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오늘 나를 만났잖아. 그러니까 어제와는 다른 날이지.”
고슴도치 ‘고치’는 가시를 두르고 안전한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쓸쓸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혼자가 좋아. 전혀… 외롭지 않아.’ 이렇게 말하며 외로움을 달랬지요. 모두가 잠든 밤, 고치는 산책을 하다가 분홍빛 작은 풀을 만납니다. 고치 못지않게 겁이 많은 풀은 볕이 잘 들지 않는 나무 구멍 속에서 살고 있었고 서로 닮은 둘은 점차 가까워집니다. 둘의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이 떠 있는 가운데 고치가 털어놓습니다. 자신의 하루는 늘 똑같고 지루하다고요. 그때, 풀이 다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입니다.
“난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간 적 없는 처지지만, 매일 밤하늘을 보면서 알게 된 게 있어.
저길 봐! 별들은 모두 다르게 빛나잖아.” (본문 23쪽)
분홍빛 풀의 말이 마치 따뜻한 봄바람처럼 고치의 마음에 불어옵니다. 풀 또한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소중히 대해 주는 고치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아직 이름이 없던 풀에게 고치는 꼭 맞는 이름을 지어 주겠다고도 약속하지요.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특별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고치는 유일한 줄 알았던 자신의 풀이 언덕 너머에서 자라고 있는 수천수만의 똑같은 풀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흔들립니다. 실망한 나머지 풀에게 심한 말까지 쏟아내게 되지요. 그날 밤, 허탈한 마음으로 걷던 고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유난히 따뜻하게 빛나는 별을 보고 깨닫게 됩니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저 별만이 자신에게 특별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이 감정의 이름이 ‘사랑’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에게도 이런 소중한 존재가 있나요?’
나를 넘어 다른 존재를 포용하는 성장의 여정
고치와 풀은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졌습니다. 풀은 고치를 믿고, 안전하다 여겼던 나무 구멍을 나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지요. 고치는 그런 풀을 위해 아침마다 맑은 물을 떠 주고 지켜 주고 애정을 건넵니다.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정한 말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아가면서요.
그랬던 고치이기에 무수히 많은 분홍빛 풀들을 보고 크게 놀라고 맙니다. 작은 풀이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지요. 그 모습에 풀은 “너 왜 그래? 이젠 내가 특별하지 않은 거야?”라며 고치를 몰아세우고 고치 역시 가시처럼 뾰족한 말을 내뱉으며 둘은 실망과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크게 다툰 고치는 그길로 다른 풀들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고치는 다른 풀들에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건 오직 자신의 풀 뿐이었던 거지요. 멀리서 해가 떠오릅니다. 어쩐지 어제와는 조금 다른 아침. 고치가 일어나 숲길을 내달립니다. 이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자신의 소중한 작은 풀을 향해서요!
분홍빛 작은 풀이라는 소중한 존재로 인해 고치는 그 이름처럼 작았던 자신의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렇듯 사랑이란 성장과 깨달음을 동반하는 것인가 봅니다.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를 기다립니다. 친구 또는 연인, 아이일 수도 있는 그 유일한 이로 인해 성장하며 삶이 바뀌는 경험은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그 반짝이는 기억으로 《오직 하나뿐인》이 우리를 안내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릿하고 뜨거웠던 사랑의 순간을
시적인 문장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 내다!
첫 그림책 《너의 정원》으로 화이트 레이븐스 상을 수상한 나현정 작가는 태어남부터 죽음까지 인생에서 마주하는 여러 질문들을 던져 왔습니다. 《에덴 호텔에서는 두 발로 걸어 주세요》에서는 자기다운 자유로운 삶에 대해, 《비밀: 코끼리와 코요테》에서는 죽음과 순환에 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주었지요.
이번 신작 《오직 하나뿐인》에서는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소중한 존재를 만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이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는 것, 그리고 관계의 성장이 곧 자신을 성숙하게 함을 전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이라는 주제에 꼭 맞는 화사한 분홍색이 돋보입니다. 과슈 물감과 잉크를 적절히 사용해, 맑고 화사한 느낌을 풍부하게 살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성 재료와 섞이지 않는 오일파스텔과 유성색연필 등 다양한 질감을 살린 채색으로 사랑을 둘러싼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시적인 문장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넌 오늘 나를 만났잖아. 그러니까 어제와는 다른 날이지.”
그 순간, 따뜻한 바람이 고치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갔습니다.
어쩌면 그저, 그런 기분을 느낀 건지도 몰랐습니다. (본문 27쪽)
《오직 하나뿐인》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순간을 만나 보세요. 소중한 존재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난 적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단 하나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봄바람 같은 따스함을 전해 주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