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을 넘어 의료재난이 시작되었다!
언제, 어떻게,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벼랑 끝에 선 한국 의료를 구출하기 위한
전문가 3인의 극약 처방
돌보는 의료로의 체질 개선과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의료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직후부터 무려 11개월간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 런, 서울 대형병원 앞에 늘어선 환자방, 지역종합병원의 잇단 폐업 등 한국 의료체계의 붕괴가 가시화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환자와 시민들이 받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의료공백으로 ‘아프지 말자’가 시민들 사이의 인사말이 되어버린 지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와 씁쓸함을 더한다.
한국 보건의료의 이론과 실천, 양방향 모두에서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온 저자 나백주, 정형준, 제갈현숙은 지금의 한국 의료 현실을 ‘의료재난’으로 규정하고, 이 재난이 언제, 어떻게, 왜 생기게 된 것인지에 관해 면밀하게 추적한다. 의료 현장과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저자들답게 의료재난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벼랑 끝에 선 한국 보건의료를 구출하기 위한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처방한다. 필요성보다는 가능성을 문제 삼고, 분절적인 의료 문제 해결만을 우선시하는 물타기 속에서 공공의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이 책은 좋은 의료를 꿈꾸는 이들에게 최상의 지침서로 기능할 것이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최일선을 지켜온 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공공의료가 막연한 바람이 아닌 구체적인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판사 서평

의료공백을 넘어 의료재난이 시작되었다!
언제, 어떻게,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벼랑 끝에 선 한국 보건의료를 구출하기 위한 전문가 3인의 극약 처방
의료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직후부터 무려 11개월간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 런, 서울 대형병원 앞에 늘어선 환자방, 지역종합병원의 잇단 폐업 등 한국 의료체계의 붕괴가 가시화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환자와 시민들이 받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의료공백으로 ‘아프지 말자’가 시민들 사이의 인사말이 되어버린 지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옛 속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와 씁쓸함을 더한다.
한국 보건의료의 이론과 실천, 양방향 모두에서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온 나백주, 정형준, 제갈현숙은 지금의 한국 의료 현실을 ‘의료재난’으로 규정하고, 이 재난이 언제, 어떻게, 왜 생기게 된 것인지에 관해 면밀하게 추적한다. 의료 현장과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저자들답게 의료재난의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벼랑 끝에 선 한국 보건의료를 구출하기 위한 시급하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처방한다. 디스토피아를 거치지 않고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 아직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저자들의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급박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자들의 믿음이 탄탄한 논리와 날카로운 통찰력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료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담고 있는 동시에 한국 보건의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방안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진정한 의료 개혁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상의 지침서로 기능할 것이다.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족이 낳은 의료재난
환자도, 의료진도, 병원도 시장에 맡기는 영리의료 일번지 한국
의료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의 강화가 시급하다!
그렇다면 의료재난은 무엇이고, 왜 생기는 것일까? 지금까지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 없는 ‘의료재난’ 개념은 이 책에서 ‘(일단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더 이상의 인체 피해와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땅히 작동해야 할 의료안전망의 부재와 그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사회재난’으로 정의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범유행까지 감염병 시대를 거치며 겪었던 혼란과 몇 차례에 걸친 의료계의 파업 등이 이런 사회재난에 속한다. 의료재난이 왜 발생하는가에 대한 저자들의 답은 아주 간명하다. 바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족, 즉 환자도, 의료진도, 병원도 모두 시장자유주의에 맡기는 ‘시장 중심의 의료공급구조’가 그 원흉이다.
“의료재난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고 그 해결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의료재난은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족에서 기인한다. 한편 공공성 부족은 상업성의 만연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 활동이 공익 추구 활동을 앞서기 때문에 공공의료 분야가 위축되고 수많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기실 공공의료는 위기의 순간마다 그 중심에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모든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동원되었고, 2024년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벌어진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과중한 임무가 부여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지나면 토사구팽 식으로 내팽개쳐지는 일이 늘 반복되었고, 도리어 돈벌이 수단이 된 의료재난을 국가가 팔짱만 끼고 쳐다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저자들의 지적처럼 필요성보다는 가능성을 문제 삼고, 분절적인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봉책을 우선시하는 물타기 속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의료를 역사적‧사회적으로 살펴본 저자들의 진단은 분명하다. 철 지난 유행가처럼 들리는 공공의료의 강화가 이제라도 한시바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고착화된 차별적인 의료공급구조
제도 도입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건강보험의 주변화
이윤 추구는 의료의 본질이 아닌 조장된 조건일 뿐이다!
한국 의료는 어쩌다 영리의료에 중독된 것일까? 저자들은 한국의 근대적 의료공급체계가 형성된 일제강점기로 소급해 올라간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인과 식민지 조선인 사이에 구축된 차별적인 의료공급구조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속에서 지불능력을 기반으로 한 이중의 의료공급구조로 변용된다. 더욱이 급속한 산업발전과 경제개발을 이루면서도 노동력이 충분했던 탓에 소득 격차와 거주지역에 따른 불평등한 의료공급구조가 그대로 방치되었고, 의료공급자는 복지제도 내로 편입되지 못한 채 사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와 같은 역사적 고찰은 한국에서 의료업이 왜 돈벌이로 인식되어 왔는지, 의사 사회는 왜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념적 토대로 삼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파업의 숨겨진 역사적 배경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저자들은 또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주변화 현상에 주목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의료보험은 임의적용을 강제적용으로 변경함에 따라 1977년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정치적 이해에만 충실한 실효성 없는 법제화와 그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와 자본가의 책임 회피 경향은 경로의존성으로 자리 잡아 국가의 재정 책임 최소화와 공공의료에 대한 소극적 태도의 근간이 된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인데도, 의료계가 저수가 프레임을 내세우며 행위별수가제에 근간을 둔 진료비 지불방식을 주장하는 것도 한국 의료계의 이런 경로의존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의료가 영리의료에 중독된 것은 보건의료의 본질이 상업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의료가 행해지는 구체적인 틀인 의료기관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의료재난 시대를 넘어 공공의료 시대로!
돈 버는 의료 아닌 돌보는 의료로의 체질 개선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일차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
기후위기와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공공의료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안전한, 환자를 중심에 두는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그리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되는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 의료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제도적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일차의료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민주적 운영, 공공병원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주민 참여 보장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의료 개혁 방안은 보건의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되돌아보는 숙고의 과정 없이는 도출될 수 없으며, 그 실현은 극심한 진통과 충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최일선을 지켜온 저자들이 이제는 낡기만 한 선서로 보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을 곱씹는 것도 바로 이런 뜻에서였을 것이다.
“…나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동료 인간들, 그 정신과 육체의 소리, 그리고 병자들에게 특별한 의무를 갖고 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료 문제를 환기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 책을 통해 공공의료가 막연한 바람이 아닌 구체적인 희망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