편의 국영문 학술논문을 출간했다.
메디치 가문은 중세 말 근대 초기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리더이자 후원자였습니다. 지구상에 여러 명문가가 있었지만 메디치 가문은 이름을 오래 남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금융업으로 기반을 다져서 피렌체의 시정을 담당했고, 문화와 예술을 후원했습니다. 르네상스, 문예 부흥에는 메디치 가문의 기여가 컸습니다. 단테, 페트라르카,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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