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이 비트코인을 왜 없애지 못하는지가 아니라, 왜 없앨 마음이 없는지를 주로 다룬다. 나는 비트코인을 발견한 이후, 주로 정부가 왜 비트코인을 없앨 수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물고 미국 대통령에 복귀하면서, 챕터가 바뀌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없앨 마음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키울 생각이다. 그만큼 비트코인이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멀리하기보다는 차라리 가까이 두기로 작정했다고 봐야 한다. _ 개정판 머리말(8p)
기술 패권 경쟁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싸움이 아니라, 국가 간의 생존과 지배력을 둘러싼 지정학적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겪은 좌절과,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맞이한 현재의 위기는 기술이 단순한 산업적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도구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_ 기술의 지정학(185p)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지만 잘 생각해보면 중국의 팽창은 러시아, 인도, 한국, 대만, 일본의 문제이지 당장 미국의 코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다. 반면에 미국이 인도와 한국, 일본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줌에도 불구하고 이 국가들로부터 그에 걸맞은 존경과 경제적 대가를 얻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관점이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일반 국민의 세계 인식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트럼프의 등장을 무시하거나 축소했던 미국 주류 언론과 정치, 관료 엘리트들이 놓쳤던 점이다. 트럼프는 한 개인이지만 트럼프 현상은 미국 정치의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고립주의가 기지개를 켜고 주류로 대두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상일 수 있다. _ 마침내 고립주의 전성시대가 다가오는가? (191p)
결론적으로,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외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이 공동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계산, 트럼프의 현실주의적 외교, 그리고 이란의 끊임없는 도발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이 협정은 중동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실험장이자,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_ 아브라함 협정, 중동문제의 중동화(214p)
비트코인의 변제의 최종성은 각국의 통화관리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통화관리는 경제 주권의 핵심 중 하나로, 한 국가가 자국 화폐를 통해 경제를 조율하고 안정시키는 주요 수단이다. 이를 위해 국가들은 국민들이 자국의 화폐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화폐 유통을 통제하며, 이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이나 과열 억제를 통해 경제를 안정화하는 국가의 주요 도구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확산은 이러한 정책을 방해할 수 있다. _ 트럼프, 비트코인을 전략무기화하다(253p)
포스트 1945체제도 제국주의만큼이나 폭력을 필요로 했으며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마저도 보편질서의 시효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이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되었으므로 중동의 안전은 유럽, 중국, 일본, 한국, 타이완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전투적 자유주의자들이 미디어와 문화계를 장악한 미국에서는 이상주의가 현실을 부정하는 수준으로 치닫는 한편 현실을 아는 이들은 고립주의 쪽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체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술관료 엘리트들이 계속해서 권력을 잡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우연히 충족되어야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말이다. _ 미국 없는 유라시아에서(44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