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다가 자신을 돌보게 된
어느 게으른 미니멀리스트의 생활 밀착 에세이
이 책의 작가는 미술 심리 상담가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는 일을 좋아했다. 성격이 밝은 편도, 싹싹한 편도 아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이 역경을 이겨 내고, 사랑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점점 세상이 살아갈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기를 돌보지 못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고, 암 수술을 하게 되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덜컥 찾아온 나만의 시간. 집에 머무르며 찬찬히 돌아보니 숨 가쁘게 사느라 돌보지 못한 살림이 보이고, 스스로가 보였다. 생각이 많아졌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수술 전과 달라진 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 물건을 줄여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다. 게으르지만 깔끔하게 살고 싶은 작가의 마음에 쏙 드는 삶의 방식이었다. 이 책에는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미니멀 라이프로 나아가는 작가의 여정이 생생하고 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끊임없는 시도로 알아낸
소중한 살림 꿀팁들
살림은 나를 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살림하는 건 숲을 가꾸는 것과 같아서 그 방식과 틀이 하루아침에 자리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살림》에는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살고 싶은 작가의 부단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 불편하게 생겼는데 꼭 이렇게 써야 할까, 매번 넣었다 꺼내는 게 번거로운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덜 움직일까, 빠르고 편하게 끝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보고, 찾아낸 방법들을 정리해 이 책에 담았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주방에서 청소와 소독을 빠르게 끝내는 방법, 이불을 꺼낼 때마다 한바탕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이불장을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하는 방법, 자꾸만 책상 위로 올라오는 물건들로부터 빈 책상을 유지하는 방법, 습하고 좁은 욕실을 쾌적하게 정리하는 방법 등 거창하고 혁신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가려운 부위를 긁어 주는 효자손처럼 쓸모 있는 정보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는 모두 게으른 천성과 별개로 예민하기 그지없는 피부에 체력도 약하고 어디 하나 튼튼한 곳이 없는 몸을 가진 덕분에 차곡차곡 쌓게 된 꿀팁이자 노하우다. 게으르거나, 체질이 민감하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작가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며 알토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귀여운 일러스트로 담아낸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의 모습
《오늘은 살림》 작업에는 소심하면서도 귀여운 ‘AJASSI(아자씨)’ 캐릭터를 만든 장윤미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다. 주방, 욕실, 거실, 방, 베란다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마치 권양미 작가를 보고 그린 듯하다. 게으르지만 깔끔하게 살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체력은 약한,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작가의 캐릭터를 둥글고 부드러운 선과 편안한 느낌으로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부터 욕실을 청소하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베란다 정원에서 커피 한잔을 즐기는 모습을 장윤미 작가 특유의 따뜻한 그림과 귀여운 손 글씨로 풀어냈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아기자기한 소품 그림과 손 글씨는 글에 따스한 온기를 더하고, 작가가 전하는 생활 정보의 이해를 돕는다. 편안한 톤으로 그려진 그림과 본문 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야기에 담긴 따뜻함이 배가 되어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