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인기 강의
그림을 볼 때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난해한 현대 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술은 좋지만 감상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교양 미술책!
○ 작가의 의도를 알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까?
○ 비둘기가 모네와 피카소의 그림을 구분할 수 있을까?
○ 왜 어떤 사람들은 징그럽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에 끌릴까?
○ 이성에게 첫눈에 반하듯이 그림에게도 첫눈에 반할 수 있을까?
○ 미술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감상 전략은 무엇일까?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지만, 막상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온다. 제목과 설명을 읽어도 어렵고, 어린아이 낙서처럼 보이는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려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때로는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이게 좋은 그림인가?”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민망해서 질문을 속으로 삼키기도 한다. 이렇듯 미술 감상이 어렵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면, 『감상의 심리학』이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미술 감상의 기회가 많이 늘어나면서, 시중에는 미술 전문가들이 쓴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책은 작품의 역사, 시대적 배경, 화가의 생애를 중심으로 미술을 설명하는데, 이러한 접근법이 감상의 전부일까? 흔히 연극의 3요소로 ‘희곡’, ‘배우’, ‘관객’을 말하듯이, 미술의 3요소를 꼽는다면 ‘그림’, ‘화가’, ‘감상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술책의 주인공은 보통 화가와 작품이다. 화가의 심리 상태나 그림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분석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감상자의 마음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 감상자가 없는 미술은 무의미함에도 그렇다.
감상자의 경험이 예술을 완성한다.
그림 감상자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미술 교양서
『감상의 심리학』은 감상자가 주인공이 되는 미술 교양서다. 이 책은 미술 감상을 감상자가 그림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감상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심리적 과정으로 본다. 지금껏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감상자의 경험에 주목하면,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이 제기된다. 사람들은 그림 세계와 실제 세계를 다르게 인식할까?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은 그림을 얼마나 오래 볼까? 왜 사람들은 풍경화를 좋아할까? 어떤 그림을 볼 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인상주의 그림이 인기가 있을까? 정지된 그림에서 역동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림을 볼 때 몸은 어떤 역할을 할까? 왜 어떤 그림들은 역겨울까?
지각심리학자인 오성주 교수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예술심리학을 소개한다. 예술을 심리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는 학문인 ‘예술심리학’은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예술을 실험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술심리학은 예술이란 철저히 주관적이고,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영감이나 광기, 시대적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감상자의 행동을 탐구하는 예술심리학 분야의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그림을 볼 때 우리의 인지와 감정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감상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감상자의 경험이 예술을 어떻게 완성하는지를 탐색한다.
미술관에 걸린 그 많은 그림을 다 봐야 할까?
미술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감상 전략을 제안하다
예를 들어 그림에 대한 지식, 제목, 설명은 감상에 도움이 될까? 한 심리학 연구팀은 제목과 설명이 그림 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밝히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세 그룹은 각각 아무런 정보 없이 그림만 감상하는 그룹, 제목과 함께 감상하는 그룹, 제목과 설명문을 보면서 감상하는 그룹이었다. 참여자들은 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을 얼마나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했는지를 스스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그림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될수록 감상자는 그림이 더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경향은 그림이 추상적일수록,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가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강해졌다.
예술심리학의 실험은 어떻게 해야 그림 감상 경험과 관련한 유용한 영감을 준다. 앞선 실험 결과를 예로 들면, 전시 기획자와 큐레이터는 관람객의 그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림과 직접 연관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특히 추상화와 같이 무엇을 표현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일 때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 관람객의 행동을 분석한 심리학 연구들을 보면 미술관에서 어떤 감상 전략을 취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그림을 0.1초만 보고도 상당히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처음 접하고 10초 이내에 그림을 더 볼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절반 이상의 관람객이 그림을 한 번씩 쭉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다시 돌아와 재감상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저자는 심리학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아주 짧게 휙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마음을 끄는 그림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 그림들만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인공지능이 감상의 즐거움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감상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저자인 오성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10년 넘게 예술심리학을 강의하며, 미술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예술심리학은 예술이 철저히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기존의 생각에 도전하면서, 감상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예술을 딱딱한 분석 틀에 가두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상자들이 예술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이 책은 미술과 심리학을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저자는 전문적인 용어나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친근한 어조로 설명하며, 자신의 경험과 감상을 곁들여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미술과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림과 심리학을 좀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감상 방식과 생각을 더욱 깊이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감상의 심리학』은 예술을 사랑하는 누구나, 감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추천사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두 권의 미술 감상 안내서를 접해 봤을 것이다. 이런 책들은 대개 어떤 그림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화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감상의 심리학』은 기존의 미술 감상 안내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 오성주 교수는 객관적인 그림 감상법이 있으며, 그것이 꽤 유용하다고 독자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객관적인 감상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모두 동일한 시각 기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 체계는 0.1초만에 눈앞의 장면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색채보다 형태를 먼저 지각하며, 얼룩이나 다름없는 이미지에서 친숙한 대상을 알아볼 수 있다. 저자는 헤르만 폰 헬름홀츠, 루돌프 아른하임, 대니얼 벌린 같은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그림 감상의 도우미로 삼는 한편, 몬드리안이 수직, 수평의 구도를 선호한 이유를 해명한 연구를 포함하여 여러 심리학 실험들을 소개한다. 오성주 교수의 친절하고 유쾌한 설명은 미술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객관적인 그림 보기의 길로 인도한다.
이 책은 의문의 여지없는 심리학 서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리학의 울타리에 갇혀 있지는 않다. 저자는 한 사람의 미술 애호가로서 그림을 감상하고 느낀 점을 독자들과 진솔하게 나눈다. 자신의 경험담을 간간히 섞으며 특정 작품을 해석하기도 하고 그림 감상의 요령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의 그림 감상 팁은 수십 년간 미술관과 갤러리를 들락거렸던 필자에게도 솔깃한 조언이었다. 심리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감상의 심리학』은 미술 입문자들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접근에 길들여진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그림을 보고 느끼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강미정 (미학 박사, 서울대학교 미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