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박해에서 을해박해, 정해박해, 기해박해까지
천주교 박해의 참혹한 현실을 이겨내며
새 세상을 받아들이고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천주의 아이들』은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천주교 박해의 처참한 역사를 소년의 눈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역사소설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을 쓴 김성범 작가는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과 『아동문학평론』 동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해 동화와 동시를 활발하게 창작하고 있으며, 동요 창작과 보급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천주교 박해는 단순히 종교 탄압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당시 천주교 유입은 유교 중심의 사회 체제를 뒤흔들만한 중대한 사건이었고, 조선이라는 봉건 질서를 유지함은 물론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서 박해를 자행하게 되었다. 유학자들은 천주교를 사학(邪學)이라거나 사교(邪敎)라는 명분을 내세워 근절할 것을 조정에 촉구했고, 조정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천주교를 국법으로 금지하는 한편 발각된 천도교도들을 극형으로 다스렸다.
18세기 말엽 북경을 왕래하던 사신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영세를 받고 돌아와 선교 활동을 전개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갈수록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유교 질서의 붕괴를 우려한 조정은 박해를 통해 교세 확장을 막으려 한다. 1791년에 일어난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19세기에 들어오면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더욱 심해져 신유박해(1801년), 을해박해(1814년), 정해박해(1827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 등을 일으켜 탄압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를 하였다. 천주교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산간 마을을 개척해 숨어 지내면서도 신앙을 지켜 나갔다. 그후 1886년에 체결된 한불조약으로 프랑스 선교사들에게 선교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우리나라 천주교는 박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천주의 아이들』은 여러 박해 사건 중에서 정해박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정해박해는 1827년에 전남 곡성의 한 옹기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이전에 일어난 여러 사건의 연장선 속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가령 1801년 신유박해는 정약종, 중국인 신부 주문모 등이 처형되고 400여 명이 유배된 사건인데, 이 일에 연루된 황사영이 제천 배론마을에서 숨어 지내다 발각되면서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이때 배론에서 도망쳐 살아남은 신도 일부가 경상도 청송에서 자리 잡으며 노래산 교우촌을 이루게 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1814년 다시 박해 사건이 터지는데, 이를 을해박해라 한다.
주인공 찬성이의 아버지도 노래산 교우촌 사람이었고 을해박해 당시 목숨을 잃었다. 이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전남 곡성으로 이주해 옹기 마을을 형성해 살면서 신앙을 이어 간다. 청송에서 태어난 찬성이는 곡성 옹기촌에서 성장하게 된다. 자신의 처지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점차 깨우쳐 가면서 서서히 천주교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14살 나이에 정해박해라는 엄청난 일을 겪게 된다. 마을을 지도해온 회장님과 찬성이의 어머니 등 일부는 미리 피신해 위기를 넘기지만 수많은 마을 사람들은 관아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결국은 이들마저도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면서 함께 처형되고 만다.
당시 아이들은 탄압에서 예외를 둔 덕분에 찬성이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폐해진 마을에 남은 아이들과 함께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결국 아이들을 모아 옹기촌을 재건하면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피워나가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박해 사건을 중심으로 한 소년이 마을의 지도자로 커 나가게 되는 희망찬 성장서사를 보여주게 되었다.
주인공 오찬성이 힘겨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믿음이었다. 하느님의 믿음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훌륭히 자랄 수 있게 하였다. 교우촌 회장, 막달레나 아주머니, 엄마, 엇봉이 선생님, 한백겸 아저씨 등 마을 사람들이 오찬성과 동네 아이들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마을을 이끌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믿고 맡겨주고 기다려 주는 이야기가 작품 전체에 녹아들어 있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도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생겨났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순교자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 이야기다.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박해와 순교의 길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의 고난과 사랑과 처절한 삶을 그린 이야기가 오래도록 가슴을 울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