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생활과 지식이 모두 담겨 있는 백과사전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
『마하바라타』는 『라마야나』와 더불어 인도의 2대 서사시로 불리며, 서양을 대표하는 고전인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오랫동안 로마·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창출해온 서양이 오리엔트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지금은 전세가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찍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수많은 신화들의 원형을 이룬 이 작품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인도인의 정신과 신앙, 지식과 지혜, 신화와 전설과 역사, 사랑과 죽음, 윤리와 형이상학, 우주관이 모두 들어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이에 대해 『마하바라타』의 서술자이자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브야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방대한 시를 지었습니다. 여기에는 베다와 우파니샤드의 비밀과 미묘함이 드러나 있고, 교의와 생활방식에 대한 묘사,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 네 카스트(계급)에 대한 규정, 고행의 본질, 신참자를 위한 규칙의 요체, 해와 달과 별들의 크기, 네 유가에 대한 설명, 탁발과 보시에 대한 설명, 특별한 목적을 위해 영혼이 육체를 갖추는 문제, 과학과 질병 치료, 순례지와 강, 산, 숲, 거룩한 성채와 궁전에 대한 묘사, 전쟁 기술, 여러 민족과 그들의 언어 및 특성에 대한 묘사, 어디에나 널리 퍼져 있는 보편적 정령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긴 저작답게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마하바라타』를 펼치면 옛 이야기에서 최신 영화에 젖줄을 대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까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인도 생활과 지식이 모두 담겨 있는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또한 인도인들이 말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마하바라타』에 있으니,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라고 말한 건 『마하바라타』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제임스 캐머런은 왜 『마하바라타』에서 영화 스토리의 소재를 구했는가?
세계적인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를 설명할 때, ‘3D 혁명’이니 ‘인문학의 총체’이니 하는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그 상상력의 원천을 얻은 대상은 다름 아닌 『마하바라타』이다. 그는 일찍이 “나의 오랜 꿈은 『마하바라타』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시작이 〈아바타〉인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고대 신화와 전설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마하바라타』도 예외는 아닌데,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여러 캐릭터의 특징과 이름이 『마하바라타』에서 비롯된 것이고 위에서 말했듯이 영화 〈아바타〉는 『마하바라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한편 『마하바라타』에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대홍수 이야기가 존재하며, 중국의 고전 〈삼국지〉의 세 주인공과 꼭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주신전에 있는 수많은 조각상에는 『마하바라타』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마하바라타』가 재가공되고 재탄생되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문학적·시적 가치를 비롯한 콘텐츠로서의 ‘가치’, 뚜렷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열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위대한 이야기로서의 ‘스토리’, 현대의 이성·과학·종교적 가치를 넘어서는 원천적인 ‘상상력’ 등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보편적이면서 훌륭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훌륭한 콘텐츠는 시간과 공간, 민족과 종교, 나라와 언어까지 뛰어넘는다. 『마하바라타』는 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증거이다.
위대한 소설가 나라얀과 한국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의 만남
인도에서 가장 위대한 영어권 작가 R. K. 나라얀이 『라마야나』에 이어 『마하바라타』를 편저하였다. 그가 인도의 2대 서사시로 불리는 이 두 작품을 편저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다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풍토 속에서 우리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나는 것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나라얀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그레이엄 그린은 “그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을 주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인도인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끝내 알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는 그야말로 인도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마하바라타』를 재탄생시키는 데 적임자라 할 만하다.
R. K. 나라얀의 『라마야나』에 이어 『마하바라타』를 우리말로 옮긴이는 한국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이다. 김석희는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비롯해,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소설 『위대한 개츠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꽃들에게 희망을』 등 영어·일어·불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며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였다.
완벽하다는 그의 번역은 이번 『마하바라타』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는데, 비록 영어본을 번역하는 작업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섬세하고 꼼꼼하게 풀어내어 ‘역시 김석희’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마하바라타』가 가지는 문학적 가치와 R. K. 나라얀의 간결하고 가식 없는 문장을 온전히 재현해내었다는 점이 크게 다가온다. 그 덕에 독자들은 『마하바라타』를 부담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