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같은 시간 속에 머물러있는 사랑이 있다
배우 고은영의 첫 번째 장편소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쉬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 한참 끝난 뒤에도 마음 한켠에 오롯하게 남아서 때때로 나를 건드는 사랑. 호기심, 설렘, 편안함, 익숙함, 불안함, 미움, 그리움 그리고 다시 애틋함…. 한 나무에 무수한 감정이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그 나무에서 얻은 결실은 바로, ‘사랑’이다. 베어 물면 새큼한 향기를 내뿜을 것만 같은, 입 안 가득 생생하게 퍼지는 ‘사랑’.
장편소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사랑의 모양을 면면히 다뤘다. 사람마다 고유한 서사가 있듯, 사랑 또한 개개인의 고유한 영역이기에 작가는 가능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또한, 그사이에 흐르는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에 집중하려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사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두 허용된다. 그렇기에 인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빛깔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 그 사랑의 빛깔이 타인의 색과 섞이며 더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뜻하지 않은 의외의 조화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완성된 여러 폭의 그림들. 고은영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그려낸 사랑의 그림들을 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독자 개인의 사랑을 그림 속에 투영해, 그 안에서 자기 사랑을 다시금 꺼내어보기를 은유적으로 권한다.
서툴고 보잘것없던 지난날의 사랑. 그 안에서 혹시 상처받은 이가 있다면 이 소설이 그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사랑이든 그 사랑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사랑을 했고 그 사랑 덕분에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작가가 그려낸 예술 작품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벗 삼아 많은 이가 오래도록 사랑의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