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2 어린이 발달에 대한 정보와 양육 전략은 복잡한 감정들을 조율하고 성공적인 양육을 위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과거,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얻는 것과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모의 자기 이해는 자신이 자랐던 과정을 기억하고, 재구성하고, 깊이 생각해보고, 어쩌면 사건들을 재해석하면서 상당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된다. 이 과정은 배우자, 친척, 친구, 다른 부모들,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계속 촉진되고 보완된다.
적절한 자기 이해가 없다면 부모는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경험이나 태도, 두려움으로 인해 자녀를 일관성 없이 대하거나 부적절하게 행동해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친 분노, 위축, 빈정거림, 가혹한 비난, 융통성 없는 명 령 등의 행동을 표출하면 자녀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우며 결국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이런 부적절한 반응을 줄이려면 부모 스스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아야 한다. 이 또한 성찰과 자기 탐색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P215 어린이 회복탄력성의 기초는 자신의 가치와 선함을 믿어 주는 성인이 한 명 이상(바라건대 여러 명) 존재하는 것임이 연구를 통해 확실히 입증되어 있다. 심리학자 줄리어스 시걸은 그를 “카리스마 있는 성인”으로 지칭하면서, 어린이는 그에게서 “힘을 얻는다”라고 했다. 일차진료의는 어린이와 짧은 시간 동안 만나더라도 부모 못지않게 카리스마 있는 성인이 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전략은 언제나 능력의 섬島을 정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능력의 섬이란 어린이의 자랑스러움과 성취의 원천이 되는(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가리킨다. 보호자는 능력의 섬들을 파악하고 구축할 책임이 있다. 어린이는 그 과정에서 생긴 파급 효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고 문제를 일으켰던 과제에 맞서려는 태도를 갖기도 한다. 부모나 어린이와의 면담에는 이런 질문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자녀의 흥미, 강점, 능력의 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통해 즉시 보다 긍정적이고 강점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이 가능하다. 어린이가 자신의 강점을 하나도 떠올릴 수 없다면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괜찮아. 어쩌면 네가 정말 잘하는 게 뭔지 함께 찾아볼 수 있을 거야. 누구나 강점이 있거든.”
P285 두 번째 언어발달을 촉진하기
a. 빠를수록 좋다. 두 번째 언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신경학적 관점에서 어린이의 뇌는 가소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언어 환경에 적응해 두 번째 언어를 배우기도 더 쉽다. 과학자들은 어린이의 뇌가 두 번째 언어를 익힐 때 언어 투입량이 더 적어도 된다고 믿는다. 결정적 시기는 없다. 이중언어를 둘러싼 그릇된 믿음 중 하나는 어떤 연령을 지나면 다른 언어를 배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사춘기를 지나면 새로운 언어로 말할 때 원어민과 비슷한 억양을 구사하기 어렵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언어 학습에는 발음 말고도 어휘, 표현, 이해 등 많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어린이의 뇌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적응력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성인도 얼마든지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b. 언어 투입량이 많을수록 더 빨리 습득하고 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c. 통념과 달리 어린이는 “스폰지로 물을 빨아 들이듯” 언어를 배우지는 않는다.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려면 두 가지 언어 모두 지속적인 양질의 언어 투입이 필요하다. 최종적인 유창성은 언어 노출 정도에 달려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투입량이 빈약하고, 학교에서도 언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는 두 가지 언어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d. 일관성 있는 언어 투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투입량도 늘어나고 언어를 배우는 데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 부모, 한 언어one parent, one language, OPOL” 접근법이란 것이 있다. 부모가 각자 한 가지 언어를 선택해 그 언어로만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이다. 자녀와 대화할 때 엄마와 아빠가 같은 언어를 쓸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언어를 쓸 수도 있지만, 각자는 항상 그 언어를 고수해야 한다. 이 방법은 일관성과 함께 지속적인 언어 투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녀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부모나 다른 친척, 또는 자녀를 돌보는 사람이 한 가지 언어로만 어린이와 대화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P400 부모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다툼을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자녀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녀들은 자신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녀가 부모의 화난 모습을 보지 않게 중재안을 찾거나 상담 치료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라고 격려해야 한다. 이혼하기 좋은 때 같은 것은 없지만, “정서적 이혼” 상태인 가족에서 자라는 것 또한 어린이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 가족은 부모 사이에 긴장이 높고 관계가 따뜻하지 않으며, 서로를 불신해 한쪽 부모가 자녀와 한 편이 되어 다른 쪽에 맞서거나, 자녀가 양쪽 부모를 조종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로 계속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면 오히려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많은 어린이가 부모의 이혼에 잘 적응하지만, 시간과 지지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다. 어린이가 우울증, 대소변 가리기나 수면 등 자기관리 기술의 퇴행, 자살 생각, 공격성, 비행, 물질남용, 학교 성적 저하 등 심각한 기분 또는 행동 변화를 겪는다면 전문적인 치료사나 상담가의 중재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 자녀가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그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과도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부모나 어린이를 비난하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P595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을 생각해보면 많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3~4세는 한창 상상력이 활발해질 때라 “허풍”이나 “무해한 거짓말”을 흔히 지어낸다. 이런 행동은 어린이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발달 단계에 맞게 처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걸음마기 및 학령전기 어린이는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자신의 희망을 반영한 생각, 즉 일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거나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한다. 학령기 어린이는 인지와 정서가 발달하면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므로 사회적 기대를 인식하고 점차 양심이 형성된다(대개 8세경). 의사는 이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이때 어린이는 한번 거짓말을 하면 들키지 않으려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점점 발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속이는 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발달하지만, 실험실 환경에서는 학령전기 어린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예컨대 3~5세 어린이에게 실험자가 방에서 나가도 장난감 쪽으로 눈길을 주지 말라고 요청하는 실험). 하지만 학령기에 점점 늘고, 중학생이 되면 더욱 늘어난다.
P770 까다로운 어린이의 부모가 추구해야 할 기본 목표는 주도권 경쟁, 좌절, 마음의 상처를 불러일으키는 비효과적 훈육 원칙을 바꿔 교양 있고 합리적이며, 친절하고 포용적이면서도 확고한 태도로 부모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다. 버릇이 되어 버린 부정적 상호작용이 몇 번씩 다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육아 스타일과 기대가 자녀의 기질과 조화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할 일이다. 우선 태도를 크게 바꿔야 한다. 변화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적절하다면 자녀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겠지만, 궁극적인 선택은 부모에게 달려있다. “뛰어난 감독자 모델”을 활용한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고, 지지적이며, 기대가 분명하고, 책임감 있는 감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P797 학교에서 인기 없는 아이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많은 경우 한 가지 이상의 인자가 작용한다. 또래 친구들에게 늘 거부당한 아이는 평생 고립과 극도의 자기 회의,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 학교에서 인기 없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수동적, 능동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통해 매일 민망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고통스러운 거절을 견뎌야 하는 순간도 수시로 찾아온다(“미안, 이 자리엔 앉을 사람이 있어.”) 많은 경우 배제적인 말이나 행동 사이로 왕따와 언어 폭력이 끼어든다. 유감스럽게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 중 많은 수가 인기 없는 아이를 학대하는 데 특히 창의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을 개발해 또래 사이에서 자신의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한 다. 희생자는 점점 고립되고 더 큰 모욕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이는 발달과 행동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