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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어?


  • ISBN-13
    979-11-93078-43-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동아시아 / 허블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2-0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해연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4 * 188 mm, 204 Page

책소개

★★★★★

“그 집에 아픈 사람 있죠?”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나요?

이상적인 가족에 대한 동경으로 만들어지는 불행한 개인

 

도발적인 반전과 흡입력 있는 문장으로 추리‧미스터리‧스릴러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 정해연의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어?』가 허블에서 출간됐다.

『우리 집에 왜 왔어?』에는 독자의 몰입감을 위해 읽는 쾌감을 극대화한 소설 세 편이 수록돼 있다. 이 세 이야기는 언제나 정해연의 작품 세계에 있어왔던 ‘가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정해연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가족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장된 서사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면면들은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우리 집에 왜 왔어?』는 너무 친숙하기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가족’이라는 주제를 정해연만의 장르 문법으로 소화한 파격적인 소설집이다.

정해연은 작가의 말에서 ‘모성애’나 ‘부성애’는 순수하고도 일그러진 감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애정이 잘못된 선택의 개연성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순수하게도, 공포스럽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장 ‘우리 집에 왜 왔어?’는 이런 애정의 이중성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이 소설집의 제목이 되었다.

 

운명의 짝을 찾고 싶어 노력하지만 상황이 잘 풀리지 않는 청년(「반려, 너」), 딸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희생하는 1980년대 가장(「준구」), 사랑하는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엄마(「살」). 얼핏 평범해 보이는 주인공들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상성’에 너무나도 집착하는 그들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며 독자마저도 예측하지 못했던 전개 속으로 들어간다. 상황은 급변한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작가 정해연의 문장은 결말과 함께 ‘문제의 실체’를 독자의 눈앞에 들이민다.

 

가족, 죽을 때까지 행복하고 싶은

우리가 꿈꿨던 환상

 

“당신 딸한테 살을 날렸다고. 당신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살煞」, ‘완벽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지키고자 한 사랑에 대해 

 

‘엄마 친구’가 붙은 건 언제나 멋지다. 공부도 잘하고 참하다는 ‘엄마 친구 딸’, 좋은 회사에 들어가 성공했다는 ‘엄마 친구 아들’. 저들은 언제나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살煞」은 ’완벽한 가족’의 균열을 엿보며, 그것을 직면한 개인의 혼란을 훌륭히 묘사한다. 

선경의 가족은 완벽하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가정적인 남편과 성격도 좋고 예쁜 스튜어디스 큰딸과 모범적이고 성실한 작은딸을 훌륭하게 내조하는 선경. 선경은 자신이 만든 가족이 자랑스럽다. 큰딸 수영이 원인 없이 앓기 시작한 것을 빼면 말이다. 이웃에게 수영의 상태를 들킬까 전전긍긍하던 선경은 우연히 만난 무속인에게 ‘가족 중 누군가가 수영에게 살을 날렸다’는 걸 듣는다. 그 순간,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믿고 있던 완벽한 세계가 일그러져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선경은 공포에 휩싸인다. 더는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었음에도 선경은 완벽한 가족을 계속 추구할 거라고 결심한다. ‘우리 집’이 ‘우리 집’이 아니게 되었어도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선경의 마지막은 압권이다. 결국은 가족. 결국은 우리 집. 이 또한 사랑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날 비난하지 마. (…) 다른 사람이 그러하듯 나는 반려할 누군가가 필요했어.”

「반려, 너」, 혼자 살 수 없는 우리 모두가 착각하고 있던 한 가지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동전의 양면 같은 이 둘을 반복하며 우리는 서로를 책임질 반려를 찾는다. 우연과 운명이 얽혀 이어진 관계는 영원한 시간 속에서 같은 시간에 만나 서로의 마음이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은 가끔 신성시되며, 외부자가 끼어들면 안 되는 관계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여러 가치관이 혼재된 이 사회 속에서 이어진 두 사람은 과연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정인과 한치훈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한치훈의 반려견 호두가 이정인의 발목을 문 것이 계기였다. 정인은 온몸으로 미안해하는 치훈의 자상함에, 치훈은 다쳤음에도 호두를 걱정하는 정인의 사려 깊음에 끌린다.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을 기약한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의 속도가 달랐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다. 정인은 치훈을 거절하고, 치훈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게 어긋나려는 둘의 관계는, 치훈의 끈질긴 구애로 질질 이어진다. 예상하지 못한 서프라이즈 선물과 달갑지 않은 연락 등, 치훈이 하는 로맨스는 정인의 공포가 된다. 더는 참을 수 없어진 정인은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무례한 시선들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인은 묻는다.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냐고.

 

“내 딸의 안전 확인이 먼저야.”

「준구」, ‘우리 가족’ 말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오해

 

‘가장’이라는 단어는 무겁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사랑의 탈을 쓴 의무가 어깨를 마구 짓누른다. 그래서 가장은 힘을 낸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여겨지는 기준에 맞춰 강하고 듬직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역할에 집착할수록 사람의 시야는 좁아지고, 선택은 무모해진다. ‘우리 가족은 내가 책임진다’는 사랑의 말은 가끔 무책임할지도 모른다.

1980년 여름,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준구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부양하는 선량한 시민이다. 1호선 막차를 타며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피곤하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이 납치되며 준구의 가족은 혼란에 휩싸인다. ‘딸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마약 운반책이 되어라’라는 유괴범의 협박 전화를 받은 준구는 딸을 구하기 위해 1호선 막차에 오른다. 누가 사복 경찰인지, 누가 유괴범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준구는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딸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준구는 지하철이라는 밀실 속에서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태어난 순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

 

축복의 탈을 쓴 족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해연이 건네는 작은 ‘경고’

 

정해연은 『우리 집에 왜 왔어?』를 통해 가족에 대한 여러 담론을 던진다.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가족에 집착하느라 스스로의 눈을 멀게 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나를 비난하지 마”라는 말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절대 누굴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할 수 없는 존재야.”(「살」)라는 명제는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 입 밖에 낸다. 부성애나 모성애로 포장된 여러 선택들은 어쩌면 이기심에서 비롯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교묘하게 이를 숨기고, 모른 척한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게 된 사람들이 모인 가족 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이를 멋대로 재단하려는 시선들이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

“가족이라서 더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하고, 가족이라서 더 원망하게 되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정해연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야말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경고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목차

반려, 너 7p

준구 71p

살煞 125p

 

작가의 말 199p

본문인용

“남편은 대기업 상무지, 큰딸은 그렇게나 합격하기 어렵다는 스튜어디스지. 작은딸도 착하잖아, 성실하고.”

미소 짓던 선경은 입을 다물었다. 좋게 나가다가 갑자기 작은딸 이야기를 꼭 집어넣는 것은 진주 엄마의 심술일 게 분명했다. 작은딸인 민영은 가까스로 ‘인서울’은 했지만 일명 ‘스카이’라 불리는 대학들에는 지원서도 넣어보지 못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타오긴 하나 선경은 ‘그 정도’ 학교에서 ‘그게’ 자랑스러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영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선경은 두 딸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민영이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진 못해도 취업만은 떳떳한 곳에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_150쪽, 「살煞」

 

수영은 벌써 한 달째 원인 모를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 병원도 여러 군데를 가봤지만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해열제를 포함한 어떤 약도 도통 듣지 않았다. 수영은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프다고 했다. 일어나면 너무 어지러워서 부축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정도가 됐다.

“우울증일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다녀온 신경과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선경은 얼마나 불쾌했는지 모름다. 수영은 평소 밝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이 남달랐다. (…) 그랬던 수영에게 우울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_152쪽, 「살煞」

 

“정신과 말이야.”

그 소리를 듣자마자 선경이 포크를 탁,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우리 수영이가 정신병이었으면 좋겠어?”

“뭐? 그런 말이 아니잖아.”

옆에서는 민영이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선경은 눈을 꾹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나직이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 애가 오랫동안 비행하다 보니 지쳐서 그래. 내가 다른 병원 알아볼 테니까 그런 소리 마.”

남편은 긴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_157쪽, 「살煞」

 

“엄마한텐 언니만 최고잖아.”

“…뭐?”

민영이 선경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크게 뜬 눈이 희번덕거렸다. 민영의 눈동자에 분노와 서러움이 섞여 일렁거렸다.

“내 말이 틀려? 우리 수영이, 우리 수영이, 맨날 그러잖아. 언니만큼만 하면 된다고 한 적도 있지? 난 그래서 맨날 언니를 따라 해야 했어. 집에서 TV 한 번 내 맘대로 튼 적이 없어. 언니처럼 책을 봐야 하니까! 언니처럼 나는 웃을 때도 조용히 웃고, 공부도 잘해야 돼. 왜냐하면 엄마한테는 그런 딸만 최고니까!”

선경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체 민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선경에게 자신의 잘못을 꼬집힌 민영은 지금 선경의 잘못을 꼬집고 있었다. ‘편애하는 엄마’라는 잘못을.

_166쪽, 「살煞」

 

선경은 수영을 방으로 보내고 남편에게 다가섰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고, 대체 언제부터였느냐고, 그년은 어떤 년이냐고, 당장 앞장서라고 조용히 뇌까렸다.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소리 지를 수는 없었다. 너무 늦은 밤이었고, 이 말들은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됐다. 남들이 보기에 선경의 집은 완벽한 가정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영이나 민영이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었다. 선경은 자신을 부러워하던 여자들의 눈빛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조차 하기 두려웠다.

_176쪽, 「살煞」

 

그녀는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선경을 뱉어 낸 집의 불이 훅, 꺼졌다. 선경이 디딘 골목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선경은 어둠 속을 걷기 시작했다. 가슴이 균열되는 것이 느껴졌다. (…)

‘아니다.’

선경은 생각했다. 완벽한 가정에 균열이 생긴 지는 이미 오래됐다. 다만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덮어놓은 것뿐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_196~197쪽, 「살煞」

 

바로 택시가 출발했지. 그 순간, 나는 아차 싶었어.

전화번호! 전화번호를 안 받은 거야. (…)

기사님을 부르려는 순간이었어. 택시 옆으로 휙 뛰어오는 형체가 보이더니 열린 창문을 통해서 뭔가가 날아왔어. 그건 정확히 내 허벅지 위에 안착했지. 휴대폰이야. 본인도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야. 아직 속도를 완전히 높이기 전인 택시를 따라잡아서 창문 안으로 자기 휴대폰을 투척한 거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봐. 남자가 헉헉거리며 택시를 보고 있어. 여전히 옆구리에서는 강아지가 덜렁거려.

나는 결국 소리 내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지.

_21쪽, 「반려, 너」

 

나는 호두의 목에 내 얼굴을 파묻고 마구 문질러. 호두의 털은 살짝 따갑지만 호두의 몸은 아주 따뜻해. 살짝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나. 역시 호두라는 이름을 아주 잘 지은 것 같아. 여기까지는 평소와 똑같지만 내 머릿속에 금세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

내일 그녀를 볼 수 있어.

내일도 오늘처럼 음악을 듣고 있을까?

내일은 그녀의 귓가에 흐르는 음악이 뭔지 꼭 묻고 싶어.

그녀를 떠올리자 왠지 모르게 심장이 뛰어.

_27쪽, 「반려, 너」

 

내 손에 든 꽃다발을 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져. 왜 안 그러겠어. 꽃집에서도 창업 이래 이렇게 큰 꽃다발을 만들어 본 적은 없다고 함박웃음을 지었을 정도인데 말이야. 뭐? 곤란해? 무슨 소리야? 내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준비했는데? 이게 얼마짜리인지는 알아? 곤란한 게 아니라 놀라고 쑥스러워서 저런 얼굴인 거지. 잘해주는 걸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이 모임이 끝나면 갈 식당도 이미 다 준비해 놓았다고.

기분이 안 좋은 건 내 쪽이야.

_37쪽, 「반려, 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오늘 그녀를 위해 대체 얼마를 쓴 줄 알아?

_45쪽, 「반려, 너」

 

 

화면을 켜자마자 기겁했어. 나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막아. 그 사이로 신음이 흘러. 부재중 전화 148통. 문자 47개.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온 신경이 빳빳하게 서는 기분이야. 순식간에 입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

공원에서 만났던 친절하면서도 위트 있던 모습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면모야.

나를 공포로 몰아넣은 그의 마지막 문자를 읽어줄래?

 

내 눈에 한 번만 띄어. 온 몸을 태워줄 테니까.

_46~47쪽, 「반려, 너」

 

꽃을 보낸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어. 거기 적힌 그대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 잠시 그녀는 화가 난 것뿐이야. 사소한 일 때문에 헤어질 수는 없어. 그건 그녀도 분명 후회할 일이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지금부터 우리는 사귀는 거야, 하고 고지를 해야 꼭 연인인 건 아니라고. 정인 씨는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어.

_54~55쪽, 「반려, 너」

 

깜박거리는 시야에 아까 만났던 형사의 모습이 떠올라. 흥미롭게 흘깃거리는 주민들의 시선과 너의 얼굴까지.

그 눈빛은 하나같이 말하고 있었어. ‘그러게 왜 그런 놈을 만났어?’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여지를 줬어?’

_67쪽, 「반려, 너」

 

흰 가루. 분명 지하철을 탈 때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꺼낸 표에는 묻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가 준구의 주머니에 흰 가루가 든 봉투를 넣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

왜 나인가? 왜 지혜인가? 그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준구는 테이블에 올려진 흰 가루 봉투를 응시했다. 이것 때문이었다.

“이, 이거 뭡니까?”

_90쪽, 「준구」

 

준구가 주저하는 순간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등줄기의 신경이 꼿꼿이 곤두섰다. 지혜의 목소리였다.

“뭐 하는 겁니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합니다. 하겠습니다. 제발 우리 지혜만큼은….”

“이제야 말귀가 통하는군.”

남자가 다시 웃었다. 준구는 심장이 죄는 듯 고통스러웠다. 문득 옆을 봤다. 아내의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지혜를 무사히 돌려받아야 한다.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남자가 준구에게 지시를 내렸다.

_95쪽, 「준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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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의 비극을 다루는 스릴러를 통해 현실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2012년 『더블』을 출간하며 데뷔했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대상 수상, 2018년 추미스 공모전 금상 수상. 2024년 제18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작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이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출간됐다. 2023년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ENA에서 방영되었으며 현재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는 드라마로, 『구원의 날』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장편소설 시리즈 「날」(『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3부작과 소설집 『말은 안 되지만』을 비롯해 장편소설 『내가 죽였다』, 『두 번째 거짓말』, 『홍학의 자리』, 『못 먹는 남자』, 『누굴 죽였을까』, 『용의자들』, 『2인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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