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찌바에는 에리코 카르발류 페레이라라는 청년이 살고 있다. 그는 자폐증을 가진 젊은이로 포지치부 대학교에서 수학 과정을 수료했다. 페레이라는 꾸리찌바 전역의 250개 버스 노선과 대도시권 일부 노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19년 하파엘 그레카 시장이 이 청년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페레이라에게 꾸리찌바 시의 통합교통망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그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했다. 이처럼 진지하게 장애가 있는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의 태도도 놀랍지만 나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페레이라의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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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가 다시 한 번 두 날개로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나는 레르네르가 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을 토대로 한 저비용의 대중교통과 생태도시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그레카가 창안한 꾸리찌바 현실에 가장 적합한 독자적인 탄소중립 도시와 스마트시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개를 결합하여 꾸리찌바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 적응하며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순환형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저비용으로 도시를 관리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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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의 젊은 나이에 새로 부임한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은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시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육교는 교통 체증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역할만 합니다.” 그리고 그는 “도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도시의 성장 과정을 지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오일 쇼크로 전세계가 흔들리던 때 남아메리카 변방 작은 도시의 시장이 이렇게 외쳤다고 생각하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이런 선견지명을 가진 정치적 리더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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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를 특별한 사례로 만든 것은 지난 6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도시계획 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꾸리찌바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지난 60년 동안 동일한 도시계획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꾸리찌바의 역대 행정부는 모두 도시계획의 방향과 기조를 항상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애써왔습니다.” 그레카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바로 이런 점이 꾸리찌바 사람들이 도시계획, 지속가능성, 창조경제 및 혁신적인 도시문화 등을 좋아하고 잘 수용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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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처음 개장한 안젤로 앤토니우 다예그라비 터미널은 전체 면적이 2,580제곱미터다. 장애를 가진 약 1,100명의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는 이곳을 나는 2012년에 서울시 대표단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이곳을 둘러보며 동행했던 분이 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터미널 건설은 땅값, 집값 떨어진다고 인근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말도 꺼내지 못할 겁니다.” 생각해 보면 도시에 이런 장애인 전용 터미널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포용국가나 포용도시를 만든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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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쿠 마을 주민이자 텃밭의 열렬한 애호가인 미용사 마르타 잠프로냐는 “예전에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 건강한 음식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공간의 코디네이터인 이라세마 베르나르데스는 자쿠 지역사회 텃밭에 종사하는 공동체 구성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건강한 식품을 재배하는 사람들이고, 필라르지뉴 강 주변 생물 다양성의 수호자이며, 지속가능성 개념을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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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사회행동’이 민중식당을 이용한 959명과 인터뷰한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민중식당은 이용자들의 31%를 차지하는 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민중식당 이용자 중 14.8%가 혼자 사는 여성이고 은퇴자와 실업자들이 21%인 201명이었다. 또한 이용자 중 약 40%인 380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약 60%가 민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매월 약 200헤알을 절약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민중식당은 이용자들의 영양을 개선하는 1차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월 식사 비용을 줄임으로써 이용자들의 의류와 오락물 구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빈민들을 포함해 경제적 약자들의 재정 상태를 호전시키는 데도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_ 148쪽
“아이디어는 식탁 위에 있는 음식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길거리에서 음식을 제공하면 인간의 회복 가능성이 파괴됩니다. 음식은 길거리가 아니라 테이블 위에서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꾸리찌바 시에서는 민중식당 5곳에서 약 4,700명 분의 끼니를 매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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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에서는 지혜의 길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의 역사적 뿌리를 가르침으로써 지역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은 바로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 즉 도시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서 시작된다. 꾸리찌바 아이들은 역사는 물론이고 문화, 환경, 도시행정 등의 주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체험 학습을 한다.
지혜의 길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학생들은 교실에서 벗어나 공원, 박물관, 식물원, 도서관 등 도시 전역에 있는 장소를 방문한다. 심지어 아이들이 평소에는 접근할 수 없는 시장실에서 현장 학습이 진행되기도 한다. 즉, 어린아이들이 직접 찾아와 시장실 바닥에 앉아 시장 할아버지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시립 지속가능성 학교와 피라미드 솔라 등을 방문해 기후 적응 노력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나는 이런 모습에서 꾸리찌바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_ 182~183쪽
쓰레기를 먹거리로 만드는 요술 방망이를 가진 도시가 있다. 바로 꾸리찌바다. 이곳에서는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품 수거를 촉진시키면서 서민들, 특히 빈민들의 먹거리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캄비우 베르지’라 불리는 아주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녹색교환’이라는 뜻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 4킬로그램을 가져오면 1킬로그램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교환할 수 있다. 그리고 폐식용유와 동물성오일도 정해진 날에 가지고 오면 오일 4리터당 1킬로그램의 제철 과일과 채소로 교환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꾸리찌바 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재활용률이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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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에서는 왜 나무를 마음대로 베지 못하는 것일까? 이 도시에서는 수령이 오래된 가로수나 고목에만 경외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을 지을 때 특정한 수종의 나무를 베지 않고 보존할 경우 인센티브까지 준다. 한 건축주가 제젬바르가도르 무타 거리에서 향토 수종인 아라우카리아라는 수령이 40년 된 파라나 소나무를 베지 않고 주거용 건물 ‘솔라 907’을 건설했다. 이 소식을 들은 그레카 시장은 조례 제정을 지시했고 ‘법령 제1035호’가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해 건축주들은 파라나 주의 상징적인 나무 아라우카리아를 보존할 경우 나무의 크기나 수령, 지형 등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다.
_ 264~267쪽
볼보와 포멘투 파라나가 후원하는 꾸리찌바 마라톤은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우선 주최 측에서는 메달 3,500개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1,260킬로그램과 레이스하는 동안 사용되는 플라스틱 컵 1만 5,000개의 탄소 배출량 750킬로그램, 그리고 행사 기간 동안 사용하는 버스와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 각각 2,002킬로그램과 5,250킬로그램을 개략적으로 환산했다. 이렇게 추정된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 9,262킬로그램을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나무는 모두 421그루인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래서 시청에서는 이보다 79그루가 더 많은 500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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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거리, 즉 대화형 거리는 우리가 흔히 꽃의 거리라 부르는 11월 15일의 거리에도 구축되어 이벤트, 도시 전역의 투어 및 체험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레스토랑 메뉴까지도 제공해 준다. 또한 역사지구에서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역사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대화형 거리는 꾸리찌바에 현재까지 5곳이 조성되어 있다. 이 거리에서는 QR 코드만 찍으면 어떤 응용 프로그램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서비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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