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이나 머리를 맞대고 함께했던 수학 퍼즐, 파이가 어려워하는 문제만 모아 따로 만화로 그린 만화 문제집 등으로 한참 동안이나 아빠의 흔적을 되새기던 파이는 파일의 마지막 장에 꼬깃꼬깃한 쪽지와 몽당분필 세 개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쪽지에는 아빠의 글씨가 쓰여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의 글씨에 파이의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p.61 〈아빠의 유품, 몽당분필〉 중에서
분필을 건네받은 좀바가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레 꾹꾹 눌러 썼다. 이전보다 훨씬 글자 수가 많아 조마조마했지만, 마지막까지 분필은 잘 버텨 주었다. 손을 떼는 순간, 분필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우와아~.”
같은 중심과 다른 반지름을 가진 원들이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포털을 보며 좀바가 감탄을 내뱉었다. 파이는 넋 놓고 구경하는 좀바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둘의 몸이 포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교실의 맨 구석 사물함에서 호빵이 튀어나왔다.
---p.80 〈포털 속 신기한 세상〉 중에서
“먼저 왔던 너, 거실에 있던 영양 박제는 똑똑히 봤겠지? 그리고 아까 내가 쓰고 있던 달력도. 그거 내가 사냥한 짐승들 박제로 만든 기록이야.
는 토끼,
는 오소리, 그리고 오늘 네 친구는
로 이름을 붙일 생각이었지.
는 곧 이 기계에서 박제가 될 예정이고. 오늘따라 털 색깔도 고운 청설모를 빨간 망토가 잡아오지 않았겠니?”
아까 할아버지가 쓰고 있던 달력이 파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p.124 〈위기일발 박제랜드〉 중에서
“빨간 망토는 친구들과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빨간 망토가 올 때마다 도토리 스프를 맛있게 끓여 주시곤 했죠. 친구들은 도토리 스프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도토리를 많이 주워가야 했어요.
한참을 줍다 보니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네요. 왼쪽 길은 뻗은 길이 세 개였고요, 오른쪽 길은 막힌 길이 세 개였어요. 그림처럼요. 모든 길을 한 번씩만 가려면 빨간 망토와 친구들은 왼쪽 길과 오른쪽 길 중 어느 길로 가야 할까요?”
--- p128-129 〈우리 팀의 전리품〉 중에서
“데카르트는 수학자답게 자신만의 표기방식을 좋아했어요. 토끼를 세 마리 잡고, 오소리를 한 마리 잡은 날이라면, 토끼는
로 표현을 하고, 오소리는
로 표현을 해서 그날 달력에
로 기록해 두었지요. 그 당시 문자를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던 수학자들에 비해 데카르트 할아버지는 많은 성과를 보였고,
와
의 관계를 그래프 영역까지 확장하여 눈부신 수학적 발전을 이루었답니다.”
---p.136 〈미션 1-2 데카르트의 업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