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의 역사적 위상과 그 실체
종묘는 사직과 더불어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상징 공간이다. 이곳에 모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는 왕위 전승의 계보를 드러내고, 그들의 공덕을 기리며 때마다 열린 성대한 의례는 왕권의 지엄함을 시각화했다. 조선 팔도에서 나는 각종 음식과 희생을 올리고 음악, 무용 등을 대동한 의식은 실로 웅장했다. 종묘는 그 위상에 걸맞게 역사, 종교,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십수 년간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그 결과, 의례집에 따라 이곳에서 치러진 국가의례의 형식과 절차가 정리되고, 여기서 드러나는 유교적 상징성이 밝혀졌다. 그에 반해 실제로 국가의례를 수행하는 인적・물적 기반은 아직까지도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종묘의 일상적이고 주변적인 것들도 조명받지 못함은 마찬가지다.
□ 종묘와 종묘제례, 새로운 연구의 시작
이 책은 앞서 말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종묘와 종묘제례를 크게 세 가지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 첫째, 형식과 절차를 넘어 종묘와 종묘제례의 구체적인 실재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종묘를 관리하고 의례를 수행했던 종묘서 관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악장 등 의례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있었던 우여곡절과 그에 따른 노력이 드러날 수 있게 했다. 둘째,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졌던 종묘의 작은 요소마다 눈길을 주는 미시사적 연구를 시도했다. 선왕의 신주를 들이고 새로운 왕이 등극하는 부묘례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제상과 준소상에 올라가는 제기들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그들 간의 유기성을 밝혔다. 또 종묘의 주인은 왕과 왕비이지만, 그와 더불어 배향공신을 선정하고 입묘한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인상에서 탈피하여 시대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종묘의 역동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했다. 종묘의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 관련 제도들이 세심하게 정비되고 확립되어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종묘가 일본 천황가의 방계 친족인 이왕가의 사당으로 전락한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 책이 종묘와 종묘제례를 수행 주체와 물적 기반 위에서 이해하고, 그 역사적·문화적 층위를 보다 정교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