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지역에서 골프를 쳤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골프공은 가죽에 새 깃털을 넣어서 만들었다. 골프공 한 개 값이 골프채 하나 값과 같았기에 골프가 대중화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골프를 많이 쳤다.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2세는 활쏘기와 창·검술을 연마해야 하는 젊은이가 골프에 몰두하는 것을 걱정했다. 잉글랜드와 항시적 전쟁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1457년에 칙령을 반포하여 골프를 금지시켰다. ― 〈역사 속의 골프, 골프 속의 역사〉 중에서
골프코스는 일차적으로 골프클럽이 주인 행세를 하지만, 골프를 치지 않는 지역 주민의 것이기도 하고,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은 골프 외의 목적으로도 골프코스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골퍼에게는 골프코스를 이용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세계 1위의 로열 도녹 골프코스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골퍼가 플레이를 원하기 때문에 예약이 어렵지만, 누구라도 플레이를 신청할 수 있다. 클럽 멤버나 멤버의 손님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러한 개방성이 스코틀랜드 골프 정신의 핵심이라고 로열 도녹 골프클럽의 캡틴은 말한다. ― 〈모든 것이 열려 있는 골프코스〉 중에서
1939년부터 1951년까지 손턴 골프코스가 군사훈련장이 되면서, 특히 미군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연습장이 되면서 골프코스는 심하게 훼손되었다. 아름다운 굴곡을 자랑하는 골프코스의 능선은 훼손되었고, 골프코스의 일부는 평탄해졌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은 탄약과 지뢰를 땅에 묻고 떠났다. 전쟁이 끝나고 훼손된 골프코스를 바라본 골퍼와 지역 주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 〈전쟁과 평화 그리고 링크스 골프코스〉 중에서
바람은 링크스 코스의 가장 큰 도전이다. 바람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만드는 것이 골퍼가 해야 할 일이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람은 어려운 도전이다. 2008년 잉글랜드 서해안의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한 명의 선수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던 최경주는 강한 바람에 무릎을 꿇고 13오버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바람에 고생한 비제이 싱은 경기 후에 “비참하고, 비참하고, 비참하다”라고 한탄했다. 강한 바람 속의 웃자란 풀을 보며 알게 된다. 나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란 것을. ― 〈자연에 의해 단조되다〉 중에서
골프는 좋은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에 대한 추억이다. 잊기 어려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골프를 호쾌한 장타, 멋진 어프로치, 어려운 벙커에서의 파 세이브, 승부를 결정지었던 30걸음 롱퍼팅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동반자와 팽팽한 경쟁으로 골프를 기억할 수도 있고, 캐디와의 유쾌한 대화로 기억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골프는 멋진 코스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자연 속 고독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나 혹독한 비바람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골프가 기억이라면, 로열 세인트조지는 골프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다. 비와 바람이, 스위프트와 이름 모를 새들이, 아스파라거스와 페스큐 잔디가, 그리고 모래언덕과 벙커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골프란 기억이다〉 중에서
윌리엄 앤더슨은 ‘스코틀랜드 골프와 미국 골프의 대조’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는 상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고 자신의 성격을 테스트하는 게임이다. 많은 스코틀랜드 골퍼는 점수조차 기록하지 않는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골퍼는 그 게임에서 진다. 중요한 것은 패배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패배 가운데에서도 얻을 수 있는 작은 승리가 있다. 골프는 질 수밖에 없는 고독한 투쟁이지만, 매력과 고귀함이 싸움 안에 내재되어 있다.” ― 〈스코틀랜드 골프 철학은 무엇인가?〉 중에서
스콧 헤럴드는 골프가 어려운 것은 샷과 샷의 간격이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사이에 많은 생각이 자리 잡는다. 테니스와 탁구는 샷과 샷의 간격이 짧아서 긴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순간순간 공에 반응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중요한 순간에 실수가 많이 나오는 것은 중요한 순간일수록 더 많은 간격을 가지게 되어 긴장이 더 많이 담기기 때문이다. 프리샷 루틴을 일정하게 가져가면 준비 과정에서 몸이 평상시와 같은 상황임을 인식하여 평상시와 같은 샷을 할 수가 있다. ― 〈골프의 성지에서 셋업의 중요성을 깨닫다〉 중에서
골프는 가장 오래된 구기 종목이다. 1860년에 시작된 디오픈은 모든 선수가 참여할 수 있는 최초의 열린 대회였다. 디오픈은 ‘더(The)’라는 정관사를 사용하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그 대회’라는 의미다. 오픈 앞에는 ‘브리티시’라든가 ‘코리안’과 같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최초의 대회라는 자부심이 묻어 있다. 디오픈에는 종목명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최초의 골프대회라는 의미를 넘어 최초의 스포츠대회라는 인상마저 준다. ― 〈골프의 전통에 도전하다〉 중에서
어느 골프코스 1번 홀에서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는데, 황급히 달려온 골프클럽 직원으로부터 “7부 바지는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은 골퍼가 있다. 반바지와 긴바지는 되지만, 그 중간은 안 되는 드레스코드를 가진 골프클럽이 있다. 플레이 중에 모자를 돌려쓴 골퍼에게 마셜이 달려와서 모자를 바로 쓰라고 말한 경우도 있다. 상의를 하의에 넣어 입지 않은 플레이어가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 맥주를 마시면서 모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가 테이블에 모자를 놓으면 안 된다는 충고를 들은 골퍼도 있다.
스콧 에번스가 말한 ‘상식’에 센추리온 골프클럽의 철학이 담겨 있다. 로마의 전사 센추리온에게 드레스코드가 필요하지는 않다. 전투에서 다치지 않고 승리하기 위한 의상은 전사 스스로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본질보다 외형을 중시할 때 ‘골프의 줄거리’를 잃기 쉽다는 센추리온 대표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 〈골프의 전통에 도전하다〉 중에서
골프는 운이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한 선수가 게임을 지배하기 어렵다. 140명이 주사위 던지기 대회를 하면 누군가는 우승하지만, 그 결과는 랜덤한 행운이다. 연속 우승하는 것은 희박한 확률이다. 골프가 주사위 던지기 같지는 않지만,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랜덤하다”라고는 말할 수 있다. ― 〈타이거 우즈는 골프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