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재미나게 그린 그림책!
『같이 놀자』는 그림책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표영민 작가가 글을 쓰고,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림 그림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존 버닝햄의 명작 그림책 『지각대장 존』을 패러디해서 새롭게 지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놀고 싶어 한다. 맘껏 어울려 다니며 뛰어놀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신나고 재미난 일들을 벌이려 한다. 놀이는 아이들이 느끼는 본능적 재미이자, 욕망이자, 성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이들을 일정한 틀 속에 가두려 하고 늘 무언가 받아 적게 하려고 안달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답답하다. 자꾸 어딘가로 달아날 구멍을 찾으려 애쓴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루이가 꼭 그렇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소소한 욕망의 한 단면을 ‘놀고 싶다’는 작은 바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오랑우탄과 펭귄과 캥거루는 루이의 바람을 해소해 주는 기제이자, 탈출을 위한 통로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타나는 동물 친구들이 진짜일지 가짜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동물 친구들이 나타나 놀자고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루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간절한 바람일 수도 있다. 어쨌든 골목 어귀에서 오랑우탄과 펭귄과 캥거루가 툭하면 나타나 놀자고 하는 게 루이는 반가웠을 터이다. 누군가 다가와 “같이 놀자!”며 손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리를 이 그림책은 잘 포착해 보여준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모른다. 아니 그냥 모른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엄마처럼 ‘왜 이렇게 늦었냐?’고 다그칠 줄만 안다. 무조건 집에 일찍 와서 숙제부터 하라고 닦달한다. ‘오랑우탄이 놀자고 붙잡아서 늦었어요.’라고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엄마는 ‘우리 동네엔 오랑우탄은 살지 않아!’라고 딱 잘라 말한다. 루이의 말이 진짜인지, 혹은 거짓이라면 왜 그런 핑계를 대는 건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단지 밤이 늦더라도 숙제를 끝내는 데만 관심을 둘 뿐이다. 그런다고 루이의 일탈 아닌 일탈이 끝나는 건 아니다. 다음 날은 캥거루, 또 다음 날은 펭귄 때문에 늦었다고 해서 엄마를 더욱 화나게 한다. 과연 엄마와 루이의 이 팽팽한 긴장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장면이 더할수록 궁금하기만 하다.
결국 동물 친구들이 나서서 일을 내고 만다.
어느 날,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그런데 루이는 집 안에 들어서고 나서야 깜짝 놀라고 만다. 동물 친구들이 몰려와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엄마에게 놀아달라며 매달리고 있는 거였다. 그제야 엄마는 루이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루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루이, 얘들 좀 어떻게 해줘?’ 하지만 루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동네엔 오랑우탄과 캥거루와 펭귄이 살지 않아요!’라고 엄마가 했던 말을 되갚아 돌려준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엄마가 자기들의 마음을 이해했을 거라고 말이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엄마와 루이는 화해를 한다. 루이는 동물 친구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며 ‘숙제하고 나서 놀자’고 타이른다. 그제야 동물들에게서 풀려난 엄마는 그동안 루이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루이를 안아주는 엄마의 표정이 한없이 편안하고 다정해 보인다. 이젠 루이에게 숙제하라고 닦달부터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창밖에서 바라보는 동물 친구들의 표정도 다들 편안해 보인다.
이 그림책은 오랑우탄과 펭귄과 캥거루를 통해서 루이의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엄마의 마음이 변하면서 루이와의 화해로 이끌어간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속 갈망이 해소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언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느낀다면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하길 바란다. 그러면 언제든 어른들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줄 테니까. 물론 엄마 아빠가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못 이기는 척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으면 좋겠다. 루이처럼. 그래서 이 그림책은 엄마 아빠도 함께 읽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