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도 악마가 등장하는 시대!!
오늘날 ‘악마’라는 존재는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게임 등 대중문화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재생산되고 있다. 악마의 모티프를 이용해 '악(惡)의 원리(Principle of Evil)'를 탐색하던 과거의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현재는 악마라는 소재를 보다 자유롭게 다루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악마라는 모티브를 이용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에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그 새로운 세계들이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24년 9월에 방송되어 화제가 된 《지옥에서 온 판사》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바엘, 파이몬, 그레모리, 발라크, 세이르, 단탈리온 등 모두 '악마'의 이름을 가진 지상파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유스티티아(재창조된 캐릭터)를 제외하면 바엘, 파이몬, 그레모리, 발라크, 세이르, 단탈리온 등은 모두 제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악마의 이름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솔로몬의 작은 열쇠〉 혹은 〈고에티아〉라고 알려진 책에 등장하는 72악마들 중의 일부이다.
물론 이전에도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악마'가 등장하는 드라마(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OCN 《경이로운 소문1》, tvN 《경이로운 소문2》 등)와 영화는 심심치 않게 있었고 시청률이나 작품성 등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천만 영화 《파묘》를 비롯 최근의 《검은 수녀들》에 이르기까지 오컬트적 요소를 다루는 작품이 늘어가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대중 문화를 읽는 최신 키워드 중 하나는 ‘악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유효한 '오리지널리티'의 가치!!
창의적이고 새로운 작품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원작의 역할이라면, 원작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창작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원작의 재해석 능력과 편집 능력 역시 예술적 역량으로 인정하고 있다. 원작을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반영된 창작자의 신선한 관점, 즉 창작자의 창의성과 새로움이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원작’들이 마련해 놓은 다양한 선택지라는 지평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원작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 《데모니쿠스〉는 500년 전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루터, 밀턴, 괴테를 연구했던 다수 학자들의 저작과 논문들 중에서 ‘악마’와 관련된 부분들을 편역해서 만들었다. 루터의 《좌담집》, 괴테의 《파우스트》, 밀턴의 《잃어버린 낙원》, 셰익스피어의 《멕베스》 등을 비교 분석하여 그들이 창작 과정에서 부딪혔던 여러 가지 문제와 해결 방안을 비롯하여 ‘메프스토펠레스’를 비롯한 악마들의 명칭과 기원, 그리고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성공한 작품의 뒤에는 악마가 있었다. 당신이 작품에 ‘악마’를 더하라!”라는 출간 의도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불멸의 작가인 셰익스피어, 괴테, 밀턴, 그리고 루터의 공통점은 "악마"!!
셰익스피어, 괴테, 밀턴은 ‘대문호’이다. 셰익스피어, 밀턴, 괴테를 나란히 놓으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위대한 작가들이라는 것 외에도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인간의 삶에 집요하게 개입하고 작용하면서 악을 산출하는 기능을 하는 ‘저주받은 존재’를 작품 속에다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 존재의 이름은 사탄, 메피스토펠레스, 마귀(魔鬼) 등으로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존재는 우리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그 속에 숨겨진 내용은 더할 수 없이 파격적이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여전히 우리에게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 외에도 이들 작가와 거의 동시대를 살아가며 누구보다 악마의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었고,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신학자이자 개혁가인 루터의 주장 등을 통해 이들의 차이점은 물론 상호 영향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제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개성적인 존재, 악마
슈퍼맨, 베트맨의 시대를 지나 ‘어벤저스(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의 시대’에도 히어로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악마는 어떨까? 지금까지 악마는 하나의 ‘대명사’로만 존재해 왔다.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악마’로 불리워졌던 것이다. 하지만, 히어로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악마라는 대명사로 지칭되는 존재가 아니라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고유명사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는 악마라는 존재 역시 히어로들처럼 다양한 성격과 면모, 즉 제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개성적인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 책 《Demonicus, 데모니쿠스》는 괴테, 밀턴, 루소의 ‘악마’와 솔로몬의 72악마에 이르기까지 아주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