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추는 거야?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만들어낸 기적
출판사 [페이퍼 독]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위트 있고 재미있는 형태의 그림문자 제목이 눈에 띈다.
‘어떻게 추는 거야?’란 질문에 맞는 답을 글로 표현하면
아마도 사뿐사뿐, 덩실덩실이 될 것이다.
춤사위를 표현한 의태어지만, 저 두 가지 표현 속엔 알고 보면
아하! 라는 감탄사를 끌어낼 만한 숨은 뜻이 포함되어 있다.
무심코 걷다가 발견한 달팽이로 인해 생긴 기적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살피기 위한 흥겨운 몸짓
사뿐사뿐
크고 힘센 친구들의 배려로 신이 난 작은 친구들의
덩실덩실
춤사위 덕분에 그 어느 때 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축제의 장으로 확장된 들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캐릭터,
일반적인 그림책 화면 편집과는 다른 분할 구도로
웹툰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것은 덤이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순간
누구나 그런 순간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늘 똑같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그런 순간 말이다.
앞만 보고 걷던 주인공은 하마터면 밟을 뻔했던
작은 달팽이를 발견하고서 불현듯 멈춰 선다.
한쪽 발을 든 다소 불편한 자세로 말이다.
타성에 젖어 일상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삶이란 늘 그렇듯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나쳐 버리게 마련이다.
주인공이 발견한 작은 달팽이는 무심함 속에 방치된 채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불우한 이웃일 수도,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처럼
함께 살아가지만 외면받아 왔던 존재들일 수 있다.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래를 흥얼거렸어.
흡사 어느 가수의 ‘달팽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주인공과 달팽이의 만남은
예기치 않게 시작되었고 그 후 주인공이 발밑을 살피게 된 계기가 된다.
작고 소중한 존재들을 살피기 위한 흥겨운 몸짓
약하고 소외된 존재를 돌보는 것은 언뜻 귀찮고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일상의 변화와 흥겨움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작고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몸짓 덕분에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흥겨움을 얻는다.
서툴고 위태로웠던 주인공의 자세가 균형을 잡아가며 리듬을 타는 것은
진심 어린 마음이 빚어낸 몸의 조화였다고 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세상과의 조화를 모색하게 된 결과일 것이다.
발밑을 조심하느라 친구들과의 만남에 늦었지만,
주인공은 친구들에게 발밑부터 먼저 살펴보길 당부한다.
그의 걱정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거듭난 들판
멋진 춤사위가 된 주인공의 몸짓은 친구들까지 동화시키며
들판을 흥겨운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조금 전까지 무심함이 만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지배하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공간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곳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변화만으로
소리 없이 억압받고 죽어가던 존재들이 숨통이 트여 환호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작은 달팽이에 대한 배려였지만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그들, 또는 우리 곁에 함께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해지는 것은 거창한데에 있지 않고 발밑을 살피듯
약한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이야기다. /동화작가 이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