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도 평행 세계나 도플갱어가 있다면?
한국사·세계사를 따로따로 외우지 마세요!
★★★
동시대 지구 반대편, 닮은꼴 사건과 인물들을 찾아 떠나는
짜릿하고 아찔한 타임 슬립~ 평행 역사 여행~~
한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읽고, 세계사를 한국사와 연결해서 바라본다! 많은 청소년들이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따로 배우다 보니, 그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한 채 그저 개별적인 사건과 연도를 외우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나 역사는 한 나라 안에서만 일어난 닫힌 사건들이 아니다. 동서양은 서로 문물을 주고받으며 정치, 경제, 문화, 예술, 학문, 과학기술 등 당시의 시대정신과 시대 감수성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따로따로 배웠던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결하여, 동시대의 닮은꼴 같은 사건과 인물들을 추적한다. 같은 시기에 각각의 두 세계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게 일어났던 열네 가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당시 세계인들의 감각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느껴 볼 수 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었을 때, 유럽에서는 어떤 문자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었을까? 수양대군이 조카를 밀어내고 형제를 죽이면서 왕이 되었을 때, 오스만 제국의 또 다른 피의 군주는 누구였을까? 루터가 종교개혁을 꾀했을 때, 조선에서는 어떤 개혁가가 등장했을까?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며 서구 사회에 진화론의 충격을 안겨 주었을 때, 이 땅에서는 어떤 새로운 사상이 움트고 있었을까? 두 세계를 종횡무진 오가며 흥미진진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독자들은 ‘한국사로 들어가 세계사로 나오는’ 짜릿하고도 지식 충만한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역사 선생님들이 직접 뽑은 한국사 +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평행 세계의 문을 여는 마법의 숫자 14개를 찾아라!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중고등학교 역사 선생님들이다. ‘역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치나’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뽑은 결정적 장면, 그 열네 가지 시간대 속으로 타임 슬립 여행을 떠나 보자.
372년,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공식으로 인정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로마에서도 크리스트교가 공인되었다. 이 두 종교가 오랜 시련을 겪으면서 기존의 토착 종교나 정치 권력에 저항하며 전파되는 과정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후 두 종교는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었고, 많은 문화적 산물이 대부분 이 종교들을 바탕으로 해서 나왔다. 인간에게 과연 종교는 어떤 의미일까?
632년, 신라에서 선덕여왕이 즉위한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일본에도 여성 군주가 있었다. 이 세 여왕은 각기 신라 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거나, 일본 아스카 문화의 절정을 꽃피웠다거나, 중국 사회의 안정을 이루고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고, 여성 지도자가 더 많이 등장해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55년, 고려 수도 개경에 최충이라는 학자가 ‘9재 학당’이라는 사립학교를 최초로 설립한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는 볼로냐 대학과 파리 대학이 생겨났다. 고려의 사립학교들에서는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배움의 열정이 가득했고, 유럽의 대학들에서도 그동안 교회가 독점해 온 교육의 한계가 극복되기 시작했다. 과연 이 학교들에서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1145년, 우리나라에 전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 《삼국사기》가 편찬된다. 나라 안팎의 혼란으로 고려 왕실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이때 편찬 책임자 김부식은 역사책에 거짓은 절대로 기록할 수 없다며, 신화나 전설 등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는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전쟁의 형세가 점점 불리해지자, 가짜 편지로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가톨릭 주교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현실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지만 방법은 서로 달랐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1446년, 조선의 세종은 훈민정음을 공식 발표한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는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했다. 두 사건은 그 영향력이 비슷하면서도 또 아주 막강했다. 한글의 발명은 그동안 지식 정보에서 소외되었던 여러 계층 사람들의 슬기로운 문자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활판 인쇄술 역시 소수에게만 집중되었된 지식 권력을 대중에게 확산시켜서 마침내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공지능 같은 기술 혁신은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1453년, 수양대군은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난을 일으킨다. 바로 조선의 제7대 국왕 세조다. 같은 해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하고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켰다. 두 사람은 친족을 살해하고 권력을 차지한 피의 군주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당시 배척받던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 것도 비슷하다. 통치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한 것이다. 과연 이들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1517년,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교황청의 부패와 면벌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 조 반박문〉을 발표한다. 돈을 내면 죄를 사면받을 수 있다는 교황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그 이유를 95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 시기에 조선의 혁신을 꿈꾼 성리학자 조광조도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기존의 낡은 질서를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았던, 진보의 발걸음을 내디딘 이 두 개혁가는 이후 엄청난 탄압에 맞닥뜨렸다. 그들의 삶의 행적에서 비슷한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1670년, 조선에 큰 흉년이 들어서 굶어 죽는 이가 속출했다. 그런데 이런 재난이 닥친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와 대기근, 전염병, 전쟁,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이를 ‘17세기 위기론’이라고도 한다. 기후 위기와 인류의 재난은 역사에 어떤 흔적과 교훈을 남겼을까?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앙을 겪은 21세기의 우리는 과연 인류의 공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1760년,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을 편찬했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서는 드니 디드로가 약 20년에 걸쳐 《백과전서》를 출간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나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들 모두 사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그 시대의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처럼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누구나 지식을 얻고 생산할 수 있게 된 시대에는,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는 공부의 방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1793년,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말하는 것조차 죽음을 무릅쓸 정도의 용기가 필요했던 시대를 산 두 여성이 생을 마감했다. 조선의 임윤지당과 프랑스의 올랭프 드 구주. 지구 반대편에 살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나 닮아 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인격이 존중되어야 하고,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들이 남들과 다르게 상상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860년, 조선의 최제우는 동학이라는 종교를 창시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이 새로운 평등 사상은 백성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하며 진화론을 주장했다. 동서양 모두 격동을 겪던 시대, 지금껏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 두 사람. 이제껏 그래 왔던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님을 역사는 늘 증명한다.
1919년, 식민지 조선의 한복판에서 독립선언서가 발표되고, 온 나라에 만세 운동이 불길처럼 번져 갔다. 같은 해에 아일랜드 독립전쟁도 시작되었다. 아시아의 동쪽 끝과 유럽의 서쪽 끝,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공통점이 많았다. 당시 “한국은 동양의 아일랜드”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으니까. 두 나라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한 아일랜드인이 평생에 걸쳐 조선의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 한국의 4월 혁명은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해 가는 감동적인 역사의 첫 단추였다. 그런데 그해는 세계사적으로 ‘아프리카의 해’라고 부른 시기였다. 그 한 해 동안 아프리카에서 무려 17개 나라가 오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다. 이후 한국과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들이 마치 땅따먹기하듯 지도 위에 쭉쭉 직선으로 그어 놓은 슬픈 국경선들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1989년, 한국의 문익환은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가서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했다.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처음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그러나 문익환은 정부 승인 없이 북한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곧바로 구속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27년간의 오랜 감옥 생활 끝에 석방되어 자유를 만끽했다. 문익환과 만델라, 두 사람은 같은 해에 태어났고, 수차례 감옥을 오가며 일생을 헌신했으며, 같은 해에 한 사람은 삶을 마감하고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다. 평생을 평화통일 운동에 바친 문익환과 흑인 인권운동에 바친 만델라, 엇갈린 듯 닮은 이들의 신념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 싶은 것들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역사를 소재로 과거 인물과 사건을 재연할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그 시절을 살던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사는 시대는 또 어떻게 역사가 되어 가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피기. 그래서 궁극적으로, 과거나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또 누구와 어떻게 도우며 살아갈지를 궁리하기.
이 책은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난 각각의 특수하고도 우연한 역사적 경험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느리지만 뚜벅뚜벅 인류 보편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과정이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정 국가의 역사가 지구촌 세계의 역사와 연관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사도 인류 보편의 역사가 지나온 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