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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에 관하여


  • ISBN-13
    979-11-6909-353-8 (031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글항아리 / 주식회사 글항아리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1-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자크 랑시에르
  • 번역
    유재홍
  • 메인주제어
    철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철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0 mm, 144 Page

책소개

정서의 혁명!

 

체호프의 인물들은 

삶을 감각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거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책 

작가는 뉘앙스를 인식하는 사람 

 

2021년 『픽션의 가장자리』에서 스탕달, 발자크, 포크너 등을 다룬 랑시에르가 2024년 체호프로 돌아왔다. 오직 체호프만으로 책 한권을 썼다. 이 작은 책은 체호프의 단편처럼 힘 있고 크다. 특히 상상력과 작품 해석의 여백이 광활하다. 정치와 미학의 관계를 파고들며 급진적 사상을 구축해온 랑시에르는 이 책에서 체호프의 소설을 통해 ‘자유’를 고찰한다. 다만 문학을 도구화하지는 않는다. 랑시에르는 작품을 자기 관점에 끼워 맞추지 않고, 자신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작가의 임무는 먼 곳에 있는 자유의 파열을 예속의 시대 속에 새겨넣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랑시에르는 이를 실현한 작가로 체호프를 꼽는다. 체호프는 러시아 혁명의 전조가 사회를 둘러쌀 때 직접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사회가 얼마나 예속 상태인가를 인식·진단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 창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총 아홉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앞 장의 결론이 뒤 장의 서두로 이어지면서 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된다. 저자는 특히 시간에 주목한다. 시간의 무심함, 시간의 비밀, 시간의 사용…… 시간을 관습적으로 반복하고 진지한 일에만 쏟는 것은 복종이다. 벼락같은 변화는 ‘순간’을 통해 도래한다. 이러한 시간관념은 하이데거가 논한 ‘카이로스의 시간’(일종의 결단, 균열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랑시에르는 「꿈」에서 경찰들이 본인 임무를 잊은 채 유랑자와 함께 시베리아의 광활한 공간을 바라보는 데서 시간의 균열을 포착한다. 「어느 이름 없는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하인이 자기 직업을 포기할 때 혁명적 시간이 도래한다고 해석한다. 랑시에르는 동일하지 않고 반복적이지 않은 시간에서 미래를 향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체호프의 소설에서 경찰이나 관료들은 협박과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꿈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랑시에르가 체호프의 「꿈」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예속은 공권력에 굴복하는 상황을 일컫는 게 아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모든 것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동일한 상황에 대중이 순응하는 것’이다. 라프체프라는 인물이 이렇게 산다. “모든 것을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라프체프는 랑시에르가 볼 때 전형적으로 예속 상태에 놓여 있다. 

체호프는 영리하게도 등장인물을 앞서가는 법이 없고 자신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향방을 쫓으면서 시간이 멈출 때 그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관조하는 사람이다. 단편소설이 고골에게 감각적 세계를 펼치는 순간이었다면, 체호프에게는 어떤 장소에서 멈춰 서는 순간이라는 게 랑시에르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기에 알맞은 나라다. 게다가 19세기에 러시아 문학은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었다. 당대에 체호프가 직면한 비판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학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탐구하는 랑시에르는 “작가란 낱말의 다의성과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를 인식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예컨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레닌과 체호프에게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레닌은 여러 모순적 대안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반면, 작가에게는 모순 자체가 질문의 핵심이 된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추상적 미래를 보여주는 것을 해내는 데 그 역할이 있다. 

 

오이절임을 만드는 삶과의 작별 

감각과 사고가 반복되는 인물에게 안겨주는 새로운 어조

 

작가는 변증법론자가 아니다! 이것이 문학과 정치 혹은 문학과 철학의 차이다. 뚜렷한 인과관계와 결말을 설정하지 않고, 창문은 늘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인과관계로 꽉 짜인 소설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과 역사,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라면 미래에 대해 냉소하는 법 없이 체호프처럼 물어야 한다. 이를테면 「산다는 것은」의 클레오파트라는 개인적 유혹이나 쾌락을 뛰어넘어 냉소적 논리를 부수고 삶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그녀가 실현하는 사랑은 오이절임을 만드는 데 구속받고 자유를 두려워하는 삶 전체와 작별하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독자가 동일한 중심축을 향하여 형성되는 사랑의 에피소드에서 자기 운명을 직시하는 한순간을 포착해낸다. 특히 선택에 직면한 두 주인공을 묘사할 때 ‘그러나’라는 접속사 대신 ‘그리고’를 쓴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는 대립인 반면, ‘그리고’는 앞엣것이 뒤로 연장되며 희망과 불확실성 속에서 시간이 자유를 향해 열려 있음을 암시한다. 랑시에르는 “확실한 삶이 아직 멀리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때 우리는 끈기 있게 새로운 시작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호프 소설 속에서는 ‘민요의 시간’이 두드러진다. 그는 이 선율 속에 감각, 감정, 권태, 기대, 향수, 꿈을 응축시켜 감정을 자아내면서 직선의 시간 속에서 틈입을 만들어낸다. 가령 「나의 인생」의 주인공 루치나는 불행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독자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행동하도록 촉구하지 않는다. 체호프는 그녀에게 “슬픔이 중대하다”는 문장을 안겨줌으로써 글이 음악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이 쫓는 것은 체호프 소설 속 주인공들이 먼 곳에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불행한 근본 원인은 예속 때문인데, 예속은 감각과 사고를 계속 재생산한다. 랑시에르가 생각하는 작가의 임무란 사람들이 감각하고 느끼는 “정서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학생」에서 눈물과 기쁨이 교차하는 서사가 바로 이런 변화를 이뤄낸다. 그것은 감정의 직접적 드러냄보다 묘사로 나타나는데, 즉 부서지는 빛, 사각대는 낙엽, 환상의 구름, 갈대숲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랑시에르는 자연에 대한 체호프의 깊은 애착이 민중을 외면하다기보다 오히려 그 고통을 직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텝』이 한 가지 예시다. 이 소설에 대해 일부 비평가가 ‘멈춰 있다’ ‘무심하다’라는 비판을 가하자 랑시에르는 ‘사람들이 감각적 사건을 경험하는 여정이 어조를 확립시키고, 이것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맞선다. 

혁명가들은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외치지만, 이것은 추상적이다. 체호프는 문을 쾅쾅 두드리듯 큰소리로 외치지 않은 채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나 울리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스텝』 속 해오라기의 소리로 무심함을 드러내면서 매 순간 삶이 더 아름다워지도록 만든다. 

체호프는 새로운 삶의 부름에 응답할지에 대해 윤리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이 한발 내딛기만 하면 삶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약혼녀」의 나자가 새로운 선택을 하는 순간을 포착하면서 ‘무언가’와 ‘아무것도 아님’ 사이에서 경계를 따라 나가는 여정에 함께해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감각을 분위기로 드러내고, 주변의 자연 풍광들로 표현한다. 그 안에 시대와 삶의 방식을 응축한 하나의 총체적 현실이 담겨 있다. 랑시에르는 “자유에 측정할 수 없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체호프 작품의 탁월성이라고 평가하며, 이것이 바로 “문학의 정치”라고 말한다. 

목차

1. 유랑자의 꿈

2. 예속의 속삭임

3. 전신電信의 노래

4. 새로운 여명?

5. 순간의 힘

6. 서사 속의 음악

7. 스텝의 노래에서 해오라기의 울음소리로

8. 병사의 눈

9. 시작도 끝도 없이

 

옮긴이의 말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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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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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자크 랑시에르
파리 8대학 명예교수. 1940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의 철학자로 정치철학, 미학,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루이 알튀세르의 제자로 출발했으나, 지적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며 평등을 근본원리로 삼는 독자적 철학을 구축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한 정치체제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교란하고 평등을 실현하는 ‘불화’의 과정으로 정의했다.
또한 문학과 예술을 단순히 미적 영역이 아닌 정치적 실천으로 이해했다. 그의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란 개념은 예술이 감각적 질서를 재편하고 새로운 주체성을 구성하는 힘을 보여준다. 문학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장르 구분을 거부하고, 모든 글쓰기가 동등한 표현 가능성을 가진다고 여겼다. 특히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에서 새로운 정치적 감각의 열쇠를 발견한다.
그의 사상적 여정에서 첫 번째 중요한 분기점은 루이 알튀세르와의 만남이었지만 68혁명 이후 그와 불화를 겪기 시작했다. 랑시에르는 과학적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과 대중 사이의 지적인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알튀세르의 교훈』(1974)을 발표함으로써 알튀세르와 결별했다. 같은 해 잡지 『논리적 반역』을 창간하며 약 8년간 19세기 노동자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남긴 기록물에서 지적 평등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는 국가 박사학위 논문인 『프롤레타리아들의 밤』(1981)으로 결실을 맺는다. 그 반향 속에서 『철학자와 그의 빈자들』(1983)을 발표해 철학과 사회과학의 역사에서 지적 분할과 위계의 전통을 재검토하고, 자칭 ‘철학자’ 혹은 ‘스승들’에 대한 도전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나온 저작이 『평민 철학자』 (1985)와 『무지한 스승』(1987)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선포된 정치의 몰락/회귀에 맞서 정치, 평등,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며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1990)와 『불화』(1995)를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사유하는 데 집중하면서 『무언의 말』(1998), 『말의 살』(1998), 『감각적인 것의 나눔』(2000)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미학적 무의식』(2001), 『영화 우화』(2001), 『이미지의 운명』(2003), 『미학 안의 불편함』(2004), 『문학의 정치』(2007), 『해방된 관객』(2008), 『아이스테시스』(2011), 『평등의 방법』(2012) 등을 펴내 기존 예술사를 재구성했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가?』 (2017)와 같은 정치적 저작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신작인 『픽션의 가장자리』(2021)는 문학작품 분석을 통해 문학혁명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지 살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픽션의 정치’를 통해 어떻게 주체로 등장하는지를 탐구한다.
번역 : 유재홍
프로방스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오노, 들뢰즈, 블랑쇼, 랑시에르, 스티글레르 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전남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문학의 정치』 『스펙타클의 사회』 『영화 우화』 『마르크스의 용어들』 『스펙타클의 사회에 대한 논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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